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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의 눈물이 골마다 스며있는 ..스모키 마운틴 #1

07/13/2018 | 11:35:48PM
인디언의 눈물이 골마다 스며있는 ..스모키 마운틴 #1
Photo Credit: pickupimage.com
빈 하늘을 울리고 흐르는 바람소리, 그에 화답하며 같은 음색으로 내는 공명의 새소리. 철 이른 들꽃들이 수줍게 타오르는 연분홍. 그 여린 연록색이 겨우내 다져진 두터운 동토를 비집고 솟아오르는 놀라운 새 생명의 탄생. 물기 머금은 바위에 부드럽게 펼쳐진 촉감 좋은 양탄자 같은 푸른 이끼들.

이 모두가 봄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분명합니다만 땅속 깊숙한 곳에서 녹아내려 세상에 나와 조그만 내를 만들어 흐르는 청아한 물소리를 더하지 않는다면 봄이 완성되었다고 할 수는 없겠죠? 일필휘지로 그려낸 산수화에 뭔가 허전한 여백에 마지막 낙관을 찍듯이 완전한 봄을 그려내는 데는 청정한수가 돌 틈사이로 흘러내리며 만들어 내는 그 소리가 제몫을 단단히 합니다. 그런 이른 봄에 더 일찍 찾아왔을 봄을 맞이하러 남으로 남녘으로 달려 안개산 스모키로 향합니다.

얼룩빼기 황소가 해슬피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버지니아 Shenandoah 국립공원에서 시원하여 테네시 주의 Great Smoky Mountains 국립공원 까지 이어지는 469마일의 블루릿지 파크웨이라는 하늘 길은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인심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가객 존 덴버가 Take me home country road.를 노래하며 묘사한 거의 천국 같은 곳이 분명함을 시각으로 확인하며 달립니다. 프론트 로열 북쪽 관문을 통과하니 스카이라인을 따라 좌우를 펼쳐지는 아름다운 촌락과 셰난도어의 강 그리고 협곡이 빚어내는 풍광은 장과 막으로 나누어 시연하는 신의 걸작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구비구비 비탈길을 오르내리며 에팔레치안 산맥의 동남부 산정의 독특한 장관을 음미하며 우리는 음유시인이 되어 봄을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기나긴 버지니아 길을 넘어 노스캐롤라이나 영역에 들어서니 특이하게도 산정의 넓은 목초지에 민가들이 촘촘히 들어서서 오순도순 정을 나누고 있었고 정겹게 일구어놓은 밭에는 여린 싹의 작물이 푸르름을 잉태한 채 무럭무럭 커가고 있었습니다.

월북시인 정지용의 고향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녹아있는 향수라는 시의 한구절 처럼 “넓은 들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슬피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비록 얼룩빼기는 아니고 검둥소 들만이 가득 들판을 메웠어도 그 한가로움과 평화스러움은 매양 한가지였습니다. 어찌나 정다운 우리의 향촌을 닮았는지 갓길에 차를 세우고 그 고향의 정을 담뿍 느끼며 따라 부르기조차 힘든 향수라는 노래도 함께 흥얼거려 봅니다.

Lover’s Leap (정인들의 투신)

스모키 마운틴 지역에는 빼어난 관광명소가 몇 있는데 모두가 지방이나 연방정부의 소유가 아니라 민간이 운영하는 탓으로 대체로 입장료가 너무 비싼 것이 흠이지만 연중 방문이 가능하기에 계절을 타지 않고 많이들 다녀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81번 도로가 75번으로 바뀌며 지나는 노스캐롤라이나 Sweatwater 지역에 소재한 Lost Sea는 미국에서 가장 넓은 지하호수로 그 청정옥수에는 눈먼 무지개 송어들이 서식하고 있는데 유리바닥 배를 타고 다니며 유영하는 어종을 관찰하고 동굴 속의 음산한 아름다움을 체감하는 곳입니다.

이어 테네시 주 차타누가에 이르면 만나는 루비 폭포는 260피트(약80m) 깊이에 있는 지하 동굴 폭포로 폭포까지 가는 동굴에는 여러 형상을 한 신비로운 종유석들을 감상 할 수 있습니다. 첫발견자의 아내 이름을 따서 지어진 이 폭포는 그 웅장함과 지하 동굴 속에서 쏟아져 내리는 특이함에 관광객들의 흥미를 돋우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토록 수려한 자연물에 아내의 이름을 빗대었다하니 그 아내의 아름다움이 궁금하기도 하고 그의 아내 사랑이 지극함 또한 대단하다 여겨집니다. 인근 Lookout Mountain 산에 조성된 락 시티. 자연과 인공의 아름다운 조화가 돋보이는 곳으로 한 시간 정도를 걸으며 400여 가지의 식물들을 관찰하도록 아기자기 하게 꾸며진 황제의 정원을 둘러보게 됩니다. 정원 정상에는 거대한 바위가 락시티란 이름이 붙게 만든 만큼 그 위용을 자랑하고 아래로 둘러보면 7개의 주를 모두 볼 수 있는 정점이기도 합니다.

