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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난도어로부터 버림받은 산, 시그널 높

07/23/2018 | 11:06:10PM
셰난도어로부터 버림받은 산, 시그널 높
Photo Credit: pickupimage.com
가을은 하늘부터 내리고 봄은 땅으로부터 솟는다고 했습니다. 잠든 바다를 깨우고 달려온 봄은 뭍으로 올라 온 산하를 연록으로 물들이고 다시 산으로 오릅니다. 세속은 완연한 봄이건만 산은 언제나 계절이 늦게 찾아와 아직 열병을 앓고 난 듯 수척한 얼굴로 우리를 맞이합니다. 아마 계절도 산을 오르기에는 버거웁고 시간이 제법 걸리나 봅니다. 그러나 흐르는 세월 속에 우리네 인생도 하 수상하듯 세월이 흘러가면서 계절이 바뀜에 있어 산도 어쩔 수 없는 법. 어김없이 계절은 돌아왔습니다. 고단한 삶의 전장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의 휴식을 얻기 위해 떠나는 산행 길. 그 길을 가면서 우리는 고마운 삶의 갓길을 무수히 만납니다. 오늘처럼 봄빛이 무르익는 날, 우리의 삶을 진정 그윽하게 해주는 자연 속의 온갖 피조물들. 흐르는 물이며 나부끼는 바람이며 하늘거리는 꽃이며 돌아와 노래하는 새들이며... 달리는 66번 웨스트 방향의 갓길에는 유채 꽃 만큼이나 샛노랗게 피어있는 들꽃의 무리들이 참으로 탐스럽게 피어 우리를 환대해주고 있습니다. 그리 어둡지 않은 하늘에서는 봄 세우가 부드럽게 흩날리며 봄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이비가 그치면 온 산하는 겨울의 옷을 완전히 벗고 참 봄을 맞이할 것입니다. 이처럼 봄은 유독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모든 것이 살아 생동하는 활기찬 몸놀림에 우리가 살아 있음도 함께 느끼고 온 산하가 원색의 물결로 출렁이니 우리의 마음도 함께 흔들립니다. 이처럼 곱디고운 봄의 색채들이 여심을 마구 흔들어 놓으니 정녕 봄은 여인의 계절이라고도 하는 가 봅니다.

셰난도어로부터 버림받은 산, 시그널 높

셰난도어 산군으로부터 버림받은 산, 시그널 높 마운틴. 들뫼바다 봄 산행 이벤트로 향하는 이곳을 화요 수요 주말 토요 일요팀 모두가 한번 씩 다녀가기로 했습니다. 66번 웨스트로 가다 6번 출구인 프론트 로열로 들어서 셰난도어 강을 건너기 바로 직전 55번 노스(웨스트) 방향으로 꺾어 6마일쯤 가다가 Fort Valley Rd.를 만나면 좌회전해서 유장한 시냇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3마일 정도 가면 오른쪽으로 산행을 시작하는 주차장이 나옵니다. 겨울이 녹아 힘차게 흐르는 시냇물의 계곡은 저마다 알고 있는 계곡과 흡사하다며 잠시 추억의 뒤안길을 더듬습니다. 우이동 계곡, 불영계곡, 등등... 그곳에서 잠시 잊었던 봄노래를 회억하고 함께 따라 부르면서 영혼의 안식을 취하게 합니다. 해발 700미터 높이의 아담한 산인데 시작점의 고도가 200미터라 500미터 정도의 등정을 하면 시그널 높 정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학교 가까이 산다고 공부 잘하란 법 없듯이 산이 가까이 있다고 쉽게 오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왕복과 선회로가 있는데 왕복은 10마일 정도로 제법 흥건한 땀을 쏟아내게 하는 네다섯 시간 걸리는 빡빡한 산행코스라 근력운동을 원하는 인파들로 상당히 붐비는 편입니다. 산길이 대부분 바윗길인 악산이기에 그만큼 풍치도 빼어난 장점을 지니고 있는데 산허리를 휘휘 돌아 길을 내어 오르기 쉽게 만든 완만한 경사의 길에는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이들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산모퉁이를 돌때 마다 셰난도어 산군이며 메사누턴 산군들을 다양하게 조망케 해주는 이 길에 온갖 봄꽃과 꽃나무들이 미려하게 만개하여 봄 산 시그널 높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봄 산은 온통 수줍음으로

