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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향기 품은 고령 개실마을

04/05/2017 | 08:15:22AM
봄향기 품은 고령 개실마을
겨울에 한옥마을은 조용하게 마련이다. 고령군 쌍림면 개실마을은 다른 계절에 비해 방문객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봄이 오자 유과와 엿을 만드느라 주민은 쉴 틈이 없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수시로 펼쳐지는 개실마을에서 달콤한 체험을 즐기고, 전통 한옥에서 하룻밤 편안하게 쉬어보면 어떨까?

개실마을은 조선 시대 홍문관, 경기도관찰사, 형조판서 등을 역임하고 사후 영의정에 추증된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후손이 모여 사는 곳이다. 60여 가구 중 80% 정도가 기와집인 전통 있는 한옥마을로, 기와집과 주위를 둘러싼 논, 대숲, 솔숲이 어우러진 풍광이 더없이 평화롭다. 마을에 들어서면 점필재종택을 먼저 둘러보는 게 순서다. 여든 살 넘은 종부가 지키는 고택은 반질반질 윤이 난다.

1800년경 건립한 안채는 1878년에 중수했고, 사랑채는 1812년에 지은 것으로 추측된다. 가문에 전해지는 유물의 사진(원본은 대가야박물관 소장)과 김종직 선생의 일생을 보여주는 서림각이 사랑채 옆에 있고, 돌담을 휘돌아 가면 선생을 모신 사당이 나온다.

그네타기, 널뛰기, 디딜방아 체험을 즐기는 민속놀이마당 싸움소를 기르는 사육장, 후학을 가르치기 위해 건립한 도연재, 도예가가 상주하며 도예 체험을 진행하는 도자기체험장, 그네뛰기와 굴렁쇠 놀이 등을 할 수 있는 민속놀이마당 등 마을 안팎을 느린 걸음으로 둘러본다. 민박을 하는 한옥도 여러 군데다. 내부에 주방과 욕실을 갖춰 이용하기 편하다.

마을을 둘러보고 나서 체험장으로 향한다.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엿 만들기가 개실마을의 대표 체험이다. 조청을 달여 걸쭉해지면 살짝 식힌 다음 두 명이 맞잡고 길게 늘였다가 접기를 반복한다. 짙은 갈색이 차츰 옅어져 완성될 즈음에는 아이보리색으로 바뀐다. 늘이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공기가 들어가 엿에 구멍이 생긴다.

동네 어르신의 시범에 따라 체험객도 마주 앉아 엿 만들기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조청이 뜨거우니 조심해야 한다. 쌀가루를 묻히면 엿이 손에 붙지 않는다. 늘이다가 재빨리 접어야 하는데, 속도 조절이 쉽지 않다. 처지거나 많이 잡아당겨 끊어지기 일쑤다. 실수하는 게 오히려 재미있다며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어르신이 만든 것처럼 굵기가 고르고 공기구멍이 많은 엿은 아니지만, 즐겁게 만들었으니 맛은 좋을 것이다. 엿가락이 굳은 뒤 나무 막대기로 두드리면 톡톡 끊어지는 것도 재미있다.

엿의 주재료는 쌀이다. 마을에서 농사지은 쌀로 지은 밥에 엿기름을 더해 조청을 빚고, 그 조청을 달여 엿을 만든다. 직접 만든 엿 한 조각을 입에 넣으니 달콤하고 찐득하다. 자연에서 온 단맛이라 그런지 자꾸 먹고 싶다. 유과 만들기도 재미있고, 칼국수를 만들어 점심으로 먹을 수도 있다. 마을의 정취를 느끼며 다양한 체험을 하려면 하룻밤 묵는 게 좋다.

한옥마을은 아이들에게 따분하기 쉽지만, 개실마을은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해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엿 만들기 다음으로 인기 있는 체험은 딸기 따기다. 딸기는 고령 특산물인데, 개실마을이 속한 쌍림면에서 재배하는 딸기가 특히 유명하다. 이맘때 고령을 여행하다 보면 도로변에 딸기 가판대가 자주 눈에 띈다. 딸기 하우스 안은 포근하고 초록빛이 가득한 봄날이다. 체험은 농장주의 딸기 따기 시범으로 시작된다. 딸기를 가볍게 잡고 꼭지 부분을 뒤로 꺾으면 톡 떨어진다. 꽃이나 줄기가 상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따 먹는 재미, 통에 담는 재미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바쁘다. 한겨울에 즐기는 봄맛이 상큼하고 달콤하다.

개실마을에서 차로 3분 거리에 있는 미니멀동물원은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규모는 작지만 보고 만지며 동물과 교감할 수 있다. 앵무체험마을에 들어가면 청금강이 "안녕?" 하고 인사한다. 해바라기 씨와 호박씨를 재빨리 까서 먹고, 머리에 올려두면 머리카락을 빗기듯 행동하는 앵무새가 무척 귀엽다.

와일드체험마을에서는 고슴도치, 스컹크, 너구리 등을 만날 수 있다. 뽀로로의 친구 에디의 모델인 사막여우, 포켓몬스터의 캐릭터 피카추의 모델인 친칠라 등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동물을 비교해서 설명해주니 아이들 눈이 반짝인다. 뱀을 목에 걸거나 도마뱀을 머리에 올리는 등 만지고 체험하는 시간이 충분해서 좋다.

고령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대가야를 알아야 한다. 삼국시대라고 하면 고구려, 백제, 신라를 기억하지만 그 외에 고령을 기반으로 한 대가야, 김해에 세를 형성한 금관가야 등 육가야가 서기 전후부터 6세기 초·중반까지 고대국가의 형태를 유지했다. 그중 대가야는 서기 42년부터 신라 진흥왕에게 멸망한 562년까지 5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국가로, 금관가야가 신라에 멸망한 뒤 가야 연맹을 이끌었다. 대가야읍을 둘러싼 주산의 능선에는 대가야 왕족과 귀족 무덤으로 추정되는 고분 700여 기가 남아 고령 지산동 고분군이라 불린다. 무덤 주인 외에 주변 인물을 순장한 것도 여러 기 발굴됐다.

고분군으로 가는 산책로 입구에 국내 최초로 확인된 대규모 순장 무덤인 지산동 고분군 44호 내부를 실물 크기로 만든 대가야왕릉전시관이 있다. 무덤 주인이 잠든 으뜸 돌방 외에 순장자를 위한 돌방이 각각 존재하고, 사후에 쓸 물건을 넣어둔 창고 등도 확인된다. 순장자는 단순히 왕의 주변 인물이 아니라 마부, 농부 등 각 직업군을 고루 포함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대가야왕릉전시관 아래쪽에 대가야박물관이 자리한다. 대가야는 물론 고령 지역의 역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구석기시대부터 근대까지 유물을 전시한 곳이다. 금동관, 금관, 원통 모양 그릇받침 등 전시된 유물을 보며 대가야의 융성한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좀 더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다. 지산동 고분군과 대가야박물관을 둘러본 다음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로 이동하면 동선이 딱 맞는다. 대가야체험관, 대가야탐방숲길, 대가야시네마, 체험공방 등의 시설과 통나무로 지은 대가야펜션, 캠핑장, 물놀이장을 갖춰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다. 드라마 〈프로듀사〉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에서 고개를 들면 산 위에 볼록볼록 솟은 고분이 보인다. 개실마을의 달콤한 체험으로 시작해 대가야의 역사로 이어진 여행은 미처 몰랐던 고령의 멋과 매력을 발견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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