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기사 | 구독신청 |

웨스트버지니아 명산 산행후기

07/14/2018 | 09:38:02PM
웨스트버지니아 명산 산행후기
Photo Credit: pickupimage.com
웨스트버지니아주내 고산군이 모여 있는 monongahela 국립 산림원과 George Washington 국립 산림지역을 찾았다. 웨스트버지니아의 최고봉 스프러스 놉과 키 작은 관목들이 아름답게 피어있는 산정 평야인 돌리소드를 산행하고 왔는데 태고의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원시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이 지역에서 싱그러운 초여름으로 넘어가는 심산의 늦은 봄소식을 전해왔다.(편집자 주)

DOLLY SODS 들꽃들의 향연에 초대를 받아

미국 수많은 주들 중에 가장 가난한 주. 그러나 인공미가 전혀 가미되지 않은 태초의 원시 그대로를 간직하고 보존하고자 노력해온 웨스트버지니아. 주토의 8,90 퍼센트를 온통 산이 뒤덮고 있어 빼어난 자연 경관을 간직하며 울창한 수목과 헤아릴 수 없는 폭포수들, 수려한 바위들, 그리고 그 사이로 이어진 아름다운 산행로들이 즐비해 산사람들에게는 너무도 그리운 정인처럼 만나고픈 지역입니다. 고즈넉한 국유림과 국립 유원지를 끼고 있는 돌리소드에는 늦게 꽃을 피워내는 산철쭉(Wild Azaleas)들이 조만간 다가올 싱그러운 초여름 날에 온산을 불태워 버릴 양으로 가지마다 꽃망울을 꿈으로 터질 듯 보듬고 있었습니다. 웨스트버지니아 주의 최고봉으로 수천 년을 버티어온 고목들이 영생의 삶을 살고 있는 스프러스 놉. 이곳에는 산을 지키는 수호신인 숲의 정령이 서려있는 듯하여 인적이 드문 산길에는 태고의 자연이 그대로 이어져와 원시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인간의 손길을 거부하고 자연의 질서를 따라 제 모습을 지켜온 고대 원시림 지역으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산이 마음속의 고향으로 남아 항구하기를

어김없이 찾아온 봄. 산촌에는 봄이 두 번 찾아온답니다. 일찌감치 산 아래 동네에 찾아온 봄은 산을 따라 올라가는데 제법 시간이 걸리고 우리는 그 두 번째의 봄을 쫓아 정상으로 향합니다. 오랜만에 흙먼지 폴폴 나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고산 평원으로 이름난 돌리소드로 향하는데 오르는 좁은 갓길에는 싱그러운 햇살에 봄꽃은 절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름부터 수줍음으로 조심스레 피어나는 보라색의 각시붓꽃(Iris)과 함께 좀 민들레(Daisy), 자주 달개비(spiderwort), 부지깽이 풀(dame's violet) 등 얼굴이 조그만 들꽃들이 얼어붙은 땅을 헤집고 부끄러운 얼굴로 세상에 디밉니다. 산은 계절이 바뀜에 따라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데 여름으로 가는 길목의 명산은 풋풋하고 생기가 넘쳐흐릅니다. 물기가 항상 머무는 산길, 물푸레 나무 같은 관목들이 언제나 그 푸름을 지니고 청정한수가 계곡을 따라 흐르는 South Prong Trail을 택해서 걷습니다.

습한 곳에는 나무 널빤지로 길게 다리처럼 연결해두어 산뜻한 산행이 되도록 정성을 들인 흔적이 많았는데 우리 일행은 주능선을 타고 정상을 향합니다. 고산 습지에서 항상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장면, 이끼풀이 말라서 바람에 날리다 나무 가지마다에 매달려 신비롭고 자욱한 안개꽃처럼 번져있습니다. 영겁의 세월동안 제자리를 지켜온 거대 바위에는 창연한 석이버섯이며 이끼류들이 저마다의 영역을 지키며 공생 군락하고 살아갑니다. 사계절 중 가장 맑은 물을 솟아내는 개울에는 어린 치어들이 평화롭게 유영하며 그들 나름의 산책을 즐기고 있습니다. 숲길이 끝나니 바위 길이 걸음을 더디게 하는데 능선을 따라 올라가는 가파른 길이 정상을 향한 길임을 인지하게 합니다. 우리는 사계절 내내 산을 찾으며 땀으로 범벅이 되어 오르는 산행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우치게 되는데 우리가 얻는 생의 그 자신감과 그리고 그 후의 즐거움을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산을 오르다보면 낮은 산 높은 산 할 것 없이 오르막길은 언제나 힘이 들지만 그 고행의 길을 주저하지 않고 가다 지칠 만큼 지쳐서 한 자락 큰 숨을 내쉴 때 산은 조심스레 숨겨놓은 비경을 꺼내놓습니다. 잠시 발길을 멈추고 쉬어가라 함입니다. 아직은 아쉬워 버리지 못했던 세속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음마저도 쉬게 하라 이릅니다. 바위로 이어지는 정상 길, 주변이 환해지는 것은 정상이 가까워진다는 뜻. 한걸음 옮길 때마다 가픈 숨을 쉬게 하면서도 보이는 만큼 수이 손에 닿지 않는 것이 또한 정상입니다. 시야가 점점 밝아지고 하늘이 가까워집니다. 마침내 정상에 선 이들에게만 산은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줍니다. 산과 하늘, 그사이를 메우는 바람이 우리의 가슴 속을 헤집고 들어서니 이 순간만큼은 아무런 욕심도 근심도 없이 모두 사라집니다. 서로 마주보는 우리들은 산이 여기서 영원히 마음속의 고향으로 남아 항구하기를 소망합니다.

