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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상서로운 아침의 산

아날로그 시대의 흑백사진 풍경이다. 그림자 못 영지에는 물안개 자욱하다. 불국사 가는 길 올라서 왼쪽으로 경주시 진현동 호텔 옆길 마동 탑마을인데 행사를 하는지 식당가 주차장에 차들이 몰려 있고, 오른쪽 개울에는 졸졸졸 물소리, 마을의 집마다 엄나무 이파리 아직 푸르게 매달렸다. 밭에 배추가 그대로 있는 것 보니 가을 날씨다. 소설 지나 겨울인데도 며칠 전 동해안에 하루 동안 100mm 넘게, 국지적으로 많은 곳 258mm 물 폭탄이 쏟아졌다.
토함산은 해발 745m로 유서 깊은 해맞이 산행지다. 경주 동쪽에 있어 동악, 세계문화유산 석굴암, 석가탑·다보탑의 불국사가 있는 불교 성지 불국이다. 들머리 탑골에서 시계방향으로 토함산 정상, 석굴암, 불국사를 거쳐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데 4시간쯤 걸린다.
마동 석탑 너머 산세가 선명하면서 신령스럽다. 아침햇살에 비친 토함산은 기막힌 풍경이다. 감나무에 까치밥이 달렸고 장미꽃, 만수국으로 불리는 마리골드, 추상고절은 역시 국화다. 집을 짓는 것인지 지난날 왔던 산길을 왼쪽으로 돌려놨다. 15분 걸어서 이정표, 안내 현수막 붙여놨는데 본격적인 등산로 토함산까지 2.8km 거리다.
아침햇살은 오른쪽에서 비추니 나무마다 모조리 왼쪽으로 길게 누웠다. 아침과 저녁 무렵의 그림자는 확실히 마술사다. 탑골로 오르는 토함산 길, 처음부터 부드럽고 완만한 오솔길 참나무 낙엽이 수북 덮인 흙길이다. 이따금 까마귀 깍깍 소리를 낸다.
낙엽이 푹신하게 깔린 오르막길 감태나무 잎은 떨어지지 못해 그대로 달려 있고, 전나무는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섰다. 발밑으로 아직도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 좀작살나무는 잎을 모두 떨어뜨리고 자주색 열매만 남았다. 전나무지대 국립공원 이정표(토함산 2.3·탑골 0.5km), 참나무류 활엽수는 잎이 다 졌고 상록수 전나무만 제철을 만나 파랗다.
이 산의 전나무 나이는 얼추 열 살에서 쉰 살까지, 희망차게 살라며 가지를 위로 쳐들었다. 전나무는 희망의 상징. 활엽수 잎은 지고 상록수 기세는 푸르다. 묵은 일 떨치고 새해 새날 신바람 나는 일상을 기원한다.
곳곳에 지난 여름 태풍 ‘힌남노’ 피해 흔적이 남아있다. 짙푸른 고사리, 마사토·사양토 경사 지대에 나무계단, 식생 마대 등으로 복구를 했다. 토함산 정상은 아직 1.8km 남았는데 길옆에 대여섯 여성들이 쉬고 있다. 전나무 군락지는 거의 끝난 것인지 잣나무 지대에 닿는다.
발밑에 쌓인 낙엽 밟히는 소리, 이마에 귀밑으로 땀이 흘러내린다. 당단풍·굴참·쥐똥·회잎·잣·소나무와 낙엽 속에 푸른 맥문동, 청미래덩굴. 회잎나무 빨갛게 물든 이파리가 매혹적이다. 회잎나무는 화살나무와 다르게 날개가 없다. 5분 더 올라 경사가 급한 오르막 구간(토함산 1.3·탑골 1.5km)에 밧줄을 새롭게 쳐놨지만 연약한 나무에 굵은 밧줄을 매 놨다. 안쓰러운 어린 나무가 버텨낼 재간이 있을는지? 시간이 지나면 고통받다 죽어갈 것이다.
김재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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