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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버지니아 스프러스 놉 산군 야영산행 후기

07/14/2018 | 09:46:24PM
웨스트 버지니아 스프러스 놉 산군 야영산행 후기
Photo Credit: pickupimage.com
성하의 계절에 들뫼바다 9명의 대원들이 웨스트 버지니아 스프러스 높 산군에 조성된 아름다운 물길 따라 걷다 산정 목초지를 돌아 내려오는 Upper Red Creek to Highland Plain Trail 13.4마일 구간을 백 칸트리 야영산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산행의 백미라 칭하는 백 칸트리. 자연으로 돌아가 함께 동화되어 지낸 2일간의 그윽한 여정을 되돌아본다.(편집자 주)

산행의 백미 백칸트리

뒤에서 보면 사람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높이로 겹겹이 쌓아올린 배낭을 메고 시냇물이며 돌밭 길을 거침없이 건너고 따갑게 내리쬐는 뙤약볕을 창 넓은 모자로 가리고 묵묵히 나아가며 장쾌한 산마루를 이어가는 행렬들. 삶을 허접하게 살지 않도록 생의 목표를 정하듯이 오늘의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온갖 고난을 감수하고 난관을 극복하며 급기야는 자신마저도 넘어야하는 산행의 백미 백칸트리. 식량이며 취사도구 그리고 취침 장비를 모두 나누어 한 짐씩 짊어지고 고귀한 땀을 흘리며 자연 속으로, 비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 자연의 한 일부가 되어 산하를 건너다 하루의 목표를 이루고 뿌듯한 마음으로 야영을 즐기는 산행의 한 형태. 우리는 가만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성하의 계절에 도심을 탈출하여 심산으로 갔습니다. 웨스트버지니아 스프러스 놉 산군. Upper Red Creek to Highland Plain Trail을 야영하며 걷는 산행입니다. 뜻이 맞는 산 동무들과 나선 동고동락의 길이기에 깊은 감동과 우정이 함께 하는 나들이입니다.

내 삶 앞에서 가끔 상처가 드러날 때 꺼내보고 기억할 일

지난겨울 이상기온으로 수은주가 영하 20도로 뚝 떨어져 그리도 혹독하게 추웠던 날, 바로 그날 우리는 이 길을 걸었더랬습니다. 슬프도록 시린 하늘에선 급기야 하얀 눈들이 쏟아지기 시작하고 세찬 삭풍은 살을 에이며 지나가는데 길게 이어지던 우리의 행렬은 넓은 레드크릭 앞에서 멈추고 말았습니다. 건널 다리가 소실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는 수없이 개울가에 진을 치고 야영을 하는데 사선으로 비끼는 흰 눈은 대비색이 되어 광물질이 물에 녹으며 붉은 빛을 발한다는 레드 크릭의 물빛을 더욱 붉게 보이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번 코스도 그때의 여한을 풀기위해 다시 찾은 곳입니다. 그 처절하도록 아름다웠던 겨울 백칸트리를 마치고 함께 했던 동료들은 다음과 같은 후기들을 남겼습니다. “이토록 뇌리에 깊게 새겨진 추억여행은 내 인생에 또 하기는 드물 듯, 길 잃은 나폴레옹의 병사들이 시베리아의 혹한에서 고통스런 최후를 맞는 장면이 자꾸 우리의 행군에 오버랩 되기도 하고 영화 "Brokeback Mt"의 명장면과 그 아름다운 주제가 Gustavo 의"The Wings"의 기타 멜로디가 흩날리는 눈발과 때론 유연하게 때론 거칠게 흐르는 폭넓은 냇물과 숲속의 모닥불과 세상으로부터 은둔한 우리들의 독특한 명장면과 너무 흡사히 연결이 되는... 처절히 춥고 또 아름답고..”(김레슬리) “어느 즈음인지 모를 시간에 서서 부지불식간에 찾아 든 몇 안되는 감동 중의 하나.. 내 삶 앞에서 가끔 상처가 드러날 때 오래오래 꺼내보고 기억할 일입니다. 저는 위안 받을 수 있는 추억 하나 가슴에 얻고 불혹의 중반에서 낯선 겨울을 행복하게 보냅니다. 작은 화분에 앵초 꽃 한 포기를 마르지 않는 흙으로 덮어 비밀스런 욕심 하나 키웁니다. 늘 오늘 같은 이 풍광이 내 삶에서 항시 떠오르기를.. 걸을 수 있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이 혜택을 아주 오래도록 마음 넉넉한 우리 산지기들과 함께 기껍게 즐거이 누릴 수 있기를...”(김보경) “오랜시간, 해탈이 있다면 과연 어떤 감정과 영혼의 상태일까 늘 궁금했었습니다. 이 현란한 자연의 색채, 그 거대한 품을 밟고 한 점 작게 서 있다 보니 비로소 그렇게 만나기 힘들었던 자신과 내안의 내가 만나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무념, 무상의 세계 속에서 그려진 "나", 자신 밖에서 진정한 "나"를 만난 이 순간. 내 영혼의 해탈을 이해할 것 같군요.”(소리새)

