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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소박한 밥상처럼, 백반은 절제의 맛

05/27/2020 | 10:54:01AM
어머니 소박한 밥상처럼, 백반은 절제의 맛
"맛이 변하는 것은 결국 욕심 때문 아닐까요?"

세상 진미(珍味)를 다 맛봤을 것 같은 식객(食客) 허영만(72)이 돌아온 곳은 어머니가 차려주신 듯한 소박한 밥상이었다. '흰밥에 국, 몇 가지 반찬을 얹어 내는 한 상 차림'을 뜻하는 백반에서 그는 '넘침'보다는 '절제'가 주는 맛과 아름다움을 찾고 있었다. 그는 "만화 '식객'때도 그랬지만, 유명해진 뒤 맛이 변하는 식당이 있다"면서 "양념 많다고 다 맛있는 게 아닌데, 욕심 때문에 자꾸 뭘 더 집어넣는 집들을 보면 참 아쉽다"고 했다.

그가 이름나지 않고, 작고 소박한 백반집들을 찾아다니는 이유다. 원래는 아무한테도 알리지 않고 혼자 다녔던 은밀한 탐방이었다. "'식객' 끝내고 새로운 스토리도 찾을 겸, 한동안 허름한 밥집을 찾아다녔어요. 헌데 거기에 어떤 맛집에도 없던, 우리 어머니가 차려주던 '그 맛'이 있지 않겠어요."

처음엔 만화로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한 명 한 명 이야기를 듣다가 일찌감치 포기했다. "다들 '마지막 장사'였어요. 어느 하나 가슴 아픈 사연 아닌 곳 없었고, 펑펑 우는 분들도 많았지요. 만화보다 방송용으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방향을 틀어 작년 5월부터 TV조선에서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을 시작했다.

허영만의 백반론은 단호했다. 그는 "딱 필요한 만큼 만들어 단골 장사하고, 필요한 만큼만 이득을 취하는 세계가 백반"이라고 했다. "실제로 섭외 도중 TV에 나와 사람 몰리면 단골손님들 불편해질 테고, 원래보다 많은 양 만들면 맛이 변할까 걱정하며 촬영을 거절하는 분들도 많았다"고 했다.

만화 대신 방송을 택한 데 따르는 고통은 감수해야 했다. 그는 "순전히 '말'로만 맛을 표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면서 "집에 있는 음식 관련 책은 다 뒤져보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도 펼쳐서 멋진 표현을 찾아봤는데, 카메라 앞에선 까맣게 기억이 안 나더라"고 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쌓여 '얘는 집에서 공부만 하는 애 맛이고, 얘는 뒷골목에서 돌멩이 들고 다니는 놈 같아. 맛이 거칠어. 그래도 나중에 크게 될 놈'(2020년 4월 3일 방송) 같은 애드립이 가능해졌다. 강릉 어느 식당에서 섭(자연산 홍합)미역국과 섭국을 맛본 뒤 터뜨린 비유다.

방송 1주년을 맞아 최근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가디언)이라는 책도 발간했다. 매주 쉬지 않고 찾아다닌, 전국 백반집 200곳 리스트를 담았다. 한 편 한 편 작가들이 직접 찾아가 맛을 보고 검증된 곳만 섭외했기에 여느 책들과는 밀도가 다르다. 호들갑스럽지 않게 음식 사진과 운영 시간, 간략한 설명만 담았다. 그는 "열 명의 작가들과 함께 전국을 누빈, 그야말로 발로 뛴 책"이라면서 "일일이 다 먹어보고 섭외하느라 작가 중 한 분은 체중이 14㎏이나 늘었다"고 했다. 그는 "만 원짜리 한 장이 아직 쓸모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것은 큰 즐거움"이라며 "이 책 한 권이면 전국 어디를 가도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좋은 끼니를 챙기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허영만이 소개한 백반 맛집 선정 기준은 "철저히 '로컬 룰'(지역 원칙)을 따른다"였다. 일단 역이나 터미널에 도착하면, "①택시 기사들에게 물어보고 ②전통 시장 상인들에게 확인하고 ③직접 담근 김치가 맛있는지, 나물은 뭐로 무쳤는지 살피는 세 가지 순서를 거친다"고 했다. 그는 "누구든 이 정도 원칙을 지키면, 맛집 찾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올가을쯤 새 만화도 나온다. 그는 "취미와 관련된 내용이고, 문하생들과의 작업이 아닌 나 혼자 그리는 작품"이라고 했다. 볼거리, 먹거리 많은 세상이지만 만화든 음식이든 그는 여전히 자기 방식대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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