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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에서 닭 백숙을 삶다

01/20/2023 | 02:19:34PM
안나푸르나에서 닭 백숙을 삶다
[네팔 안나푸르나 메소칸토 라]

네팔 히말라야에서 안나푸르나만큼 자동차가 깊숙이 들어오는 곳도 없지 싶다. 고소적응에 문제 되지 않는다면, 카트만두에서 마낭(3,540m)까지 이틀이면 갈 수 있다. 사실 처음 안나푸르나에서 걸을 때 가장 실망했던 게 이런 길이었다. 풍경은 좋지만 수시로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가는 자동차 때문에 고개 돌리기를 몇 번. 현지인을 위한 발전은 필요하겠지만 사람이 걷는 길만큼은 찻길이 아니었으면 했다.

점심때쯤 마낭에 도착했다. 대부분은 고소적응을 위해 여기서 쉬어간다. 우리는 시클레스(1,980m)부터 보름간 걸은 터라 문제가 없었다. 오랜만에 샤워하고 등산화와 침낭을 햇볕에 널었다. 트레킹 중에도 쾌적함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영양보충을 위해 백숙을 주문했다. 생강과 마늘이 듬뿍 들어가 맛이 제법 괜찮았다. 어떤 이들은 히말라야에서 한식을 먹는 것에 유난 떤다고 말한다. 로지(여행자 숙소)의 음식은 대부분 어설픈 서양식이다. 평소 먹던 것을 먹는 사람들은 괜찮을지 몰라도 입맛에 맞지 않으면 괴롭다.

특히 연세 있는 분들은 적응이 쉽지 않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아무려면 어떤가. 오히려 히말라야에 한식이 있다는 게 놀랍지 않은가.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고.

틸리초 베이스캠프(4,150m)로 가는 길에 일행이 한 포터에게 춤을 부탁했다. 설마 정말 춤을 출까 했는데 그 친구는 음악도 없이 몸을 흔들었다. 괜히 보는 내가 쑥스러웠다. 네팔 사람들은 술이 들어가지 않아도 춤과 노래를 잘했다. 아무리 수줍은 친구라도 춤을 출 땐 빼지 않았다.

네팔은 무수히 많은 신과 다양한 민족만큼이나 축제도 많다. 무려 70여 개나 된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가족이나 마을의 크고 작은 축제에서 자연스럽게 춤을 익힌다. 이들에게 춤은 기본적인 놀이이고 자연스러운 문화다. 춤 자체가 생소하고 어색한 나에겐 그런 자연스러움이 부러웠다.

안나푸르나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꼽으라면, 나는 틸리초 베이스캠프와 틸리초호수(4,920m)로 가는 길을 꼽겠다. 신화 속에 나올 법한 길은 달의 어디쯤을 걷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했다.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있다면 안나푸르나 3패스(나문 라 4,850m, 캉 라 5,322m, 메소칸토 라 5,467m)를 추천하고 싶다. 적당히 대중적인 곳과 오지를 두루 경험할 수 있는 매력적인 코스다. 물론 한 달이라는 시간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과 인내, 약간의 모험심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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