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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무용·콘서트만 3400개… 분열된 세계의 화해를 꿈꾸다

08/18/2017 | 12:00:00AM
연극·무용·콘서트만 3400개… 분열된 세계의 화해를 꿈꾸다
북위 55°56′58″. 에든버러의 8월은 해가 지지 않는다. 지난 4일 개막한 에든버러 국제축제에선 아침 9시에 연극 첫 공연이 시작되고 밤 11시에도 수십개 공연이 올라간다.

창설 70년을 맞은 올해엔 공식 부문의 연극, 무용, 오페라, 클래식 음악회만 100여 개, 비공식 부문인 프린지(Fringe)에 3300개 공연이 참가하는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개막 첫 주에 34만명이 에든버러를 찾았다고 현지 언론도 흥분했다.

"세계 초연 작품과 고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함께 보여주는 것이 우리 축제의 특성입니다. 전쟁으로 분열된 세계에 문화 예술이 희망과 화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믿었던 1947년 축제 창설 정신은 지금도 절실합니다." 퍼거스 라인헌 페스티벌 감독 말처럼 첫 주 화제작으로 신작과 고전이 골고루 등장했다. 첫 주가 지나면서 실패작과 성공작이 뚜렷이 나타났다.

마임극‘망각의 기술’을 선보인 런던의 리(Re) 극단 단원들이 공연을 홍보하기 위해 에든버러 도심 빅토리아 스트리트를 질주하고 있다. ‘망각의 기술’은 기억을 잃어가는 남성이 55세 생일을 앞두고 인생을 회고하는 내용.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첫 주에 가장 주목받은 작품이다.

첫 주 공식 부문에서 가장 주목받은 작품은 이오네스코의 '코뿔소'. 일간지 더타임스와 인디펜던트, 파이낸셜타임스가 긴 리뷰와 함께 별 넷, 더 스코츠맨이 별 다섯으로 크게 호평했다. 젊은 여성 작가 지니 해리스가 원작의 시공간을 현재로 옮겨온 이 작품은 터키DOT 극장과 공동 제작했는데, 한 마을의 평범한 주민들이 코뿔소(괴물)로 변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담았다.

시리아 등 중동 난민 유입에 대한 저항을 풍자한 대사들도 박수를 이끌어냈다. 유럽 코뿔소와 중동 코뿔소의 외양이 어떻게 다른지 옥신각신하는 장면이나 연인이 코뿔소로 변해버리는 것을 속수무책 바라보는 주인공의 절망이 생동감 있게 그려졌다.

공식 부문에서 가장 공들인 작품 '디바이드'는 2차대전 직후 '분열된 세계'(di vided continent)의 화해를 갈망했던 축제 이념을 담아낸 야심작. 하지만 장황한 대사와 밋밋한 연출이 빚어낸 실패작이었다.

자유 참가작이 경쟁하는 프린지 공연장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축제 기간 에든버러 곳곳의 대학 강당, 교회, 주민센터, 카페 등이 극장으로 변한다. 이들에겐 매표소 앞 '매진 리스트'에 오르는 것이 꿈이다. 첫 주에 주목받은 작품은 축제가 끝날 때까지 상당한 입장 수입을 올릴 수 있고, 여러 나라에 초청받기 때문이다.

첫 주 화제작은 연극과 소극장 뮤지컬이 고루 섞였다. 대사가 거의 없는 마임극 '망각의 본질(the nature of forgetting)'은 기억을 잃어가는 남성이 55세 생일을 기다리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이야기다. 4명의 배우가 1시간 반 공연 내내 사방 4m 정사각형 무대를 뛰어다니며 40여 년에 걸친 삶의 기억을 재현한다. 희미해지는 기억과 혼돈을 늘어진 녹음테이프 같은 음악과 슬로모션, 고속 되감기 모션 같은 마임으로 기막히게 표현했다.

무용가 국수호가 연출한‘타고’의 야외 시범 공연을 보기 위해 관객들이 모여들었다. 무용가 국수호가 연출한‘타고’의 야외 시범 공연을 보기 위해 관객들이 모여들었다.

첫 주 프린지 최대의 흥행작은 소극장 뮤지컬 '왕좌의 게임'(Thrones!)이다. 미국 HBO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열광하는 평범한 영국인들이 초등학교 학예회 하듯 이 드라마 주인공으로 역할 놀이를 하는 뮤지컬이다. 에든버러 대학 계단식 강의실을 이용한 공연장(어셈블리 스튜디오1·300석)은 전석 매진이었다. 노골적인 성적(性的) 유머와 잘 알려진 드라마 캐릭터에 대한 독특한 해석으로 1시간 10분 내내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28일까지 열리는 이번 축제에서 한국에서는 공식 부문에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초청받았고 프린지에 '코리아 시즌'이라는 이름으로 '타고' '앙상블 수' '스냅' '꼭두' 등 비(非)언어극 4개 작품이 참가했다. 개별 참가작도 14개에 이른다. 무용가 국수호 안무·연출 '타고'는 첫 주 9회 공연 중 5회가 매진됐다. 극단 성북동 비둘기의 '메데아 온 미디어'는 "미디어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에 던지는 질문이 날카롭다"(더 리스트)는 호평과 함께 별 셋 평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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