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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를 이고 환대하는 셰난도어의 명산 올드랙

07/26/2018 | 08:37:51PM
바위를 이고 환대하는 셰난도어의 명산 올드랙
Photo Credit: pickupimage.com
길섶을 밟는 발길에 채이는 이슬방울이 섬뜩하니 이젠 정말 차가웁다는 느낌을 주는 이른 아침. 일상의 윤회에서 벗어나 마음은 이미 먼저 보내버린 채 길을 나섰습니다. 하루 걸러 월, 수요산행 모두를 산의 정상부분이 모두 바위길로 이루어져 고되고도 흥미로운 올드랙 마운틴 산행을 위해서입니다. 노스, 사우스 그리고 센트럴 디스트릭트 세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 셰난도어 국립공원은 북부 보다는 남으로 가면서 더욱 명산의 면모를 보여주는데 중부지역에는 우리들에게도 친밀한 메리스 락, 스토니맨 마운틴, 리틀 데블스 스테어, 화이트 오크 캐년 폴스 트레일 등의 아름다운 산길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습니다. 저마다 물과 계곡과 폭포와 바위등으로 치장하여 풍광을 선사하는데 오늘 오르는 이 기묘한 올드랙 바윗길은 등산의 참맛을 느끼게 해주는 독특한 길이이기도 합니다. 이런 산들을 품고 있는 셰난도어가 우리 곁에 있어 워싱톤 사람들은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지 모릅니다. 올드랙은 등산에 관심이 있는 워싱톤 사람들 치고는 한번이라도 아니 다녀가지 않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산인데 수억년이라는 오랜 세월 화강암의 융기와 침식으로 기기묘묘한 바위들의 군상을 탄생시켰고 그 사이로 걷고 오르는 즐거움은 따분한 초반 트레일의 고된 여정에 대해 위안이라도 해주듯 흥미롭습니다. 올드 랙(OLD RAG)이라고 어느 누가 명명하였는지는 몰라도 산의 정상부분이 그 육중한 바위들이 너덜거리는 누더기 처럼 헤어져 균열과 돌출 침강 등의 여러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음이 천상 이름 그대로이며 참으로 발칙하게도 붙여주었다 여기게 합니다.

한적하고 목가적인 농촌 풍경이 그대로 누워있는 포트 밸리 로드를 따라 신나게 달리면 오른 편 저쯤에서 누더기 산정을 하고 있는 올드랙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오늘 우리가 오를 길을 마음에 그리며 바위틈마다 이어져 있는 길을 추적해 올라가봅니다. 멀리서도 보고 즐길수 있는 풍광을 근엄하게 펼쳐보입니다. 덜컹대는 비포장길을 달려 마침내 이른 트레일 헤드. 평일인데도 차들이 제법 많이 주차되어 있는 걸 보니 과연 명산의 면모를 지녔으니 세인들의 발길이 잦을수 밖에 없다는 인정을 해주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신작로를 따라 몸을 풀듯 평지를 걷다 이내 시작되는 고난의 비탈길. 그저 묵묵히 숲을 지나며 흔들고 가는 바람소리와 온갖 풀벌레 소리와 간헐적으로 울어주는 새소리를 들으며 산을 오릅니다. 간단없이 이어지는 비탈길. 일주일이면 서너번을 찾는 성상을 십수년 넘겼으나 그래도 올때마다 항시 힘이 듭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오래 그리고 많이 등산을 했다고 더욱 기량이 생기고 힘이 솟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고통이 수반되어도 그 힘든 고비를 참고 견딜수 있는 인내심이 길러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하나뿐인 자식과 남편을 한해 걸러 모두 잃어버렸던 작가 박완서님이 어떻게 이런 고통을 극복해내셨습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제가 무슨 힘이 있어 극복을 하겠습니까? 그저 참고 견디는거죠 하고 했다합니다. 산은 정복의 대상도 등반의 지난한 고통도 극복해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참고 견디며 버티는 것일뿐. 우리는 그래서 주어진 숙명처럼 여기고 오늘도 산을 오릅니다. 나와의 대화. 나를 달래고 나와의 싸움을 이어가며 오르는 등산. 그래서 우리 산사람은 조금씩 겸허해지고 인생의 농익음을 얻어갑니다.