어디서 발원하였는지 모를 엄청난 양의 물줄기가 폭포수를 만들어 강하하며 체로키 인디언 판 로미오와 줄리엣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습니다. Lover’s Leap(정인들의 투신)라 명명된 이곳은 서로 적대관계에 있던 두 부족의 남녀가 사랑에 빠져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한탄하며 사내가 먼저 이 절벽에서 투신하고 연이어 여인이 따라 몸을 던져 죽는다는 가슴 아픈 사연을 담고 그 통한의 눈물이 폭포수가 되어 오늘도 나리고 있다합니다.

체로키 인디언의 통한의 눈물이 골마다 마루마다 얼룩져 푸른 안개에 덮여.

발길을 재촉하여 스모키의 최고봉 클리닝스 돔으로 향합니다. 스모키로 가는 관문역인 산군 중턱에 자리한 Gatlinburg 라는 소담스런 산마을을 지나 공원의 경내로 들어섭니다. 심산 유곡에는 맑은 물이 경쾌한 리듬으로 흘러가면서 마주치는 모든 것들과 가볍게 수인사를 건네고 이내 작별의 인사도 겸합니다. 스모키의 이른 봄산은 붉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이제 막 몽글몽글 솟아오른 꽃 봉우리와 잎봉들이 마치 단풍의 그 색을 띄우고 있어 군데군데 피워낸 산목들의 연보라며 흰색 꽃이 없었더라면 하마터면 가을로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때 아닌 가을 정취를 맛보며 산군의 최정상을 향해 가는데 따라오는 봄도 안간힘을 쓰면서 산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동남부 최고봉의 산자락을 따라 바람의 노래를 들으며 길을 오릅니다. 2천 고도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에팔레치안 산군의 정상에는 고사목이 비통하리만치 아름답게 빈산을 지키고 있습니다. 순환하는 자연은 생과사의 윤회를 거듭하며 언제나 그 자리에 있기를 갈망하는 듯합니다. 멀리 이어지는 산마루. 언제나 자욱한 푸른 연기에 쌓여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 스모키 마운틴, 안 그래도 모든 것이 큰 미국에서 이름마저 Great를 보태어진 만큼 산군의 구비침은 가이없을 정도로 까마득히 연이어져 신비로움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체로키 인디언의 말발굽소리가 귓전에 환청처럼 들리고 그들이 울부짖던 절규와 통한의 눈물이 골마다 마루마다 얼룩져 푸른 안개에 덮여져 있는 듯 했습니다. 스모키 산군을 넘는 저리도 많은 길들. 초기 이주민 개척자들이 말을 타고 다녔을 저 길은 본디 그 전엔 체로키 인디언들이 다니던 길이었겠지요. 백인 이주민들과 땅의 주인인 인디언의 역사는 피로 쓴 기록이라 하는데 유독 체로키족의 경우는 더욱 처절한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들 스스로 백인과 함께 동화되어 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고 학교나 교회도 세우고 자치적 운영을 위해 대표자도 뽑고 했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고 쫓겨나고 말았는데 어쩌면 오히려 싸우다 죽은 인디언 보다 더 비참한 종말을 맞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이 지역에서 쫓겨난 체로키들은 캔터키 주를 지나 오클라호마 주로 이동하면서 엄청난 수의 사상자를 내는데 훗날 '눈물의 발자국'으로 불리어지는 죽음의 이주로 역사에 길이 남게 됩니다.

이제는 그 피의 역사를 자욱한 안개 속에 감춰두고 산은 우리 인간에게 서로 사랑하며 인내하고 평화를 지키라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대륙을 건너와 대서양을 향해 산을 넘으려 하는 바람이 대양에서 불어온 바람과 한판 승부를 가르며 산정은 어지러이 바람의 군무를 연출합니다. 남 같지 아니한 체로키족의 한 전사가 되어 말발굽 아래 펼쳐지는 저 거대한 스모키 마운틴의 정상에서 한껏 포효하고 싶은 충동에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낍니다. 다시는 패배의 역사를 만들지 않기를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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