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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니아 에팔레치안 트레일 Pinnacle 산행후기

07/06/2018 | 02:12:33AM
펜실베니아 에팔레치안 트레일 Pinnacle 산행후기
Photo Credit: pickupimage.com
펜실바니아를 관통하는 에팔레치안 트레일 229마일중 한 구간인 Pulpit Rock과 Pinnacle Rock을 잇는 9마일 산행로는 두군데의 바위정상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메릴랜드에서 2시간 버지니아에서 3시간 정도 달리면 다다르니 당일 산행으로 충분한데 5시간 정도 걸리는 이 왕복 형태의 산행로는 300미터 정도를 오르내리는 적당한 고도의 구간이다.

캐톡틴 산마루에는 새해 아침 해가 떠오르고

순환하는 계절의 섭리를 따라 어김없이 새해는 돌아왔고 산을 사랑하는 우리는 가까운 산으로라도 가서 산마루를 솟아오르는 일출을 보기위하여 새벽길을 나섰습니다. 인근 캐톡틴 산의 바위정상인 침니락으로 오르기 위해 각처에서 모여든 산객들이 해드램프를 착용하고 랜턴을 앞세우고 오르는 길. 이미 기울어버린 달은 조금도 빛을 남기지 않아 지척을 가누지 못했지만 한 줄로 길게 오르는 불빛의 흔들림은 장관을 이루고 특이한 경험에 산을 오르는 일행들은 흥분의 목소리로 여러 감탄사를 지어냅니다. 이른 아침 어디선가 발원한 내음이 우리들의 후각을 자극하는데 낙엽 타는 그윽한 향내와 마른 참나무 장작 타는 냄새가 아침상을 준비하는 산촌에서 흘러나와 바람에 편승하여 몰려옵니다. 경사진 길을 서로 격려하며 올라 평지에 이르니 어느새 여명은 수목사이로 비집고 들어옵니다. 조급한 마음에 서둘러 발길을 재촉하여 바위 군에 이르니 동녘하늘을 붉게도 물들이고 산고의 과정을 겪는 해돋이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날씨가 흐려 구름이 짙게 흩어져 있고 더욱 검붉은 색으로 하늘을 태우는 아침 해가 마냥 애틋해 그 아쉬움에 자리를 뜨지 않고 인내심으로 지켜보고 있노라니 구름 위를 차오르는 환한 얼굴의 둥근 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기다림의 미학을 배우는 순간이었습니다. 한기를 헤치고 새벽을 찢고 달려온 길. 빈 마음에 한 해 새로운 소망의 불을 지피는 신선한 작업이었습니다.

청정 한수들이 가득 채워져

해돋이 산행에서 돌아와 역마살이 가득 낀 산 동무들과 펜실바니아인들이 가장 사랑한다는 에팔레치안 트레일 중 피나클 산행구간이 소재한 햄버그 시티 방향으로 기꺼운 마음을 품고 달려갑니다. 엘리컷시티에서 두 시간 반 정도 운행거리에 있는 Hamburger 지역은 주변엔 아담한 산들이 옹기종기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가는 동안 비는 오락가락 흩날리며 겨울 들판을 적시고 있었고 차창에 뿌려지는 빗방울은 흘러간 많은 기억들을 들추게 합니다. 여행이 주는 그 삶의 여유. 자신이 걸어온 궤적을 되돌아보면서 성찰의 시간을 가지며 내일을 준비하는 여행길. 뜻을 같이 하는 동무들이 곁에 있어 더욱 든든하고 마음 행복합니다. 주차장으로부터 반 마장 떨어져 있는 진입로 까지는 친절하게도 거의 포장도로에 가깝도록 잘 닦아 두었습니다. 함께 어께를 나란히 하고 오늘의 여정을 토론하며 갈만큼 넓어 대화에 소외되는 이가 아무도 없었습니다. AT를 만나 북향으로 회전하여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는데 양편으로 조그만 연못이 있어 가을날 낙하한 나뭇잎들이 물속에 차분히 쌓여있고 그 위로는 청정 한수들이 가득 채워져 있어 넘치면 개울을 따라 세속으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겨울답지 않은 온화한 날씨를 주신 하늘에게 감사를 드리고 발길을 재촉하는데 워밍업이라도 하라는 듯이 완만한 길이 이어집니다.

