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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끝자락에 들어간 버지니아 셰난도어 국립공원

07/26/2018 | 08:42:17PM
가을의 끝자락에 들어간 버지니아 셰난도어 국립공원
Photo Credit: pickupimage.com
아침을 열었습니다. 바람이 제법 차졌습니다. 다가와 머문지 얼마나 되었다고 가을은 벌써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본디 성미 급한 계절이라 여겨지는 가을이지만 아플 겨를도 없이 가버리는 올해 가을은 유난히도 짧았던 것 같아 많이도 서운합니다. 들녘에 떨고 섰는 풀잎들을 가득 덮은 서리가 하이얀 눈처럼 깔려있는 만추의 서정이 풍성한 아침 풍경입니다. 힘겹게 차오르는 가을 태양 아래 그 서리들이 조금씩 녹아가더니 신비스럽도록 아련한 안개로 피어오릅니다. 농무짙은 아침은 맑고 청명한 기후의 하루를 선사한다 했던가? 가을산의 색감을 한껏 즐길수 있을 오늘의 산행이 무척 기대되는 설레임으로 채비하는 손길이 무척 바쁘게 돌아갑니다. 안개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거북이 걸음으로 길을 헤쳐갑니다. 예정보다 늦게 출발해 도회지를 떠나 셰난도어 가는 한적한 시골길로 들어서니 어느새 안개는 말끔히 걷히고 저멀리 셰난도어의 산군들이 선명한 모습으로 시야에 가득 차 들어옵니다. 해마다 철마다 가는 이길은 천변만화하는 풍경들을 보여줘 그때마다의 감흥이 새로우니 길이 멀다 여겨지는 일이 결코 없습니다. 고개마루 올라 갈 때 서서히 차오르는 셰난도어 산군. 그리고 파도처럼 이어지는 산너울. 마음은 어느새 맑디 맑은 한수가 흐르는 계곡길을 걷고 있습니다. 자연을 벗삼아 살아가는 삶은 이렇듯 도시 생활에서 무디어진 감성을 일깨워주고 물욕없는 여유로운 풍족함이 넘치는 은총의 나날이 되게 하여줍니다.

사랑이 식지 않는 아름다운 협곡의 산길 오늘은 셰난도어 센트럴 디스트릭트에서 첫손에 꼽히는 수려한 계곡 산길 White Oak Canyon Falls 트레일을 올라 깊은 계곡을 발아래 두고 하산하는 Cedar Run 트레일을 따라 내려오는 9마일 코스로 정했습니다. 2마일 정도 청정옥수가 흐르는 계곡을 따라 오르며 6개의 풍치좋은 폭포를 감상하며 오르는 폴스 트레일은 등정에 지쳐 한숨 몰아쉴때 마다 비경을 보여주며 위안을 얻는 길이기도 합니다. 1마일 정도 몸을 푸는 과정이라 여겨지는 엎 앤드 다운의 물길을 따라 걷다보면 메인 Lower 폭포의 미니어춰 같은 첫번째 폭포나온 뒤 뒷켠에 웅장하게 펼쳐지는 압권의 메인 폭포가 나타납니다. 이곳은 깊고 넓은 소를 만들어 대형 풀장이 되니 여름날에 숫제 수영을 하기 위해 반라의 복장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세번째 폭포는 접근하기 어려운 그래서 여름이면 소리만으로 겨울이면 먼 발치에서 바라보는 피안의 것이며 네번째 폭포는 어우러진 주변 경치가 미려한 곳이라 잠시들 신발을 벗고 발을 적시기도 합니다. 다섯번째 폭포는 계절폭포로 수량이 풍부한 봄이나 호우 뒤에 볼수가 있는데 좌측 산 하나 전체가 폭포가 되어 갈기갈기 찢어져 온산을 적시며 흘러내리는 물의 향연은 가히 명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겨우내 통토가 풀리고 잔설이 녹는 초봄에나 볼수 있는 진귀한 풍경입니다. 6번째 폭포는 계단식 폭포로 그 연장은 가장 길면서 수량이 풍부한 시즌에는 그 수려함이 어느 것에 뒤지지 않습니다. 화이트 오크 캐년 폴스 트레일은 난이도나 그 풍경 때문에 등산애호가들의 사랑이 식지 않는 아름다운 협곡의 산길입니다.

