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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앞둔 시니어들 '미국이 효자다'

01/28/2022 | 12:00:00AM
“고향 그립지만, 그래도 미국 오길 잘했다”... 노인 복지 최고 국가

한국은 76세 이상 빈곤율 55.1%

55세 은퇴 뒤 시니어 일자리 질 낮아

26일 오전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워싱턴노인복지센터에 모여 웃음꽃을 피우고 있는 시니어들. 설을 앞두고 센터에서 마련한 한국식 만두빚기 행사를 끝내고 담소를 나누고 있다. 강원도 춘천여고에서 교사로 일하다 1988년 미국에 온 이승춘(97) 할머니는 구정이 다가오면서 고향이 그리운 마음도 있지만, 미국에서 맞는 설도 행복하다고 했다. 이씨는 “미국에 와 좋은 공기 마시며 장수하면서 호강하고 있다”며 “병원비 아파트비 거의 안내고, 낮에는 센터 와서 한인들 만나며 재미있게 지낸다. 춘천여고에서 가르치던 내 제자도 옆에 있다”고 말했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이광순(87) 할머니는 1992년 미국에 왔다. 2007년경 스승을 우연히 만나게 됐다. 이광순씨는 “비디오가게에서 내 딸이 강원도에서 온 한인을 만났다고 하길래 알아보니 춘천여고 이승춘 선생님이었다. 도움을 받아왔고, 이 센터도 선생님 따라서 왔다”고 했다. 이씨는 “나도 미국서 호강하고 있어 한국이 덜 그립다. 병원, 아파트 해결해주고 용돈도 주는 효자 정부가 있기 때문”이라며 “큰딸은 미국서 의대 나와 LA에서 진료하고 있고, 기계공학 전공한 딸은 LG에 스카웃 돼 한국에 있다. 미국 정부가 자녀교육도 잘 시켜줬다”고 했다.

이날 오전 센터에서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눈 김경자(89)씨도 미국이 효자라고 했다. 김씨는 “이렇게 무료로 센터에서 친구 만나 재미있게 지내는 것도 미국 정부 때문”이라며 “병원 부담 없고, 연금 800불씩 나오고, 푸드스탬프도 주는 미국 정부가 있어 한국이 덜 그립다”고 했다. 1977년 미국에 온 김씨는 한국에 있었다면 노년기를 이렇게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요즘 한국은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하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라고 내세우고 있지만, 노인들은 가난한 나라다. 한국에서 18~65세 빈곤율은 11.8%로 양호한 편이다. 그러나 66~75세 구간부터 빈곤율 수치가 34.6%로 급증한다. 76세 이상이 되면 빈곤율은 55.1%로 치솟는다. OECD 평균은 16.6%인데, 한국은 절반 넘는 노년층 인구가 빈곤층인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5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원인은 질 낮은 일자리로 나타났다. 중·고령층이 퇴사 후 1년 안에 정규직으로 재취업하는 비율이 10명 중 1명 수준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근로자 정년은 60세지만, 주로 55세쯤 임금피크제 대상이 되어 은퇴를 준비하게 된다. 연구진이 한국노동패널을 사용해 분석한 결과, 퇴사 시 연령이 55~74세인 경우 1년 내에 정규직으로 재취업하는 비율이 9%였다. 이는 비정규직 재취업률(23.8%)에 크게 못 미치는 숫자다. 자영업을 시작하는 비율(16.7%)이 정규직 취업보다 오히려 높았다. 부채가 있을 경우 비정규직으로의 재취업 확률이 14% 늘었다.

정부가 질 낮은 단기 노인 일자리만 쏟아내며 고령층의 적성과 경험을 살리는 질 좋은 일자리 대책엔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8월 발표한 연구에서 “노인 일자리 사업이 노인의 소득 개선을 통한 노인 빈곤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사회관계를 개선해 정서적 고립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노인 일자리 대부분이 월 27만 원을 받는 공익활동으로 ‘단기 알바’에 그치고 있어 일자리의 질적 측면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유진성 연구위원은 “다른 OECD 국가들의 경우 70대 중반까지 양질의 일자리로 부를 축적하기 때문에 빈곤율이 낮은 반면 한국은 55~74세의 정규직 재취업률도 낮은 상황”이라고 했다.

연금 제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노년에 빈곤을 겪는 이들은 당장의 생계를 위해 노후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평생 일해온 경우가 많다. 유 연구위원은 “지금도 근로자의 상당수는 공적연금에 가입돼 있지 않고, 사적연금 가입률도 16.9%로 OECD 평균(67.5%)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관련 정책 개선을 촉구했다.

심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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