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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넌도어의 명산 겨울산 바위들 셰난도어 올드랙
고행의 길을 자처한 수도승처럼
셰난도어의 명산 OLD RAG을 올랐습니다. 마른 낙엽들이 희끗희끗한 잔설 사이로 얼굴들을 내밀고 오랜만에 찾은 우리들을 반겨주고 물소리 더욱 청아하게 흘러갑니다. 가난한 가지사이로 산세는 더욱 선명하게 나타나고 청자 빛 겨울하늘이 푸르고 푸르게 시리도록 맑게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600미터 고지를 오르는 길은 여전히 녹녹치 않았고 평지도 내리막길도 없는 끝없는 비탈길을 오르니 온몸이 땀에 젖어 흥건합니다. 고행의 길을 자처한 수도승처럼 숙명의 길을 갑니다. 심호흡과 함께 내뱉는 한숨엔 삶의 고단한 신음이 뭍어납니다. 비처럼 쏟아지는 땀 홍수에 온몸 구석구석에 독처럼 숨어있던 폐기물들이 배출되는 듯하여 기분은 무척 쾌적했습니다.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그 속에서 자신을 극복하며 앞으로 다가올 오늘 같은 극한의 세파를 이겨내자고 다짐하며 정상을 향해 묵묵히 걸어갑니다. 오늘처럼 힘에 부치는 산을 오를 때는 자신과의 싸움으로 변해갑니다. 정상은 저만치서 빙긋 웃고 있는 것 같은데 한발 한발 내딛는 발길이 무겁기만 합니다. 그러나 이 싸움은 질수 없는 인생의 전쟁터. 전의를 불사르는 전사처럼 오기로 버팁니다.
삶이란 떠나보내는 것의 연속
그나마 오늘처럼 다행스런 것은 비탈진 인생길을 걸어 오름에 말벗이라도 되어주는 동행이 있고 등이라도 살짝 밀어주는 도움이 있고 삶의 배낭마저도 나누어 져주려 하는 한없이 정다운 산 동무들이 있어 더욱 걸을 만합니다. 이런 동행 길에 함께 하는 이들이 어쩌다 마주치는 시선엔 그윽한 웃음이 배어 있어 좋습니다. 한발 한발 내디딜 때 마다 새롭게 발견하는 삶의 의미. 언제나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 도 있는 법. 삶의 아픔도 방황도 언젠가는 극복하여 웃음으로 되돌아 볼 것임을 길은 가르쳐줍니다. 삶이란 떠나보내는 것의 연속입니다. 유년의 시절을 보내고 청춘에 불타오르던 청년기를 보내고 친구들 가족들을 사랑을 보냅니다. 이렇게 많은 것들과 이별하면서 우리는 성장하고 나이를 먹어갑니다. 우리는 그 길을 걸으며 그동안 버리지 못한 미련도 버리려 합니다. 그리고 분노와 슬픔 그리고 절망마저도 떠나보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가장 그리운 이에게 마음의 편지를
1차 정상을 오르니 좌우로 펼쳐지는 장엄한 겨울 풍광이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여기서 부터는 드디어 본격적으로 바위산이 시작되는 곳. 제대로 바위를 타는 시간입니다. 장갑을 끼고 스틱을 접어놓고 배낭을 기다려주는 동료들에게 맡기고 출정에 나섭니다. 바위 사이로 난 틈을 비집고 굴처럼 만들어진 천연 구조물 사이를 기어가기도 하고 밀어주고 당겨주고 잡아주며 네발을 모두 사용해서 오르고 또 오르는 길. 마주 잡아 이끌어 주는 손길이 마냥 정답고도 고맙습니다. 세상사는 일이 혼자서 감당하기 버거울 때 이처럼 함께 하는 손길이 곁에 있을 때 더욱 살아갈 만한 세상이라 느끼게 됩니다. 정상을 향해서 오르는 길. 비록 힘은 들지만 목표가 있고 목적이 있고 종착지가 있어 해 볼 만합니다. 드디어 정상에 섰습니다. 시원한 바람은 젖은 땀을 말려주고 태양과 더 가까운 지점이라 햇살도 따스하게 여겨집니다. 더욱 부풀어 오르는 넓은 가슴을 느끼며 그 청정 겨울 산바람을 그 가슴 폐부 속 깊숙이 들이 마시고 아무것도 두려울 것 없는 자신감으로 세상을 향해 포효합니다. 메아리는 그 약속을 확인이라도 해주듯 반향되어 옵니다. 산을 오르며 버렸던 모든 것들을 생각하며 또 오히려 우리는 이 길에서 그간 살아오면서 별 생각 없이 보내버린 많은 것들을 가슴에 다시 담기도 합니다. 산행 길에만 할수 있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날, 바위 군이 너무도 아름다운 올드랙의 정상에 서서 가장 그리운 이에게 마음의 편지를 적어 띄어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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