태고의 흔적위로 무심한 물은 유장하게 흐르고

14마일, 고도 400미터. 참 쉬운 코스입니다. 1박 2일 하기에는. 그런데 가이드북이나 미국친구들은 이 백칸트리 코스를 2박 3일로 권장하기에 우리는 코웃음을 치며 길을 나섰습니다만 막상 몇 십 파운드 무게의 백팩을 메고 완전 무장한 채 아무리 산그늘, 숲그늘이 있다 해도 화씨 100도가 넘는 길을 걷는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내리막길은 그래도 견딜만한데 경사진 오르막길은 몇 걸음 옮기기가 무섭게 어께를 짓누르는 하중이 참기 어려운 고통이라 1마일 정도만 걸어도 지쳐 만나는 개울마다 여장을 풀고 쉬어갑니다. 초반 길은 다행히 내리막길이라 일단은 콧노래를 부르며 산행을 시작합니다. 1마일 정도를 걸으니 레드크릭이 곁에 와 따라 걷기 시작하여 졸졸졸 청아한 물소리를 들으니 시원한 느낌에 걷는 작업도 훨씬 수월해집니다. 휘돌아가는 길목마다 펼쳐지는 아기자기한 자연풍광이 어깨의 통증마저도 잊게 하고 켜켜이 쌓인 태고의 흔적위로 무심한 물은 유장하게 흐르고 일부는 이는 바람에 따라 가버립니다. 들풀은 어느새 훌쩍 자라버려 우리의 키 높이를 넘어버렸고 짙은 풀내음과 꽃향기가 산하를 가득 메우고 있어 뜨거운 햇살아래 가끔씩 우리로 하여금 현기증을 일게 합니다. 명소라 칭할 수 있는 풍치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산객들이 머물다 간 야영 흔적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웨스트버지니아 모홍가헬라와 조지 와싱턴 국유림에는 개발된 캠핑장이 따로 없고 아무 곳에서나 야영을 하도록 허가하는데 그만큼 등산객들의 자정 책임을 자율적으로 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자연 그대로를 즐기고 보존하고자 하는 생각이지요.

