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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대지·에메랄드 물결 품은 '지구의 눈'

09/12/2017 | 10:37:27AM
광활한 대지·에메랄드 물결 품은 '지구의 눈'
나는 먼지처럼 작아지고 나를 둘러싼 세계는 끝없이 광활해지는 곳, 바이칼(Baikal). 그 이름의 위압감 탓에 멀게 느껴지지만 막상 서울에서 네 시간이면 러시아 이르쿠츠크에 닿을 수 있다.

거기서 버스를 타고 다섯 시간, 포장도로와 흙길, 물길을 차례로 달려 알혼섬에 발을 딛는 순간, 삶은 바이칼 여행 이전과 이후로 나뉘며, 세상엔 바이칼에 가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두 부류밖에 없게 된다.

후지르 마을에서 제일 규모가 크고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숙소 '니키타 하우스'에 짐을 풀었다. 러시아산 '발티카' 캔맥주를 마시며 호수로 향하는 산책로를 걸었다. 곧 눈앞에 나타난 장관에 다리가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

대자연에 압도된 것이다. 인류가 20년 동안 마셔도 그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3000만년을 얼고 녹은 바다 같은 호수를 보며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나를 어떻게 주체할 수 없어 언덕을 달려가다 넘어졌다. 안 아팠다. 아찔한 벼랑을 뛰놀다 내게로 와 얼굴을 핥아대는 개들마저 반가웠다. 무릎 꿇고 엎드려 바이칼 호수 물을 마셨다. 온몸의 혈관이 깨끗해졌다.

알혼섬 일대는 샤머니즘의 발원지로 알려져 있다. 어딜 가든 서낭당, 솟대, 장승 등 우리 민속신앙과 비슷한 상징물을 볼 수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지기(地氣)가 센 땅이라 한다. 아아, 바이칼! 5월에도 얼음이 다 녹지 않는 '천지의 어머니' 위로 신성한 불칸(Bulkhan) 바위가 알혼섬의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

보기에는 그냥 바위산이지만, 실은 전체가 철광석으로 이루어져 우주를 끌어당기는 강력한 자석. 두 명의 부리야트족(族)이 손 모아 기도하며 바위를 오르고 있었다. 나도 바위에 올랐다. 왠지 '광야에서'를 꼭 불러야 할 것 같아서 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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