지류 계곡을 흐르는 청아한 물줄기를 거슬러 오르면 산행은 시작됩니다. 심산유곡을 흐르는 물. 탁한 세상을 맑게 정화시키는 것은 언제나 자연인 것, 인근 동리의 식수를 공급하는 듯한 저수장비가 있는 약수터에서 겨우내 묵혔던 온갖 풀과 나무의 향내를 맡으며 한 그릇씩 약수를 마시며 갈증을 해소합니다. 꾸준한 경사로를 오르는 길목에는 앙증맞은 들꽃들이 해맑은 얼굴로 우리를 쳐다보면 뭐라고 대화를 시도하는 듯합니다. 영아의 조그만 조막손 같은 여린 풀잎들은 물오른 가지마다 맺혀서 저마다의 봄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오감을 열어두고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걷는 길. 부지깽이 풀(dame's violet)이며 혈근초(bloodroot), 꼬리 풀(speedwell), 연보라 잎이 바람에 나폴 거리는 제비꽃(violet), 아네모네라 불리는 숲 바람꽃(wood anemone), 산수레 국화(mountain bluet), 노루귀를 닮았다고 하여 노루귀라고도 하는 설앵초(Hepatica) 등 키 작은 꽃들이 저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생을 찬미하며 기쁨의 찬가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색채도 보라며 하얀 꽃이며 노란 색이며 신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봄의 독특한 색깔을 두루 갖추었습니다. 봄 산의 숲은 온통 수줍음으로 가득합니다. 이제 막 피어오르는 꽃잎들. 층층나무(Dogwood)의 하얀 만개가 시샘이 나 야생 사과꽃(Wild Apple)이 앞 다투어 피워내고 이에 질세라 고운 연보라로 산기슭을 덮고 있는 박태기(Redwood) 나무들. 복사꽃도 능금꽃도 함께 자태를 뽐내어도 그다지 화려하게 여겨지지 않는 계절. 그래서 봄의 수줍음이 연한 색으로 드리웁니다.

생은 질곡의 아픔에서 깊어지거늘

중간 중간 산군을 바라보거나 협곡을 내려다보는 전망대가 조성이 되었고 그 벼랑 끝에는 조각구름들이 걸려있습니다. 건듯 불어오는 바람에 쉬던 구름 다시 허리춤을 털고 가던 길을 재촉합니다. 모처럼 숲이 생성시켜 뿜어내는 초록의 봄 향기로 숨을 쉬고 하늘과 꽃으로 눈을 채워 산정을 향합니다. 하늘은 너무도 맑게 개였고 그래서 화창한 봄 날씨에 더없이 포근한 산행이 이어집니다. 너무도 맑고 따스한 기후에 곁에 가던 동료가 늘 이런 날씨였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언제나 맑고 화창한 날씨만이 지속된다면 과연 좋기만 할까요? 스페인 속담에 늘 맑은 날이 지속되면 땅은 사막이 된다는 말이 있답니다. 우리 인생에 빗대어 본다면 늘 좋은 일만 있다고 항상 행복한 것일까요? 비도 오고 눈도 오고 해야 만이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토양이 되듯 우리 인생도 아픔도 슬픔도 괴로움도 겪어야 행복을 알게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모든 아픔과 고통을 기쁨과 희망으로 승화 시킬 수 있는 그 원천. 매사를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이 자연 앞에서 한수 배우고 갑니다.

차마 아쉬워 버리지 못했던...

어느덧 정상이 저만치서 손짓을 합니다. 어떤 장쾌한 정상이 나타날지 가슴 두근거립니다. 잠시 뒤를 돌아 그동안 살아온 인생길을 되돌아보듯 왔던 길을 둘러봅니다. 길은 어느새 시각마다 다르게 풍성해지는 잎들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내가 살아온 숨 가픈 인생길이 내 기억 속에 뚜렷하게 남아 있듯 오늘 오르며 생각하고 다짐을 했던 그 한걸음 한걸음의 길이 마음속에 새겨져 있습니다. 봄 산을 뒤덮은 저 아름다운 무리들의 들꽃들 야생화들. 인고의 세월을 보내면서 그토록 무수한 봄이 흘러갔어도 또 다시 봄을 맞이하고 동토를 깨고 새로 태어났듯이 우리도 언제나 마음엔 저 들꽃처럼 새롭게 살아 숨 쉬고 싶은 열정을 안고 살아가리라 다짐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그 꺾이지 않는 산에 대한 열정과 삶에 대한 외경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입니다. 마침내 정상에 섰습니다. 산 정상에 서서 보는 풍광은 언제나 감동적입니다. 먼 길을 돌고 돌아 오르며 내리며 마침내 다다른 정상. 그 수고에 대한 보답으로 수려한 정상의 풍경을 선사합니다. 우리네 인생도 열심히 살다보면 언젠가 이런 보상이 주어지지 않을까? 자신에게 반문하고 또 자신이 답을 합니다. 멀리 이어지듯 연결된 서쪽 웨스트 버지니아 산마루의 물결이 오늘 따라 더욱 힘차게 느껴집니다. 조금도 한기가 없는 세찬 바람을 맞으며 그동안 버리지 못했던 마음의 오물들을 모두 씻어 날려버립니다. 차마 아쉬워 버리지 못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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