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기사 | 구독신청 |

날 것 그대로의 제주를 압축한 소 한 마리

01/10/2023 | 12:52:02PM
날 것 그대로의 제주를 압축한 소 한 마리
[우도 쇠머리오름]

화산섬인 우도는 여의도 세 배쯤 되는 180만 평 넓이지만 주민은 2,000명이 못 된다. 하지만 주민 수의 몇 배나 되는 관광객이 매일 우도를 찾기에 언제나 활기차다. 어업과 농업을 겸하지만, 땅이 워낙 비옥하다 보니 아이러니하게 섬이면서도 수산물보다는 땅콩을 비롯해 마늘, 양파 등 농산물 수익이 더 높은 곳이다. 이처럼 흥미로운 우도의 남쪽 끝에 쇠머리오름이 등대를 머리에 이고 서 있다.

해수를 담수로 바꾸던 우도저수지

성산항에서 배로 10분 남짓이면 닿는 우도牛島는 소가 머리를 들고 누운 모양이라고 해서 이름이 붙었다. 쇠머리오름은 누운 소의 머리, 즉 섬의 가장 높은 곳에서 파수꾼처럼 우도와 주변 바다를 지켜보고 있다.

오름 굼부리의 북서쪽 화구벽을 터뜨리고 흘러간 용암은 북쪽으로 넓고 길게 퍼져나가며 우도를 만들었다. 그러니까 우도는 쇠머리오름 하나로 만들어진 섬인 것이다. 정상부의 등대 앞에 서면 이 점을 또렷이 확인할 수 있다.

오름의 남동쪽은 제주에서도 가장 거칠고 날카로운 해안 단애가 발달했다. 높이 100m가 넘는 이 절벽지대엔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감이 느껴지는 시커먼 구덩이와 동굴 같은 게 여럿 분포한다. 그중 굼부리의 동북쪽 검멀레해변의 것은 ‘고래 콧구멍’이라고도 하는 ‘동안경굴’로, 동굴음악회가 열릴 정도로 내부가 넓다. 물때가 맞는 보름에 한 번꼴로 길이 열려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넓고 완만하게 기운 굼부리 안에 직사각형의 커다란 우도저수지가 눈길을 끈다. 우도 사람들의 식수원이자 간절한 소망이던 이 담수화시설은 1998년에 조성되었다. 그전까지는 빗물을 모아 저장해 두는 ‘물통’을 활용했다. 마을마다 있던 이 물통은 25개쯤이었다고 하는데, 가물어서 물통이 바닥을 드러낼 때면 ‘물 도둑’이 생겨나서 마을마다 물을 지키기 위한 전쟁이 펼쳐졌다고 한다.

그럴 때면 바다 건너 성산포나 종달리로 노를 저어 가서 물을 구해 왔단다. 그러다가 1953년에 하우목동 청년회가 주축이 돼서 깊이 11m에 달하는 저수지를 만들었고, 그것이 발전해 우도저수지가 되었다. 해수담수화시설은 그후 12년간 우도의 식수와 생활용수를 책임졌는데, 2010년 12월, 우도와 본섬을 잇는 16km의 상수도관이 놓이며 지금은 우도 전 지역에 수돗물이 공급된다. ‘유휴 시설’이 된 우도저수지는 현재 활용 방안을 두고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저수지 남서쪽에 봉긋한 봉우리가 솟았다. 자락부터 꼭대기까지 무덤으로 가득한 이곳은 쇠머리오름이 품은 알오름이다. 그러니까 쇠머리오름은 굼부리 안에서 또 화산이 폭발한 이중화산체인 것이다.

관련 기사보기
이토록 장엄한 빙하도 언젠가 숨이 멎겠지…
남한강 구비구비 375㎞, 여강에서 꽃 한송이 피우다
수도권에서 맛보는 ‘강원도 산세’
태평양과 빙하와 우림이 공존 ‘거인의 땅’
정상 일출, 8부 능선 만경사 일몰 일품
수행하며 해탈에 이르는 ‘달마의 길’
절대 아래를 보지 마세요! 절벽에 매달린 오싹한 길
안나푸르나에서 닭 백숙을 삶다
새해, 상서로운 아침의 산
만년설, 야생화, 활화산이 한 곳에
comments powered by Disqus
미주조선일보 회사소개 지면광고 구독신청 기사제보 온라인광고 인재초빙 미주조선 TEL(703)865-8310 FAX(703)204-0104
COPYRIGHT ⓒ Chosunilbousa.com 2007 - 2022 이메일 | 개인정보보호정책 | 저작권안내 | 콘텐츠 제휴문의
뉴스 및 콘텐츠를 무단 사용할 경우 저작권법과 관련,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poweredby 4uhomepa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