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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루江 따라… 유럽에서 '자유 시간'

09/01/2017 | 07:58:52AM
도루江 따라… 유럽에서 '자유 시간'
"살아보니 참 질그릇 같은 나라"라고 포르투갈 생활 8년째라는 한 교민이 말했다. 잠시 들른 여행자 눈에도 그렇게 보였다. 길에 깔린 돌은 전부 반들반들 모서리가 닳아 있고, 건물마다 흙으로 울퉁불퉁 빚은 그릇처럼 투박하면서도 온기가 배어 있다.

유럽의 가장 서쪽. 대서양과 스페인 사이 포르투갈은 국내에 세세히 알려진 나라는 아니다. 어마어마한 대자연이나 휘황찬란한 유적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 맑게 부서지는 햇살 아래 오래된 가죽 소파처럼 여행자를 푸근하게 감싸 안는다.

달콤한 도시 포르투

8월의 토요일 오후 포르투(Porto) 시내에 도착했다. 포르투갈 제2의 도시 포르투에서 출발하는 도루강 크루즈를 타러 갔다. 국내엔 수도 리스본이 더 잘 알려져 있지만, 포르투는 휴가철마다 유럽 각지에서 관광객이 밀려드는 '낭만의 도시'다. 세로로 긴 직사각형 모양인 포르투갈 북서쪽 모서리 근처에 포르투가 있고, 여기서부터 스페인 중서부까지 897㎞ 길이 도루강이 이어진다.

항구도시 포르투는 압도적인 풍경으로 가슴에 남는다. 언덕을 따라 오렌지색 지붕이 오밀조밀 모여 있고, 그 앞으로 흐르는 강물에 라벨로(와인을 실어 나르던 전통 배)가 유유히 떠간다. 구스타브 에펠의 제자가 디자인했다는 커다란 아치 모양 동 루이스 1세 철골 다리가 강 사이를 잇는다. 주말을 맞은 시민과 관광객이 몰려나와 강가에 늘어선 카페와 식당을 빽빽이 채웠다. 정어리(사르디나) 굽는 냄새가 골목마다 고소하게 풍겼다.

골목 따라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마치 영화 세트장에 온 것 같다. 히비에라 역사지구 등 수백 년 전 동네가 보존돼 있다. 포르투갈이라는 나라 이름이 포르투에서 비롯됐을 만큼 포르투는 교역으로 일찍부터 번성했던 상업 중심지였다. 대항해시대가 지나고 유럽의 경제 중심이 옮겨가면서 옛 모습을 간직한 채 정체됐다.

도심 구석구석엔 채색 타일 아줄레주로 낡은 외벽을 소박하게 장식한 건물이 많다. 윤을 낸 돌이라는 뜻의 아줄레주는 포르투갈 고유 장식 문화로, 타일에 그림을 그려 벽을 꾸민다. 상 벤투 기차역에는 역사적 전투 장면을 그려넣은 2만개 타일이 벽에 붙어 있다. 산투알폰소성당과 카르무성당에도 성직자의 삶과 수도회 기사단 창립을 그린 아줄레주가 건물 정면과 측면을 채웠다. 하얀 타일 위에 새파란 물감으로 그렸는데도 이야기가 녹아 있어 따스해 보인다.

느긋한 포르투갈을 느긋하게 여행하는 데 크루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강을 따라 이동하는 크루즈는 승객 100여 명을 태울 수 있는 아담한 규모로, 바다를 항해하는 크루즈처럼 거대하지 않다. 오전에 차로 30분~1시간 거리 관광지를 둘러본 뒤 배로 돌아와 점심을 먹는다. 이때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말 그대로 '자유의 시간'. 물 위로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크루즈를 타고 여행의 피로에 허덕이지 않으면서도 풍경과 휴식을 만끽할 수 있다.

도루강을 따라 오래전부터 크고 작은 도시들이 발달했다. 하루 한 곳씩 여유롭게 둘러본다. '건국의 도시'로 불리는 기마랑이스는 1100년대 포르투갈이란 국가가 처음 생겨났을 때 첫 수도였다. 중세의 탄탄한 성과 공작 저택, 성당 등이 그대로 남아 있어 시간 여행을 온 듯하다.

라메구의 산투 이스테바우 산 위 '치유의 성모 마리아 성지'는 우아한 자태로 도시 전체를 내려다본다. 1777년부터 1966년까지 공사가 진행된 건축물은 로코코 양식의 부드러운 곡선으로 섬세하게 장식됐다. 900개 넘는 계단과 난간, 테라스를 정교하게 꾸미고 아줄레주 그림을 더했다. 높은 곳에서 위용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따스하게 감싼다. 라메구 지역 어디서나 올려다보면 간절한 기도의 마음이 절로 솟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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