얼마나 사무친 그리움이었기에

산을 떠나 또 다른 산으로 가는 길. 산이 또 다른 산과 만날 때 길은 어느새 하나로 이어집니다. 완연한 봄의 기운. 어느새 봄은 해발 1천 5백의 스프러스 놉에도 올라 이십여 마일을 차로 오르는 산길엔 단풍나무(Maple)며 층층나무(Dogwood), 미루나무(poplar)등 키 큰 나무들이 연보라며 하얀 꽃들을 피워내 묘하도록 아름다운 조화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특히 정상 초입에 군서하는 박태기나무(redbud) 가지에는 설중매보다 더 짙은 색으로 꽃을 피웠습니다. 서둘러 행장을 꾸려 산정 평원이 아름다운 허클베리 플레인 트레일을 걷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 항상 물기가 가득한지 불가사의한 의구심으로 걷는데 세월을 가늠할 수 없는 성상의 이끼들이 미답의 신비를 품고 고산식물들과 함께 자생하고 있어 소중하고도 거대한 자연 식물원이 따로 없는 것 같았습니다. 온산을 가득 메운 전나무(Spruce)들이 드높은 기상을 보이며 시원스레 하늘을 향해 뻗어가고 자연 그대로 순환을 거듭해온 증표로 나뒹굴고 있는 고사목들이 즐비합니다. 지구가 생성된 이래 아무도 밟지 않았을 것 같은 길에 내 발자국을 남기고자 산행로에서 잠시 벗어나 두텁지만 부드럽기 그지없는 푸른 이끼위에 발 도장을 찍어봅니다. 천혜의 자연과 그 자연을 보존하려는 아름다운 사람들.

그래서 오늘 오르는 스프러스 놉의 봄 산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도 명산이 있거늘 언제나 우쭐한 마음으로 머나먼 타주로 하늘 다른 타국으로 전전했던 지난날이 조금은 무색해집니다. 항상 머나먼 곳을 바라다보며 뭔가를 갈구해온 지난날들. 어쩌면 그 소중한 것들이 가장 내 가까운 곳에 있으며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이처럼 주어진 삶속에서 자신의 몫을 한번 되돌아보게 하는 산. 산은 이 시간 우리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집니다. 이렇게 대단한 대자연 앞에 서면 지난날의 자만과 교만이 부끄러워지며 숙연함으로 머릴 조아려 겸허해 지게 됩니다. 유난히 거칠게 지나가는 정상의 바람도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리는 숨소리처럼 여겨집니다. 누군가 정성스레 쌓아올린 돌탑위로 나도 우리 모두의 안녕과 장수와 건강의 바람을 채곡채곡 올려놓습니다. 얼마나 사무친 그리움으로 두 개의 몸이 하나의 나무가 되었을까 싶은 연리목의 그림자가 어느새 길게 늘어지는 시간, 서산의 보랏빛 낙조가 그윽하게 온 누리에 드리웁니다.

생의 한 즐거움으로 침전되는 순간

숙소인 가나안 밸리 산장지역에 이르러 벽난로에 불을 지피니 조용한 저녁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일과를 끝내고 난 뒤 내리는 비는 그렇게 평화롭고 안락할 수가 없습니다. 유리창을 두드리며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짙은 안개 속에 저물어 가는 하루를 되돌아보며 아무도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내리는 비만을 주시합니다. 바쁜 일정을 놓아버린 허전함도 삶의 충만한 포만감도 모두 생의 한 즐거움으로 침전되는 순간입니다. 분주한 식사준비와 끊이지 않는 담소 그리고 주고받는 한잔의 정들이 쌓여 가면서 산장에서의 밤은 그렇게 나그네의 시심처럼 익어만 가고 있었습니다. 아직은 밤이면 싸늘한 기온이 감도는 산촌의 한데. 잘 데워진 자쿠지 욕조에 들어 심신의 피로를 녹이고 있는데 머리며 어께에 내리는 차가운 비는 상극의 대비를 느끼게 하면서 한겨울에 즐기던 노천온천욕을 연상케 합니다. 깊은 밤, 핏빛 보다 더 진한 와인잔 속으로 빗물이 튀고 동료들과의 잔잔한 얘기는 긴 여운의 웃음으로 남으며 산장에서의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아련하게 가슴에 새겨지고 있었습니다.

관련 커뮤니티
가을의 끝자락에 들어간 버지니아 셰난도어 국립공원
바위를 이고 환대하는 셰난도어의 명산 올드랙
평범을 거부한 이단의 땅, 웨스트 버지니아 넬슨 락
봄이 오는 소리 들으며, 셰난도어 패스 마운틴
새해 아침 버지니아 세난도어 올드랙 일출 산행기
셰난도어로부터 버림받은 산, 시그널 높
고요속의 눈내린 하늘 정원, 스카이 메도우
겨울 산행 버지니아 셰난도어 설국 속으로
셰난도어의 전망대, 메리스 락을 오르다
메릴랜드 건파우더 주립공원
comments powered by Disqus
미주조선일보 회사소개 지면광고 구독신청 기사제보 온라인광고 인재초빙 미주조선 TEL(703)865-8310 FAX(703)204-0104
COPYRIGHT ⓒ Chosunilbousa.com 2007 - 2018 이메일 | 개인정보보호정책 | 저작권안내 | 콘텐츠 제휴문의
뉴스 및 콘텐츠를 무단 사용할 경우 저작권법과 관련,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poweredby 4uhomepa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