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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도록 아름다운 웨스트 버지니아 로바우 플레인 오버룩 의 황혼

07/15/2018 | 08:26:30PM
슬프도록 아름다운 웨스트 버지니아 로바우 플레인 오버룩 의 황혼
Photo Credit: pickupimage.com
국도를 벗어난 차량은 비포장도로의 흙먼지를 폴폴 날리며 느리고도 어렵사리 산정을 향해 올라갑니다. 산정 목초지가 아름다워 관광객들이나 하이커들이 연중 발길을 잇는 웨스트 버지니아의 Dolly Sods, 그 장대하고도 미려한 산정 평지에 봄이면 산철쭉의 만개가 흐드러져 꽃의 향연을 펼치고 가을이면 단풍이 들어 레드 카펫처럼 붉게 불타오르는 장관을 연출하는 곳, 저 더 넓은 광야는 어느 지점에서인가 끝이 나고 수 백길 아득한 절벽을 이루어 구비치는 산마루의 이어짐을 긴 탄식으로 보아야만 하는 Rohrbaugh 전망대. 오늘 우리 7명의 전사는 이 심산의 한 자락에 서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지는 해의 낙조를 보기위해 바리바리 짐을 싸서 맨 채 전망대를 향한 고행의 길로 들어섭니다. 부푼 꿈을 어루만지며 가는 길은 비록 지난하다 해도 기쁜 행보입니다. 삶의 희망이 있고 기약된 미래가 있다면 지금의 고난도 웃으며 기꺼이 감당해내는 우리의 인생살이처럼 말입니다. 분명 희망이 있는 이 길은 엠마오로 가는 길입니다.

즐거운 숲길. 나무의 빛이, 나무의 향기들이 일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시간입니다. 가을로 가는 계절의 길목에서 그 푸르던 신록은 어느새 잎들 마다 활기를 잃고 하나둘 가지 끝 잎 새들은 벌써 채색을 서두르고 있었습니다. 청아한 바람은 허전한 가지 사이를 불어오고 한낮의 햇볕도 이젠 더 이상 따갑지가 않습니다. 스프러스 놉이든 돌리 소즈든 넬슨 락이든 천 미터를 넘는 이런 고산지대에 어떤 연유로 이렇게 물이 많은지 항상 바닥이 촉촉하고 군생하는 수목들이 모두 생기를 띠고 있으며 그 수종들도 관목이면서도 상록수로 가득 차 있습니다. 수맥이 지나가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을 가진 채 밀림을 통과하듯 그 정글 속에서나 자생하는 나무들을 젖히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바위로 이루어진 산행로는 비록 평지와 내리막길이라 하더라도 쉽지 않은 발걸음입니다. 군데군데 건너야 하는 개울마다 청정한수들이 작은 돌 틈 사이를 지나면서 맑고 고운 음률을 쏟아냅니다.

수억 년 산속에서 걸러낸 약수

수런수런한 이야기들을 풀어내며 걷다가 지치면 개울가에 배낭들을 내리고 쉬어갑니다. 한 웅큼 개울물로 머리를 적시면 화들짝 정신이 들고 또 한 웅큼 들이키면 수억 년 산속에서 걸러낸 약수를 마시는 듯 이내 힘이 솟아 원기를 회복합니다. 먹고 자기위해 챙겨가는 모든 살림살이가 줄이고 줄여도 모두가 한 짐이라 가는 길이 그리 용이하진 않으나 오늘은 다행인 것이 목적지가 출발지보다 조금 아래에 위치해 있어 대부분 등산을 해야 하는 형태에 비해서는 콧노래라도 불러야 할 판입니다. 참으로 여유 있는 삶의 한순간을 공유하면서 그 기쁨으로 오가는 대화가 연방 웃음으로 산하에 번져갑니다.