아껴둔 가을색이 더욱 돋보이는 계곡의 풍경 재잘대는 계곡물 소리를 들으머 산행은 시작됩니다. 각각 다른 방향에서 흘러내려온 두줄기의 시내를 건너는 다리 두개를 지나고 지난한 고갯길을 오를수 있게 몸을 풀라며 완만한 경사길을 이야기 꽃을 피우며 한가로이 걷게 해줍니다. 깊고 푸른 창공에서 울리는 산새소리 더욱 청명하며 물기없는 가을 햇살에 마지막으로 타오르는 단풍들이 그 색을 더욱 붉게 하는 길.청춘의 황혼처럼 마지막으로 불태우는 빛이 아름답듯이 아껴둔 가을색이 더욱 돋보이는 계곡의 풍경입니다. 가지 끝에 매달려있는 마지막 가을은 계절의 탈바끔을 가장 선명하게 확인할수 있는 시간입니다. 회색빛 창연한 바위들 틈으로 흐르는 맑은 물. 그 바쁘게 쫓아가던 물들이 잠시 숨돌리며 쉬어가는 군데 군데 여울목에는 멀리서 보면 산을 품고 비춰보이고 가까이서 보면 바닥까지 선명하게 보이는 명경지수입니다. 가을의 잔영이 그대로 비치는 용소는 맑디 맑아 여름내 풍성하게 빚은 영양을 섭취한 무지개 송어들이 제법 크게 자라 철만난 듯 한가로이 유영을 하고 있습니다. 무릇 송어란 일급수의 맑은 물에서만 자라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지만 그 물 또한 차야지만 살아간다 합니다. 그래서 민물 고기로 회로 먹을수 있는 몇안되는 귀한 어종이기도 합니다. 십여년 전에 한국일보 이종국 기자의 소개로 메사누턴 산자락에서 흘러내려오는 청정한수로 키우는 온돌프 송어 양식장이 소개되어 워싱턴 한인 미식가들의 입소문을 타고 지금까지도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가 되었는데 아쉽게도 여름 시즌만 개장을 하여 어쩌면 가장 회로 즐길수 있는 지금이기에 더욱 간절한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회로 먹지 않는 그들과의 문화적 이질이 수용하기 힘든 안타까운 계절입니다. 자연이 펼쳐놓은 계절의 한페이지 그 안타까움을 달래주듯 웅장한 풍채를 보여주는 폭포가 눈에 찹니다. 본디 넓은 바위를 가득 채우고 힘차게 떨어지는 대형 폭포인데 오늘은 적은 수량으로 인하여 두줄기로 나누어진채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늦가을 햇살에 비끼는 군색한 단풍잎들과 조화를 이루며 한폭의 명화를 그려내니 산객들의 그 마음을 붙들고 걸음을 붙잡습니다. 모두들 폰카메라로 풍경을 찍고 그 풍경화속으로 들어가서 찍어주고들 하며 기억을 추억으로 만들어 줍니다. 이제부터 마지막 폭포 까지 1마일 이상 이어지는 가파른 비탈길. 긴장되는 순간입니다. 바위길이라 한발 한발 내디디기가 쉽지않아 몸은 경직되는데 엄살을 떠는 젊은 초보자와는 달리 적지않은 나이가 무색토록 성큼성큼 손쉽게 올라가는 노선배들. 그것을 연륜이라 할수 있겠죠.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비탈길을 멈추려 하면 다시 누그러트린 길이 나오니 한숨 돌리며 그냥 가게되고 또 그렇게 이어지고 이어지는 길. 한세월 굴곡진 삶을 살아보니 오르막 길이라고 무서운 것만이 아니며 평지라고 가볍게 볼일이 아니며 내리막 길이라고 마냥 즐거워 할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인생이란 그런 고난과 행복의 연결인지도 모르니까요. 문득 산길에서도 그 나라의 국민성을 짚어보게 합니다. 성급한 한국민들은 반드시 정상을 정복하여야 하고 그래서 길이 얼마나 가파른지 모릅니다. 숨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고 하는 깔딱고개가 수도 없이 많고 그래서 무척 힘든 산행이 됩니다. 반면에 이곳의 길은 이리 저리 둘러서 그리 힘들지 않게 여유있게 만들어두었습니다. 