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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 셰난도어 국립공원 올드랙 해맞이 산행 후기

07/16/2018 | 07:41:53PM
명산 셰난도어 국립공원 올드랙 해맞이 산행 후기
Photo Credit: pickupimage.com
재야의 타종소리가 은은하게 울리며 그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각. 서녘 한켠에 이지러진 반달만이 고요하게 새상을 굽어보는 적막한 시각. 찬란하게 시작될 계사년 새해 아침의 영광을 잉태한 채 해산을 앞둔 성스러운 고요의 정적이 여명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변혁은 고통없이는 이루어질수 없고 새로운 시작은 항시 변화를 수반하는 법. 이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며 삶의 방향을 재정립하기 위해 떠나는 여정. 그 동행에 우리 들뫼바다 식구들과 토요산악회 회원들이 합동으로 해맞이 산행을 위해 셰난도어로 향합니다. 새해 아침이라고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는 한 주유소의 선심을 고마움으로 답하고 추위에 움추려진 육신을 녹이며 달랩니다. 오늘 일출의 장관을 가슴에 담기위해 오를 산은 올드랙. 정규 코스로 오르자면 서너시간은 족히 걸리고 추락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라 뒤로부터 올라 쉽게 정상에 이르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황토 먼지 폴폴 날리는 추억의 비포장길을 한참 달리니 산기슭에 이르러서는 그 길이 눈길로 변해갑니다. 어둠을 가르며 달리는 길. 어떤 모습의 일출을 보게 될것인가 하는 기다림의 조바심에 괜히 마음만 급해지고 이미 생각은 정상에 올랐습니다. 짙은 구름에 가려 인색하게 비춰주는 은은한 달빛을 이정표 삼고 모두 이마에고 손에고 전등불을 하나씩 들고 눈길. 얼음길을 오릅니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산그늘에 사십명이 줄지어 가며서 펼치는 띠모양의 횃불쇼는 가히 장관입니다. 이리저리 휘어지며 돌아가는 궤적은 뱀의 해에 걸맞는 퍼포먼스 인듯 아름답게 이어지는 인간띠입니다. 교교한 달빛을 받고 섰는 거북바위의 형상은 오늘따라 더욱 굳건히 자기자리를 지키는 수문장처럼 처연하게 보입니다. 흐린 기후에 과연 그 찬연한 해돋이의 장관을 볼수있을까 하는 기대 반 불안 반의 우리 마음과는 달리 바람도 없고 기온마저 온화한 오늘 날씨는 그야말로 축복받은 은총입니다.

고통은 함께 나누면 그 아픔이 덜한 법

마음이 급합니다. 눈길이라 그것도 녹았다 다시 결빙된 얼음길이라 전진이 쉽지가 않습니다. 미처 아이젠을 준비하지 못한 이들은 그냥 넘어지고 미끄러지기가 일쑤. 일출하는 제시간에 당도할수 있을까 하고 의구심이 이니 괜시리 마음만 화급해집니다. 그럴수록 더 자주 넘어지게 되고 여기저기서 비명소리와 함께 이어 까르르 터지는 웃음소리. 낙상의 아픔을 웃음으로 위로하고 또 같이 웃어주며 계면쩍음을 무마시키는 관계. 동심이 모락모락 익어가는 산동무들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고통은 함께 나누면 그 아픔이 덜한 법. 동료들을 위해 아이젠 한짝씩을 서슴없이 나누어줍니다. 산이라는 대자연속에서 얻고 배운 이해와 사랑. 희생의 산물입니다. 산행능력에 따라 자연스레 세 그룹으로 나누어지게 되고 어느새 도달힌 1부팀의 정상정복의 환호소리가 워키토키를 통해서 들려옵나다. 여명이 걷혀가는 그래서 정상의 나즈막한 관목에 맺힌 얼음꽃이 선명하게 비치는 시각입니다. 어찌나 그 빙화, 설화가 투명하며 깨끗한지 계절에 어울리는 캐롤송을 연주하는 차임벨 소리가 들려오는 환청을 경험합니다. 두텁게 쌓인 눈 때문에 벼랑의 접근이 불가능하여 양지바른 동편 평평한 바위위에 모여앉아 일출을 기다립니다.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며

어디서 숨어서 모여있다 불어오는지 산정에는 세찬 바람이 휘몰아칩니다. 그 바람에 쫓기는 구름이 서둘러 육중하게 드러누운 산맥의 능선들이 구비치는 산정의 물결 위로 흘러갑니다. 그 하늘 끝 동편에는 수줍은 태양이 구름 뒤에 숨어서 애꿎은 구름만 피빛으로 물들입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예의 그런 일출은 만나기 어려울듯. 일찌감치 포기하고 바람에 대적하는 벼랑에 섰습니다, 일출의 가슴 벅참도 중요하지만 그 작은 역사의 현장에 서서 새해를 맞이하는 그 의미가 더 크기에 생각들을 다듬어 봅니다. 오늘 부터 새롭게 맞설 세상에 대한 자신감과 미련없이 버려야 할 삶의 저편 묵은 찌끼기들을 이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 온전하게 맡겨버립니다. 이 새해 아침에 나라는 존재에 대한 화두를 자신에게 던지고 그 답을 구하려 합니다. 이 순간 이 정점에 서서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에 머무르다 어디로 가는지 자신과의 대화를 나눕니다. 찬연한 해가 솟구치면 흔적없이 사라질 아침 안개처럼 없어질 나라는 존재. 그러나 그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며 이 남은 한평생 후회없이 살다가 미련없이 떠나리라 다짐합니다.

생은 기쁨의 여행

비웠기에 더욱 여유롭고 풍성해진 마음. 구도 정진하는 인도의 고승들은 삶을 고행으로 여기는 이와 여행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합니다. 이 부족한 현실에서도 건강한 두 다리가 있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명산을 찾아 함께 산하를 누빌 산동무들이 있는데 나는 분명 생은 기쁨의 여행이라 귀결지웁니다. 그러면 자연히 해탈 스님의 그 마음처럼 한없는 자족과 더없는 마음의 평화가 가슴 가득 채워집니다. 뜨겁게 솟아나는 생의 열정을 표하면서 두 주먹 불끈쥐고 하늘을 향해 힘차게 뻗어봅니다. 그립고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마음의 서신을 적어 바람에 띄워 보냅니다. 아직도 차오르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는 해를 두고 미련없이 등을 돌려 버립니다. 때론 아니라고 해야 할때는 야멸차게 거부해야 하고 간절했던 만큼 버릴때도 속절없이 버려야 하는 것. 다음이 있기에 내일을 기약하고 하산을 합니다. 이 빈산 잔설만이 허허롭게 남아 있는 겨울산. 그 하이얀 눈이 가득 채워진 이 아름다운길을 내려가며 오를때 보다 훨씬 가벼워진 내 삶의 하중을 느끼며 기쁘게 기쁘게 세상으로 다시 돌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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