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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자에는 디자인이 필요 없다고요?

06/24/2013 | 09:26:13AM
국자에는 디자인이 필요 없다고요?
지난해 7월, 세계적인 디자인 공모전 ‘레드닷 디자인어워드’에서 디자인 콘셉트 부문 최우수상(베스트 오브 베스트 상)을 수상한 박지연 대표는 ‘한국의 조셉조셉’을 꿈꾼다. ‘조셉조셉’은 2003년 쌍둥이 형제인 리처드 조셉과 안토니 조셉이 만든 브랜드로, 기존 전통 주방에서는 볼 수 없던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전 세계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국자・뒤집개 같은 조리도구에 자석을 달아 레인지 후드에 붙일 수 있는 ‘키친 아이시클’ 시리즈를 출품한 그는 ‘편리함과 디자인을 동시에 만족시킨 제품’으로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또 다른 메이저 디자인 대회인 미국 IDEA에서도 결선에 올라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결선에 오른 출품작 중 금・은・동상 수상자가 결정되기 때문에 사실상 입상이 확정된 셈이다. ‘레드닷 디자인어워드’와 ‘IDEA’는 세계 우수 디자인 제품을 선정해 시상하는 디자인상으로 독일에서 열리는 ‘iF’와 더불어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힌다. 박 대표는 그중 두 대회를 석권했다. 퀀텀바이가 창업한 지 2년밖에 안 된 신생 회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과다. 수상 소감을 묻자 박 대표는 “그동안 국내에서 받은 설움을 보상받았다”며 웃었다.

“이 일을 하면서 ‘국자 따위에 무슨 디자인이 필요해?’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지원을 받으려고 해도 제품군에 ‘주방용품’이라고 쓰면 대부분 하찮게 생각하더라고요. 혼자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무척 힘들었죠. 이런 인식이라면 국내에서는 좀 어렵겠다고 판단했어요. 또 처음부터 고가 라인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해외시장을 먼저 공략한 뒤 거꾸로 국내에 들어와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려면 디자인에 대한 검증을 받을 필요가 있어서 출품하게 됐어요. 수상을 기대한 건 아니어서 결과를 듣고 깜짝 놀랐죠. 무엇보다 ‘퀀텀바이’라는 회사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에요.”

수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의 입지도 달라졌다. 백화점과 해외 유통업체들의 문의가 이어지는 등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본격적인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5월에는 중국, 가을에는 유럽 전시회를 계획 중이다. 대량 주문에 대비해 양산 시스템도 준비하고 있다.

부엌에서 느낀 불편함을 디자인에 반영

계명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박 대표는 창업 전 LG전자 디자인센터에서 일했다. 7년간 재직하며 엑스캔버스를 비롯한 가전제품, 패키지 디자인 등을 담당했다. 유학파도 아니고, 화려한 스펙도 없었지만 스물아홉의 나이에 최연소 팀장으로 승진할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온 이유를 물으니 “열정을 다해 일했지만 뭔가 허전했고, 온전히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보고 싶은 열망이 강하게 일었다”고 한다. 결국 사직서를 냈지만 곧바로 창업을 하지는 않았다.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꼬박 3년을 전업주부로 살았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는 나이가 되면서 다시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이 ‘경기여성능력개발센터’ 안에 있었다. 아이를 데려다 주러 갔다가 ‘여성들의 창업을 지원한다’는 포스터를 본 그날, 집에 돌아오자마자 신청서를 작성했다. ‘업종’ 란에 무작정 ‘디자인’이라고 썼다. 다행히 높은 경쟁률을 뚫고 33㎡(10평 정도) 되는 사무실을 얻었다.

“처음에는 이탤리언 레스토랑을 할 생각이었어요. 제가 요리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경력 단절 여성들의 창업을 도와준다’는 말에 끌렸어요. 일단 어떻게든 그 사무실에 들어가고 싶어서 디자인 회사라고 써냈지만 무엇을 만들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어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무엇에 관심 있는지’ 글로 쓰면서 생각을 정리해봤지요. 제가 주방에 있는 시간을 행복해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음식을 조리할 때 국자나 뒤집개 같은 것들을 사용하다 마땅히 놓을 데가 없어 고민했던 게 떠올랐어요. 레인지 후드에 붙이면 좋겠다 싶었죠. 좋은 디자인이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일상의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거잖아요. 게다가 우리나라에 는 디자인 주방용품이 많지 않으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제품 개발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이 직접 재료를 사다 붙이고 자르며 샘플을 만들었다. 말 그대로 ‘고군분투’했다. 연구 개발 비용은 편집디자인, 광고디자인 대행을 병행하며 얻는 수익으로 충당했다. 두 가지 일을 하느라 몇 배로 힘들었지만 일하는 게 즐거워 밤샘한 날조차 힘든 줄 몰랐다고 한다.

그사이 직원은 3명으로 늘었고, 최근에는 사무실도 더 넓은 곳으로 옮겼다. 지금도 퀀텀바이는 제작물 디자인과 주방용품 디자인 두 분야로 나누어 운영한다. “제작물 디자인 의뢰가 많아 주방용품 개발에 주력할 수 있었다”는 그는 “사업이 체질적으로 잘 맞는 편”이라며 웃었다.

“저는 큰 조직에서 일부분으로 존재할 때는 제 능력을 잘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혼자서 뭘 하면, 아무리 열악한 환경이라도 그걸 키우는 자질이 제게 있다는 걸 알았어요. 얼마 전 모교인 계명대의 초청을 받아 특강을 한 적이 있는데 후배들에게 ‘스펙 쌓기보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탐구를 먼저 하라’는 조언을 해주었어요. 요즘 청년 창업가가 많아졌잖아요. 대기업 취업과 스펙에만 목매는 현실이 어느 정도 개선되는 것 같아 반갑더라고요. 하지만 창업이든 직장생활이든 자신에 대해 잘 알고 그에 맞는 선택을 하는 게 중요해요. 그런 고민 없이 무조건 사회로 떠밀려 나와 뒤늦게 방황하는 사람을 아주 많이 봤거든요.”

여전히 도전하는 과정에 있지만 그는 새로운 것을 개척하고, 이루어가는 지금이 무척 행복하다고 한다. 레스토랑 창업에 대한 꿈도 접지 않았다. 퀀텀바이를 세계적인 주방용품 회사로 키우고 싶다는 원대한 목표도 세웠다. “즐겁게 일하는 사람을 당해내지 못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 일을 하면서 새삼 깨달았다”는 박지연 대표. 그 열정으로 미루어, 전 세계 주부들이 갖고 싶어 하는 명품 조리도구가 한국에서 탄생할 날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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