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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영역이 얼마나 작은지를 보여주는…

10/27/2017 | 12:00:00AM
이 세상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영역이 얼마나 작은지를 보여주는…
어두운, 그러나 여전히 아름다운 멕시코 아카풀코(Acapulco)

여행은 떠날 때부터 돌아올 것을 목적으로 두는 것이다. 우리는 제자리로다시돌아오기 위해 여행을 간다.돌아오기위한여정은 그래서 중요하다 . 그 의도가 여정을 만들고 여행의 의미를 생성한다.

흔히 여행마니아는 걸음을 멈추지 않는 노마드를 꿈꾸거나, 끊임없이 흘러 다니다가 어딘가에는 정착하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진정한 여행마니아가 아닐 지도 모른다. 여행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래서 여행마니아는 지금 현재, 이곳에 애착이 크고 사랑이 큰 사람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즉, 일상의 소중함을 잘 아는 우리.

여행 중 그냥 이곳에서 눌러앉아 살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쩌면 여행이란 인생의 지대를 탐색하는 시간일 테니까. 이런 의미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 대한 열망과 다름 아니다. 다시 돌아와야만 하는 필연적인 이유를 발견할 때 여행의 참 의미가 더해지니 말이다. 여행에서 자신이 떠나온 곳을 재발견할 때 그 의미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

내겐 멕시코의 아카풀코가 그랬다. 어두운, 그러나 여전히 아름다운 멕시코 아카풀코(Acapulco)

멕시코의 아카풀코는 여러 의미로 그런 생각이 반복해서 드는 곳이다. 아카풀코시의 문화축제에 초대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때마침 내 소설책 한 권이 멕시코에서 출간된 때였다. 여행은 어떤 곳이든 떠나기 전에는 걱정과 설렘이 혼돈하여 마음은 갈피를 잃곤 한다. 특히 일과 섞인 여행은 더욱 그렇다.

캐나다를 통해 멕시코로 들어가는 24시간 여의 여정만으로도 충분한 여행이 된 듯 싶었다. 하루가 꼬박 걸렸다. 가는 길이 힘들면 걱정은 이미 반감된다. 설렘도 반감된다. 가는 길이 멀고 고되면 제로에서 시작되는 참된 여행길이 열린다고 믿는 편이다.

멕시코시티에 한밤중 도착해서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길, 멕시코시티의 밤은 아주 고요하고 조용했다. 그게 다였다. 다음날 아침 일찍 다시 아카풀코를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타야 했기 때문에 어떤 의지도 발동하지 않았다. 몸은 무겁고 여행의 설렘은 마이너스, 걱정은 이미 잊었다. 다음날, 드디어 아카풀코. 엘비스 프레슬리가 주연했던 '아카풀코의 사랑'의 그곳이다. 한국 집에서 나와 아카풀코까지 오는데 서른 시간이 훌쩍 넘게 걸렸다.

아카풀코는 멕시코 남부의 몰락한 휴양지이다. 한 때 잘 나간다는 허리우드 스타들은 아카풀코에 별장 하나씩은 있다던 그 시절은 이미 명성에 묻힌 지 오래 전이다. 시내 곳곳에는 실탄을 장착한 총을 든 군인들이 마약 카르텔에 맞서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다.

해가 지면 자유롭게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 중 하나다. 하지만 도시가 몰락했다고 하나 그 수려한 경광과 해변의 아름다움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많은 관광객들과 활기가 도시에 가득하다. 어수선한 상황에도 시민들은 밝고 낭만적이며 쾌활하다. 경제적 위기, 마약 카르텔의 위협, 정부의 부패, 이런 위기마저 강력한 태양의 위력 앞에 무릎 꿇을 것만 같았다.

관광객들은 한가로이 서핑과 해변을 즐긴다. 현지의 아이들은 물놀이에 여념이 없고, 청소년들은 K-POP에 열광한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 일행이 누군지도 모르고 사인을 해달라는 학생들도 있었다.

아카풀코의 낮은 평온하기만 했다. 휴양지 아카풀코는 분명 여전히 아름다웠다. 일상을 사는 시민들, 활기찬 해변의 관광객들, 그들마저 몰락한 것은 아니기에…. 진실을 외면하고 국민의 진심을 외면한 부패한 정부, 카르텔과 결탁해서 이권만을 챙기기에 바빴던 기업, 공무원과 경찰이 몰락한 도시 현재의 아카풀코의 주인공들이다. 왠지 모르게 우리와 닮은 듯 다른 그 거리를 걸으며 우리의 어수선한 모습과 상황을 발견했다.

돌아가야만 하는 여행의 진정한 이유. 돌아오는 길 역시 멀고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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