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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음식 재연하는 것은 외국 문학 번역과 비슷"

05/22/2018 | 01:35:17PM
폴란드 '얀 3세 궁전박물관' 소속 요리사 마치에이 노비츠키(37·작은 사진)가 지난 17일 제주에서 열린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 행사장에서 300여 년 전 폴란드 귀족들이 먹던 소고기 요리를 재연했다. 진저브레드(생강으로 향을 낸 빵과자) 가루, 설탕, 계피, 후추, 식초 등으로 양념해 프라이팬에 구워낸 소고기는 서양 음식이라기보다 한국 갈비찜을 끓이는 대신 구운 듯한 맛이었다.

"17세기 폴란드 요리사가 쓴 '콤펜디움 페르쿨로룸(Compendium Ferculorum·요리 모음집)'에 수록된 요리입니다. 과거 폴란드 요리는 향신료를 풍부하게 썼습니다. 동양 음식과 맛이 비슷했죠. 귀족이나 부자들의 식탁이 특히 그랬습니다. 향신료가 엄청나게 비싸서 부의 상징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옛 음식을 재연해보면 과거와 현재의 입맛과 취향이 얼마나 다른지 깜짝 놀라게 됩니다."

노비츠키는 사라진 옛 음식 재연을 전문으로 하는 요리사 겸 음식사 연구자다. 그는 자신을 문학 번역가에 비교했다. "번역가는 외국 문학 작품을 번역해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하지요. 저는 오랫동안 잊혔던 폴란드 음식을 되살려내 현대인들이 맛보고 이해하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그는 "완벽한 번역이 불가능하듯 옛 음식을 원래 맛 그대로 재연하기란 불가능하다"고 했다. "고(古) 조리서에는 식재료 분량이 나오지 않습니다. 구할 수 없는 재료도 많습니다. 사과만 해도 과거 폴란드에는 140가지가 넘었지만, 지금은 5~7종에 불과합니다. 식품 다양성이 그만큼 나빠진 거죠. 전 세계적 문제입니다."

완벽한 재연이 불가능해도 옛 요리를 되살리는 이유를 묻자 노비츠키는 "모든 뉘앙스를 완벽하게 옮길 수 없어도 번역을 해야 그 작품을 읽을 수 있다"며 "똑같지는 않더라도 최대한 비슷하게 재연해야 과거 어떻게 먹고 살았는지 이해하는 길이 열린다"고 했다.

노비츠키는 원래 역사학도였다. 바르샤바에 있는 코페르니쿠스대 사학과 3학년 때 돌연 '세상을 알고 싶다'며 휴학하고 영국 런던에 갔다. 한 식당 주방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요리에 빠졌고, 이후 10여 년간 영국과 프랑스에서 요리사로 일했다. 고향에 갔다가 우연히 자신의 대학 스승이 음식을 통해 과거를 이해하려는 프로젝트를 보고 이 작업을 돕다 2013년부터 얀 3세 궁전박물관에서 일하게 됐다.

그는 "옛 음식 재연은 과거뿐 아니라 앞으로 식문화가 나갈 방향을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고 했다. "전 세계 음식이 똑같아지고 있는 게 위험할 정도입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구 반대편에서 어떤 음식을 만들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요리사들이 유명 식당 음식을 베껴 내놓기 때문입니다. 다른 곳에서 본 듯한 음식으론 인정받기 힘들어요. 자신의 역사와 전통을 연구해 새롭게 재해석한 음식이야말로 진정한 현대 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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