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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곁에도 설리가 있나요?

10/15/2019 | 02:06:31PM
당신 곁에도 설리가 있나요?
배우 겸 가수 설리(25)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를 사랑했던 많은 이들이 애도하고 있다. 고인은 평소 악성댓글 등에 심한 상처를 받아온 것으로 보인다. 사망 일주일 전에는 “나 좀 내버려둬. 욕하는 건 싫다. 글로 남긴는다는 게 그 사람의 감정이 안 보이니까 얼마나 무서워요. 조금 따뜻하게 말해주면 좋을텐데. 가끔은 칭찬도 칭찬이 아닌 것 같을 때가 있거든요.” 등의 말로 힘든 심경을 토로했다.

사실 설리는 최근 한 소셜미디어 방송 중에 팬이 다가오자 두려움에 몸을 잔뜩 움츠리고 떨다가 결국 중단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의 마음 속 고통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우리가 진작 알아챘더라면. 좀 더 용기를 내어 도와줬더라면, 오늘도 설리의 환한 미소를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 곁에는 자살을 생각할 만큼 힘들어 하는 사람이 없는지 돌아보자. 그를 도울 방법이 있지 않을까.

1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살 사망자는 1만3570명으로 전년 대비 9.7%나 늘었다. 대개 자살을 결정하고 실행에 옮기는데 사회, 제도, 개인적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실제 지난해 심리부검 결과보고서에는 자살 사망자 1인당 평균 3.9개의 생애 스트레스 사건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지난해 자살이 크게 증가한 것에 대해 보건당국은 유명인 자살 사건 후 모방 자살 효과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추정했다. 2017년 12월 인기 아이돌그룹 샤이니의 메인보컬 김종현이, 지난해 3월에는 배우 조민기가, 7월에는 정의당 노회찬 의원 등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내용이 수차례 보도됐다. 또한 최근 몇년새 자살에 대해 허용적 태도가 늘어난 것도 이유로 분석됐다.

실제로 2013년 중앙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유명인 자살 후 2개월간 자살자수가 평균 606.5명 증가했다. 2015년 삼성서울병원도 유명인 자살사건으로 인한 모방 자살 효과가 하루 평균 6.7명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2018년 학교 심리부검 보고서에서는 가수 김종현이 숨지고 한달 뒤인 1월에 최근 3년 평균에 비해 학생 자살자가 50%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흔히 베르테르 효과라 불리는 자살 전염은 독일 문학가 괴테가 1774년 쓴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유래됐다. 주인공 베르테르는 약혼자가 있는 로테를 사랑해 구혼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실의에 빠져 자살한다. 이때 베르테르가 로테와의 추억이 깃든 옷을 입고 생을 마감했는데, 이 내용에 깊이 공감한 당시 유럽 청년들이 베르테르의 옷차림을 따라하고 자살하는 사건이 많았다.

고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용구 교수는 “’저 사람이 저렇게 죽다니, 너무 불쌍하고 안타깝다’는 연민과 동정의 감정이 생기다가 ‘나도’라는 동일시 과정을 겪으며 모방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자살은 ‘병적인 상태로 인한 잘못된 결과’라고 재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음의 고통으로 스스로 세상을 등진 이의 힘듦에 공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애도 반응이다. 그러나 이 과정이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고위험군이 있다.

중앙자살예방센터 백종우 센터장(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매년 국민의 약 5%는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되는데, 이들에게 유명인이나 자신이 선망하던 이의 자살 사건이 평소보다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원래 자신 삶의 어려움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던 사람에게는 부정적인 자극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울증 등으로 취약한 상태라면 일반인보다 스트레스를 견디는 능력이 떨어진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주변에 불안해 보이는 이가 없는지 살펴보자. 적극적인 관심과 용기가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 백 센터장은 “예전과 어떻게 다른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밤잠을 못자고 낮에 기운이 없다든가, 일에 집중을 못하고 멍해보이거나, 한숨을 계속 쉬는 등의 모습이 관찰된다”며 “진지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을만한 조용한 공간에 함께 가서 구체적으로 물어보라”고 조언했다.

먼저 ‘내가 보기에 최근 많이 힘들어 보이는데 괜찮아?’, ‘혹시 뭐가 힘든 지 내게 말해줄 수 있어?’, ‘내가 도울 일은 없을까?’ 등으로 진심을 담아 진지하게 물어본다. 자기가 실제로 좀 힘들었다는 얘기를 표현하기 시작하면 공감하며 묵묵히 들어준다. 이후 ‘이럴 때 어떤 사람들은 자살을 생각하기도 한다는데 너도 그런 생각이 든 적 있니?’, ‘자살을 시도했거나 계획한 적도 있는거야?’ 등으로 구체적으로 상태를 묻는다.

백 센터장은 “주변에 힘들어 보이는 사람이 있어도 이런 얘길 꺼내면 그가 화내지 않을까, 나를 싫어하면 어쩌나, 과연 내가 도움이나 될까 등으로 걱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기의 아픈 마음을 표현할 기회를 갖게 돼 매우 고마워 한다”며 “이때 ‘정신 차리라’는 식의 충고를 하거나 설득 또는 윽박지르면 힘든 이가 입을 닫고 더 힘들어지니 주의하라”고 말했다. 진지한 자세와 절대적인 공감이 중요하다.

만약 그가 자살 고위험군으로 보인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자살예방상담전화(1393)이나 희망의 전화(1577-0199), 청소년 전화(1588-9191)로 연락해 방법을 논의한다. 함께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 주는 것도 좋다. 어려우면 자주 만나 밥이라도 먹자. 자꾸 전화해 밝고 즐거운 장소로 불러내자.

지난 연말 마음이 아픈 환자를 돌보다 고인이 된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는 깊은 우울증으로 자살까지 고민했다가 이겨낸 뒤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란 책을 펴냈다. 죽음 자체를 원한 것이 아니라, 너무 고통스러운데 그 상황에선 해결법이 그것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그런데 해결 방법도, 나를 도와줄 누군가도 주변에 분명히 있다. 있다, 분명히. 용기를 갖고 털어놓자. 그리고 진지하게 들어주자.

임 교수 책의 내용 일부를 옮겨본다. “보통 사람의 정신력은 그리 강하지 않다. 때문에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적당한 수준의 사기를 유지하려면 반드시 긍정적인 경험이 필요하다. 나쁜 사건, 특히 답이 없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범하는 가장 큰 실수는 바로 이런 긍정적인 경험조차 중단하는 것이다.” 기분이 울적하거나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일상에 즐거움을 주는 소소한 활동들을 해보자. 친구에게 전화해 수다를 떨거나, 치킨을 배달키셔 손에 양념을 잔뜩 묻혀가며 먹는다. 다들 그렇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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