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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가장 아찔한 왕의 오솔길. Caminito Del Rey #2

03/21/2019 | 09:13:15PM
세상 가장 아찔한 왕의 오솔길. Caminito Del Rey #2
Photo Credit: pickupimage.com
새벽부터 서둘러 온라인 상으로 구입하지 못한 한정된 왕의 오솔길 입장권을 먼저 가 줄을 서서 얻기 위하여 숙소를 나섭니다. Spain 왕의 오솔길의 정식명칭은 'El Camino Del Rey' 로 스페인 남쪽 끝에 있는 자치지방 안달루시아(Andalucía)에 위치한 암벽등반로로 유명한 엘코로 협곡(El Chorro)의 Makinodromo로 가는 길에 있습니다. 1901년 Chorro폭포와 Gaitanejo폭포를 연결하기 위한 길로 1905년 완공된 길인데 그 목적은 댐을 짓고 수도관을 통과시키기 위해 만들어 졌던 화강암 협곡에 있는 고도의 진입로입니다. '왕의 오솔길(The Kings little pathway)'로 알려진 이유는 1921년 알폰소 13세의 취임식 때 저 길을 건너서 가겠다는 말을 남긴 후의 일인데 이후로는 한 번도 보수작업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현재까지 이 길을 지나다 20여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999년과 2000년 사이에는 4명이나 사상자가 발생된 계기로 2011년에 출입이 금지되었다가 보강을 한 후 2014년 9월 다시 개장하였습니다. 절벽으로 나 있는 낡은 이 길은 저승사자와 동행하는 길로서 통행이 금지 되어 있는데도 스릴과 모험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한번 씩 찾는 곳이기도 하였습니다. 전체 길이는 약7.7km이며 이 중 2.9km가 나무 패널로만 이뤄져 있습니다. 수백 미터 깊이의 아찔한 협곡은 “왕의 오솔길”의 핵심코스로 클라이머들을 비롯해 일반 여행객들도 스릴을 즐길 수 있도록 보수 공사가 진행되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길에서 세계에서 가장 짜릿한 트레킹 코스로 탈바꿈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결국 그 길위에 발을 들여 놓지 못하고 맙니다. 하루 당일로 완주할 수 있는 이 길을 만일을 대비해 3일을 체류하도록 일정을 부여했는데도 말입니다. 이유는 이번 늦가을에 강타한 유럽전역의 태풍과 홍수 때문이었습니다. 이전에 체류했던 베네치아 전 도시가 범람한 물 때문에 잠겨버린 초유의 대 홍수. 이 때문에 동행들은 안위를 걱정해 확인하는 지인들의 전화를 답해주느라 바빴습니다. 하는 수 없이 트레일 시작부분과 끝나는 부분의 대체 트레일을 걷기로 하고 산을 오르는데 곳곳에 산사태가 일어나 유실된 도로와 흙더미 그리고 처참하게 찢겨진 거목들을 보면서 지나간 물난리가 얼마나 광폭했는지 실감이 났습니다. 우리처럼 종주의 꿈이 무너진 낙심한 무리들과 인사를 주고 받으며 산길을 오릅니다. 산마루를 넘으면서 서서히 가이타네스 협곡의 아찔한 풍경이 조금씩 펼쳐지며 깊고도 깊은 산아래 왕의 오솔길이 선명하게 이어져 있음이 한눈에 잡힙니다. 유장한 강물은 이리저리 휘돌아 가고 나무 널판지 길이 절벽에 붙어 나있고 무심한 구름이 그 산하를 휘감고 있습니다. 영겁의 세월동안 과달오르세 강의 흐름에 침식되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이 협곡의 정점에 올라 내려다 보니 자연스레 내가 왕이 되어버린 우쭐함에 표정도 근엄해 지는것 같습니다. 세차게 불어오는 산정의 바람에 아랑곳없이 한동안을 장승처럼 버티고 산하를 굽어봅니다.

다시 하산을 하고 차를 몰아 카미니토 델 레이의 회항길이자 종착지인 엘코로 달려갑니다. 입구로 향해 오르막길을 쉼없이 올랐지만 굳게 닫힌 출입문. 안내소에서 튀어나온 국립공원 레인저가 졸음에 겨운 게으른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더니 자초지종을 설명해줍니다. 쏟아 부은 듯한 집중호우. 유럽을 적시고 적셔 삼켜버렸다는 침튀기며 과장하는 표현들을 귓전으로 흘려보내며 거대한 바위산 사이로 연결되어있는 다리와 하이라이트 왕의 오솔길과 그 아래 풍경들을 감상합니다. 젓가락 처럼 호수위에 가득 채워진 나무들. 역시 홍수와 산사태의 처절함이 그대로 보여지는 광경입니다. 오늘은 한없이 맑고 푸른 하늘이 드리워지고 밝은 햇살이 은총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는데... 서글픈 마음으로 하산을 하고 기찻길 옆 카페에 자리잡고 해갈을 위한 생맥주를 마시며 허전한 마음을 달랩니다. 오로지 이곳 엘코로에서 아달레스댐으로 가기 위해 바위산을 뚫어 개설한 기찻길도 안전 보수를 위해 통행금지라 적막한 기차역에는 녹슨 철마만 선로에 덩그러니 올려져 있습니다. 사실 그 길위에 서보지 않았기에 세인들이 평한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인지는 검증할 수 없지만 먼 풍경을 통해 가슴으로 전해오는 느낌은 그저 아쉬움 뿐. 원한다고 얻을 수 없음이 우리 인생에 얼마나 많은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상위에는 빈 머그잔이 하나둘 늘어만 갑니다. 가을 하늘은 오늘따라 왜 이렇게 유난히 청명한지 얄밉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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