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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교 물길 따라…역사는 여전히 흐른다

03/04/2019 | 01:55:19PM
수도교 물길 따라…역사는 여전히 흐른다
"아니요. 세고비아(Segovia)는 기타와 아무 관계 없는 도시입니다." 여행 가이드가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답했다. "세고비아가 기타로 유명하냐"고 질문한 게 쑥스러울 만큼 민첩하고 확신에 찬 대답이었다. 가이드는 "한국에서 오시는 손님마다 하는 질문이라서요"라며 웃었다. "한국의 한 기타 제조업체에서 세고비아를 브랜드로 사용해 그런 것 같습니다. '현대 클래식 기타의 아버지'라 불리는 안드레스 세고비아(Segovia·1893~1987)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기타 명인 세고비아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Andalucia) 출신으로 세고비아시(市)와는 별 인연이 없는 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기타는 없을지 몰라도 세고비아는 충분히 방문할 만한 도시다. 로마 수도교(水道橋· Acueducto Romano), 알카사르 성채, 세고비아 대성당이라는 세계적 문화유산을 3개나 품은 데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요리인 코치니요 아사도(cochinillo asado·새끼 돼지 통구이)가 세고비아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볼거리·먹거리를 고루 갖춘 관광 명소란 소리다.

2000년을 견딘 로마 수도교

세고비아가 세계 관광객들을 끌어당기는 가장 큰 매력은 수도교다. 기원전 1세기경 세고비아를 점령한 로마인들이 16㎞ 떨어진 프리오 강물을 도시로 공급하기 위해 건설했다. 로마가 제국 곳곳에 세운 수도교 중 가장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1985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길이 728m, 높이 30m 거대한 구조물. 167개 아치가 2개의 단으로 세워져 있다. 육중하고 거칠게 다듬은 화강암 덩어리 2만400개를 쌓아 만들었다. 자세히 보면 수도교 전체가 한쪽으로 미세하게 기울어 있다. 중력을 이용해 물이 물길을 따라 자연스럽게 도시로 흘러들도록 했다. 모르타르(모래·시멘트·물을 섞은 건축용 접착제)나 꺾쇠 따위를 전혀 쓰지 않고 오로지 돌들이 서로 눌러 내리는 힘으로만 연결됐음에도 1884년까지도 세고비아 시내에 물을 공급하는 데 사용됐다니 로마인들의 건축기술에 새삼 놀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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