이방의 산길에는 향긋한 바람이 가득

봄과 여름동안 가득했던 잎새들이 모두 새 생명의 잉태와 순환을 위해 땅으로 스며들고 겨울 산야는 적막이 흐르는 고요만이 존재합니다. 시야를 가리던 그 계절이 가고 겨울이 왔으니 산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겨울 산행은 참 좋습니다. 이런 감상적인 순간의 만끽도 잠시, 길은 급경사를 이루며 산정으로 향합니다. 비탈이 꺾이는 모퉁이를 돌때마다 멀리 펼쳐지는 다양한 풍경들이 정겹게 시야를 가득 채웁니다. 가득 펼쳐진 들판에는 옹기종기한 촌락들이 어께를 기대어 붙어있고 군데군데 튀어 오른 둔덕에는 풀기 머문 목초지가 비에 젖어있고 희미한 안개너머로 하늘과 땅이 한식구가 되어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크고 작은 바위들이 깔린 산정부근에 이르니 경사의 가파름도 가파름이지만 바위를 딛고 성큼성큼 오르는 발길은 많은 노동을 요구하여 흥건한 땀이 온몸을 적십니다. 그 땀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정신이 맑아오며 마음이 비워지는 카타르시스를 얻게 됩니다. 산등성이를 넘어 갈 즈음 이방의 산길에는 향긋한 바람이 가득했습니다. 산에는 철마다 바람이 불어옵니다. 계절마다 불어오는 바람은 저마다의 향기를 품고 있습니다. 겨우내 얼어붙은 동토를 비집고 나와 산마루, 산등성이 마다 들꽃들의 상큼한 내음을 실어오는 꽃 봄바람. 조그만 틈 하나 없이 쏟아지는 뙤약볕 한여름에 이끼의 향내와 녹음방초들의 청명함이 배어있는 그 여름 바람. 울울창창한 숲의 나뭇잎들을 성글어 떨어지게 하고 만산을 만색으로 물들이고 계절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맑은 가을바람. 마른 낙엽 위를 지나고 백설이 허허로운 빙원을 지나서 불어와 빈 하늘 빈산에 머무는 그 청정한 겨울바람. 이처럼 산바람은 계절마다 다른 향기로 불어옵니다.

그 싱그럽도록 맑은 바람이 계절을 돌아와 머무는 이곳. 1차 정상 Pulpit Rock 에서 시름을 잠시 놓고 눈앞에 펼쳐진 풍광을 마음껏 즐기고 이차 정상을 향하여 다시 배낭을 휘둘러 어깨에 멥니다. 산마루를 이어져 있는 길은 때로는 바위 군을 지나고 때로는 개울을 건너고 때로는 고사목이 즐비하게 널어선 사이를 지나기도 하면서 편안하게 인도해줍니다. 급경사의 등산에 지친 다리를 풀어주라는 자연의 보살핌 같은 구도였습니다. 한참을 가 이차 정상에 이르는 초입에 큰 돌무덤이 건축되어 있었습니다. 지구촌에서 산을 찾는 이들의 마음은 매 한가지인양 하나둘 모은 돌, 그 정성이 작은 돌산을 이루었습니다. 우리도 가까이에는 없는 돌을 찾아 배회하다 큼직한 놈을 골라 옮겨다 놓고 머리 조아려 소망을 담습니다. 새로운 한해 우리 모든 산 동무들이 무탈하게 산을 오르내리게 해주시고 건강하게 지내게 해주십사 하고.. 산은 응답이라도 하듯 시원한 한줄기 바람을 보내어 줍니다.

곡차 한잔에 시름을 담아

깎아지른 절벽이 상징적인 이차 정상 Pinnacle Rock에 이르렀습니다. 길게 대를 형성하며 뻗어 벼랑 위 바위마다엔 인파들이 모여 앉아 싸온 점심이며 간식들을 펼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한 자리를 잡아 순 한국식의 간식으로 허기를 달래고 곡차 한잔에 시름을 담아 마십니다. 기나긴 여정의 고달픔이 한꺼번에 보상받는 순간입니다. 펼쳐놓은 음식물의 냄새를 맡은 갈 까마귀들이 어디에선가 몰려와 머리 위를 맴돕니다. 바람은 쉬었다 불어오고 웅대한 들판이 펼쳐진 발아래 집성촌에서는 따스한 난방의 장작 연기가 아스라이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정상에 올라 세속을 내려다보며 가질 수 있는 우리들만의 감상이며 볼 수 있는 우리 산사람들만의 풍경화입니다. 최정상 고목 옆에는 누군가 하늘색 우체통을 부착해서 방명록을 비치해두었습니다. 방명록을 꺼내어 영어와 우리글이 섞인 새해 건강기원의 덕담을 남겼습니다. 언제 다시 이 길을 걸어와 이 정상을 밟게 될 때 또 다른 감회를 느낄 수 있을테니까요.

내 그림자가 동무처럼

하산을 서두러야 했습니다. 무념의 상태에서 많이도 걸은 하루였습니다. 되돌아오는 길에 내 그림자가 동무처럼 밀착해서 따라옵니다. 갈 때는 짧은 그 그림자가 내 앞에서 종종 걸음으로 가더니 돌아오는 길에는 그도 지쳤는지 뒤로 길게 쳐져서 흐느적거리며 따라옵니다. 해가 어느새 서녘으로 멀리 도망가 버릴 만큼 시각이 지체되었습니다. 한층 수월해진 하산길을 잰걸음으로 걸으며 또다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이처럼 좋은 산행로를 다른 동무들에게 꼭 이야기하고 다시한번 찾자면서. 봄이던 여름이던 가을이던 혹은 이 겨울이 다가기 전이던. 언제나 이산에는 그 철마다 돌아와 불어주는 바람이 변함없이 우리를 반겨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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