온몸이 땀에 젖고 열기로 가득할 즈음에 일차 정상에 도달했습니다. 좌로는 스페리빌 한촌의 풍경이 한가롭게 누웠고 우로는 깊을 골과 높은 산을 어어가는 셰난도어의 산군이 펼쳐져 있습니다. 한결 시원스레 불어오는 바람에 대적하며 한시름 놓고 산하를 둘러봅니다. 참으로 아름답기 그지 없는 풍광입니다. 고색창연한 바위들. 그 틈으로 그림처럼 그려진 노송들. 그 여백에 가득 채워진 숲. 플라톤은 사랑을 하면 모두가 시인이 된다고 했답니다. 청춘의 사랑도 황혼의 사랑도 애절한 것은 매 한가지이겠지만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희열이며 기쁨이고 희망이기에 세상이 모두 아름답게 여겨지고 삶을 예찬하고 싶어지지요. 산도 자연도 마찬가지입니다. 산도 자연과도 사랑에 빠질 때 이들이 풍기는 매력에 젖는다면 가슴이 벅차도록 끓어오르는 환희와 기쁨이 비록 무언의 언어이지만 가슴에는 서정이 치솟고 시심이 동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산에서 시인이 됩니다. 어줍잖게 한글 한문단 가슴에 써보는 우리들의 시. 비록 기록할수는 없고 또 그럴 수작은 아니더라도 숨김없는 진실함이 베어있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네발 등반이 시작됩니다. 오늘 참가자의 반 정도는 하산하기로 하고 나머지 반이 정상 정복조로 참여했습니다. 좁지만 긴 침니락을 통과하면서 시작되는 바위산 오름은 깍아지른 절벽을 바로 곁에 두고 아슬아슬하게 걷기도 하고 하늘로 통하는 통천문을 지나며 감격하기도 하고 좁은 바위 틈새를 지나면서 머리도 부딪히며 함께 웃어주고 흔들바위에서는 힘을 모아 밀어도 보고 높게 깍여진 바위틈에서는 서로 손을 맞잡고 이끌어주며 정으로 믿음으로 함께 가는 길이며 동행입니다. 산에서 맺은 인연, 우정으로 다지며 서로에게 작은 힘과 위안이 되어주려 모두들 노력합니다. 어느 부모 형제보다 더 자주 만나 산을 찾는 가족같은 공동체. 소중한 만남을 고이 이어가기 위해 서로에게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돌산을 오르며 일어나는 헤프닝에 까르르 웃음소리 빈 하늘을 울리고 온갖 묘하고도 우스꽝스런 자세로 바위산 한고비를 넘고나니 짙은 숲속에 신이 손질한 어여쁜 꽃길이 이어집니다. 특히 산데이지(Black Eyed Daisy)가 노랗게 지천으로 피어 우리를 반겨줍니다. 숲과 꽃이 어우러져 환대해주는 이 길. 작은 흥분을 억제하며 그 길을 지나고 아쉬움에 한 풍경 사진기에 담아봅니다. 정상에 가까워지는 길가에는 어느새 성급한 가을이 살포시 가지위에 내려 앉아 바람에 하늘거립니다. 머지않아 이 산 가득 채워질 가을 단풍의 절경들이 지난 시절 음각으로 새겨 두었던 기억속에서 끄집어 내어 한장 한장 펼쳐봅니다. 부풀어 오르는 가슴. 그리고 그 기다림. 가을은 이미 우리들 마음속에 와 있습니다.

드디어 정상에 도달했습니다. 해발 1천 고지. 주상절리의 비경은 아니더라도 제멋대로이지만 그래도 빈틈없는 조화를 이루어낸 바위군의 정상은 오늘도 비와 바람에 씻기고 깍이면서 나름의 수려함을 보여줍니다. 고목과 괴암의 어울림 뒤로 셰난도어 스카이라인이 실처럼 풀어져 이어 달리고 있고 그 앞으로 매 한마리 유적한 비상을 즐기고 있습니다. 셰난도어의 최고봉이래야 일천이 조금 넘지만 여타 산들이 3천이 넘어서면서 수목 한계선이 형성되는 것과 똑같은 표징을 보여줍니다. 키작은 관목들이 얽히고 섥혀 군락을 이루고 세월을 가늠할 수 없는 고사목이 즐비하고 다른 식물의 분포 또한 3천 고도의 산들과 별반 다를것 없는 특징입니다. 이러한 연유로 셰난도어가 국립공원으로 격을 지키고 있지 않나 여겨집니다. 정상에 서서 발아래 펼쳐진 여름의 마지막 풍경을 마음에 새겨놓습니다. 준비해간 생선회를 썰어 정상주 한잔씩을 나누는데 한국인도 섞여있는 일단의 대학생 무리들이 부러운듯 한국 음식을 화두로 삼아 이야기 꽃들을 피웁니다. 풍족하지도 않았지만 함부로 음식을 줄수도 없는 미국 땅. 그냥 마음으로 대접했습니다. 정상으로 오른 학생들이 그 특유의 젊음을 마음껏 발산하며 재미있는 포즈로 사진들을 찍는데 우리도 흉내라도 내듯이 설정 사진을 한컷 찍어봅니다. 모두 두팔을 하늘 향해 벌리고 점프를 합니다. 워싱턴의 지붕위에서 또 다시 하늘을 향해 도약해보는 동심. 이어지는 웃음바다. 이런 명산을 오르내리며 얻는 산행의 즐거움과 삶의 기쁨. 그래서 산사람들은 더욱 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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