이어지는 계곡 산행 길.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대형 폭포인 Lower Fall 을 만납니다. 원추형 대형 원반 안에 떨어지는 폭포와 그 아래 형성된 깊고 넓은 용소. 자연 풀장이 따로 없습니다. 더운 열기에 달아오른 몸을 던지니 청정한수의 짜릿함이 뼈 속까지 전해오며 더위는 더 이상 우리에게 없었습니다. 치가 떨리도록 차가운 물. 소름이 돋습니다. 한쪽에는 낚싯대를 드리우고 송어를 낚아냅니다. 그리고 듬성듬성 잘라서 초고추장에 찍어 안주삼아 한잔 곡차도 즐기며 유유자적한 태공의 멋도 부려봅니다. 자연 속에 귀의하여 그 자연에 동화되어 즐기는 시간. 참으로 기쁨이었습니다. 우리 산객들의 마음과 영혼은 그 얼마나 풍요롭고 그윽하던지... 인생길 재촉하면 명만 짧아지는 법. 쉬어간들 어떠리. 남김과 버림의 여유를 즐기며 생의 다른 한 방편도 경험해봅니다. 이처럼 산이 주는 것은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산은 꽃과 나무만을 자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 자라게 하고 심성도 자라게 합니다. 또 흘러가다 지친 구름만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세파에 찌든 우리의 마음도 머물다 가게 합니다. 둥글게 펼쳐진 하늘 위로 하이얀 구름은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산새들 요란하게 삶을 찬미하며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웨스트버지니아의 어느 깊은 산 계곡에서 말입니다.

모닥불 피워놓고 펼치는 작은 음악회

거의 5마일을 걷다 보니 더욱 짙어지는 녹음에 사방이 다소 어두워진 느낌이 들면서 우리도 서둘러 야영장소를 물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영까지는 아니더라도 몸을 담글 물웅덩이가 있고 장만해간 줄낚시로 청정 송어를 낚을 수 있는 폭과 깊이의 냇물. 이것이 우리 야영지의 조건이었습니다. 계단식 작은 폭포가 있는 냇물 옆에 야영지로 정하고 각자의 임무대로 텐트도 치고 저녁준비에 또 야영에선 결코 빠질 수 없는 모닥불을 피우기 위해 땔감을 구해오고 저마다 부산을 떱니다. 한참을 서둘러 밥상이 마련되고 우리 아홉 산 동무들은 모두 모닥불 주위로 둘러 앉아 하루 겪은 일들을 무용담으로 풀어내며 정찬을 즐깁니다. 오가는 한 순배의 곡차 때문인지 모닥불의 열기 때문인지 아니면 스러져가는 석양빛에 물든 탓인지 모두 얼굴들이 발가스름하게 홍조를 띄며 어둠을 맞이합니다. 땅거미처럼 스며들은 어둠속에서 모닥불은 더욱 붉게 타오르고 마른 나무들이 타면서 내는 소리에 놀란 새들이 한번 씩 자지러 질 듯이 울며 갈 뿐 심산의 밤은 고요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매캐한 장작 타는 내음 속에서 한 종지 헤이즐 향의 커피를 마시며 잠시 자연 속에 귀의한 자아를 발견하는 상념에 잠깁니다. 초점없는 눈빛은 타오르는 모닥불 속에 빠질 듯이 응시하고 있지만 아무런 생각 없이 무념무상의 경지에 도달합니다. 이윽고 자신의 키만큼이나 큰 키타를 메고 온 제이씨가 길게 여운을 남기는 통기타의 음률을 뜯어내니 작은 음악회가 펼쳐집니다. 자연스레 합창이 되고 손에 손에는 알록달록 야광막대를 들고 흔들며 노래에 빠져드는데 이 깊은 산속에 우리 밖에 없다는 고독함에 우리는 더욱 친한 가족이 되어 여름밤을 함께 노래합니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하나둘 지친 이들은 먼저 텐트로 들어가고 모닥불의 화기는 쇠잔해 지면서 홀로 남은 이의 기타 연주는 밤이슬처럼 영롱하게 안개와 함께 번져갑니다. 침낭에 들어 누워 하늘을 보니 키 큰 나무들이 가득 차 시야가 가려졌는데 빼꼼이 내려다보는 달의 한쪽 얼굴이 조금 비칠 뿐 별 인지 반딧불인지 모를 작은 불빛들이 명멸하며 점점 사위어가는 모닥불 속으로 떨어집니다. 옆에는 잔잔하게 흐르는 개울물소리가 들려오고 그 규칙적인 소리는 자장가가 되어 우리는 조용히 잠이 들 수 있었고 산촌의 밤은 원시 그대로의 형태로 적막 속에 깊어갑니다. 아늑하고 포근하기 이를 데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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