잔속에는 슬픈 편린의 잔광이 떨어지고

드디어 벼랑 끝에 섰습니다. 절경을 만납니다. 푸르스름한 산연기가 골마다 능선마다 가득 채워져 있고 외로워 하루에 한번 씩 마을로 찾아든다던 산그늘도 오늘은 저 깊은 계곡에 떨어진 채 가만 머물고 있습니다. 발아래는 가마득하게 골이 패여 있고 붉은 레드 크릭의 강줄기는 한가롭게 흘러갑니다. 저 멀리 아주 멀리 저녁을 준비하는 연기만 가물거리니 어느새 우리는 세속을 등지고 깊게도 들어왔나 봅니다. 심산엔 밤이 서둘러 찾아오는 법. 서산으로 기울던 해가 가속도가 붙어 그 하강의 모습이 선합니다. 우리는 모두 배낭을 버리다시피 내려놓고 넓은 암반에 제멋대로지만 둥글게 모여앉아 주섬주섬 가져온 먹거리랑 음료를 준비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아름다운 황혼의 풍광을 만들어 낸다는 이곳에서 슬프도록 애틋한 서산 낙조를 어이 맨 정신으로 볼 수 있겠냐면서 정상주를 한 순배 돌립니다. 잔마다에 부어 놓은 적포도주보다 더 진한 색으로 서녘 하늘은 물들어가고 하늘과 땅의 경계가 더욱 뚜렷해지면서 장엄한 자연의 공연이 서서히 절정을 이루어갑니다. 검은 것은 산이고 붉은 것은 하늘인데 마지막 안간힘으로 버티던 해가 마침내 산 뒤쪽으로 들어 가버릴 때 보랏빛으로 물든 하늘은 더 이상 인간의 언어로는 그 미려함을 표현할 길이 없는데 점점이 흩어진 구름들은 어느새 섬이 되어 하늘 바다에 떠 있는 듯합니다. 저 황혼을, 저 낙조를 그리도 그리워했는데 마침내 이루어낸 명경과의 조우에 마냥들 기뻐합니다. 서로 부딪히는 잔속에 슬픈 편린의 잔광이 떨어지고 동편하늘의 별은 새로운 하늘의 맹주를 알아봐 달라는 듯이 유난히 밝게도 반짝이고 있습니다. 청정 무공해의 산간벽지이기에 손을 뻗으면 이내 잡힐 듯 하늘은 더욱 가까워졌고 별들은 바로 우리 머리위에 머무는 듯 또 그 크기가 더 크게 보이는 듯 했습니다. 그 감동에 젖어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다들 누워서 한동안을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진한 감동. 팍팍하고 꿀꿀한 삶을 살아가면서 이처럼 한번 씩 얻게 되는 카타르시스는 그래서 우리가 산을 오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7080 노래들을 가슴으로 추억으로 부르며

이제 야영의 백미, 캠파이어를 즐깁니다. 어느 캠퍼들인지는 모르지만 무게 때문에 버리고 간 대형 석쇠를 고맙게 주워 올려놓고 온갖 먹거리를 불을 이용하여 구어 내는 레시피를 선보입니다. 자연의 냄새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이 심산에 가득 음식 내음을 풍기고 고기들이 익으며 내는 소리 또한 그윽합니다. 열심히 뜯어내는 통기타의 소리와도 화음을 맞추는 다양한 소리들입니다. 가스등은 나무에 걸린 채 바람에 기웃기웃 하면서 기타소리에 맞춰 그네를 타고 모닥불은 얼른거리며 모두의 얼굴을 비추며 무대에 선 퍼포머를 위한 조명사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습니다. 그에 답하듯 부끄러울 것 없는 목청으로 열심히 7080 노래들을 가슴으로 그리고 추억으로 불러봅니다. 따딱 딱 거리며 타는 장작불 소리도 장단이 되고 하늘 위를 휘돌아 가는 바람소리도 가락이 되는 순간입니다. 밤이 그리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노래와 토크쇼는 이어지고 이내 쏟아져 내릴 것 같은 하늘 가득채운 별들이 우리의 작은 무대를 지켜보는 유일한 관중입니다. 화부는 열심히 불을 지피고 지천으로 널린 땔감들을 가득 주워 모두 올려 마지막으로 활활 타오르게 합니다. 하늘과 소통이라도 할 듯 높이 불 지피고 가슴속엔 소망을 담아 기원을 합니다. 언제나 이렇게 건강하게 오래오래 산을 오르며 생을 즐기고 삶을 찬미할 수 있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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