어쩌면 정상정복의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을 중요시하고 그 길 하나하나를 여유있게 걸으면서 그 자체를 즐기고 자연을 한껏 감상하라는 배려인지도 모르죠. 끝없이 이어지는 오름길을 좌우로 펼쳐지는 바위 병풍의 격려를 받으며 다다른 마지막 폭포. 깊은 계곡아래로 7단으로 끊어져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 들이 힘차게 흘러내립니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시원해지고 땀에 젖은 몸도 이내 식는듯 합니다. 저렇게 숱하게 흩어져 어지럽게 내려도 모이는 곳은 한곳입니다. 소에 모인 물들은 한줄기 강이 되어 흘러갑니다. 혼탁한 인생 영위해도 우리가 가야할 길은 한 길이듯이,, 물과 바위가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놓은 풍경화. 자연이 펼쳐놓은 계절의 한페이지. 책갈피 끼워놓고 그리움이 일면 두고두고 펼쳐보고 싶은 그런 풍경입니다. 나에게는 함께 오르며 만들었던 숱한 추억들이 베어있어 더욱 소중한지도 모릅니다. 발아래 펼쳐지는 깊은 계곡. 백참나무 가득찬 감히 캐년이라 이름 붙여준 셰난도어의 명경을 가슴에 담습니다.

소방도로를 따라 다시 열심히 오르니 홀스 트레일이 나타납니다. 일단의 승마애호가들의 행렬들도 만났습니다. 마상에서 그리고 길위에서 만난 우리들은 어쩌면 서로들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이 지난한 길을 여유롭게 말을 타고 오다니 하는 마음과 이 험준한 바위길을 건각으로 올라오다니 하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그들과 수인사를 나누고 하산길로 접어듭니다. 깊은 계곡을 좌우로 번갈아 두며 산마루를 걷는 길. 많이 듬성해진 나무 사이로 펼쳐지는 크고 작은 폭포와 어우러진 가을산을 즐기면서 내려옵니다. 무릎이 않좋은 이들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파른 경사길입니다. 시간이, 세월이 많은 것을 해결해주는 법. 어느새 산행을 마감하고 기다리던 일행과 합류했습니다. 지리한 기다림에 지쳤을법도 한데 모두들 미소 가득한 얼굴로 무사 귀환을 반겨맞이합니다. 열심히 걷고 오르고 내린 오늘 하루. 행복한 피로와 즐거운 고단함이 허기가 되어 몰려오는 시간입니다. 이런 자연의 품에서 어떤 것이든 맛있지 않은 것이 있으랴만 참으로 달콤한 늦은 점심식사를 한껏 즐깁니다. 모두 함께여서 더욱 행복한 식사인지도 모릅니다. 그런 모습을 보는 내 마음에는 작은 보람으로 영글어집니다. 오랜 세월 한번이라도 걸린 일 없이 사시사철 뜨거운 압력 솥밥에 따스한 국물을 취사해주며 걸어왔는데 때론 인간적인 배신과 서운함에 과연 이런 일을 계속해야 할 것인가 하는 갈등도 없진 않았지만 진심으로 감사해하며 그 마음을 전하는 이들과 또 저리도 기쁨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회원들을 보면서 헝클어진 내 마음을 다시 다잡고 순간적인 후회에 대한 민망함으로 다시 시작하게 해주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내 한몸 수고해서 많은 이들이 행복해지는 일. 보람있고 가치있는 일이 아닐까? 스러지는 모든 것들이 마지막으로 발하는 빛은 슬프도록 아름답습니다. 한해의 결실을 맺으며 유난히도 수없이 많은 영욕이 교차한 내 삶의 회환과 미련 마저도 휘황한 빛갈로 덮어주는 가을이 그렇고 하루를 마감하며 산정에 걸려 피빛으로 타오르는 저 노을이 그렇습니다. 산그늘 길게 누은 낙엽길을 우리는 또 하루의 목표를 이룬 자긍을 가슴에 품고 생활전선으로 힘차게 되돌아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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