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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 높은 韓영화, 부산을 흔들다

10/09/2012 | 10:12:53AM
수위 높은 韓영화, 부산을 흔들다
지난 4일 개막한 제 1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이제 후반부에 접어든 가운데, 한국영화 화제작들 중에는 유난히 소재나 주제가 강렬하고 표현의 수위 또한 높은 '센' 작품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거장들의 신작이나 세계 최초 공개작품, 화제작을 소개하는 갈라섹션에 선정된 4편의 한국영화들이 모두 그렇다.

대표적 작품이 정지영 감독의 '남영동 1985'. '제 2의 부러진 화살'이라 불리며 상영 후 더욱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 영화는 고(故) 김근태 전 민주 통합당 상임고문의 자전 수기 '남영동'을 바탕으로 1985년 9월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서울 용산구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22일 동안 고문을 당한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제에서는 15세 관람가로 상영된 이 작품은 잔혹한 고문의 여실한 묘사와 잊어서는 안 되는 우리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게 하는 주제로 또 한편의 '문제작'에 등극했다.

박철수 감독의 'BED'는 침대에 관한 세 가지 시선을 담았다'라는 감독의 말처럼 주로 정사신으로 이뤄졌다. 영화는 사랑을 침대라고 표현했던 소설가 권지예의 동명소설을 영상으로 표현했다. '녹색의자',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 등을 만든 박철수 감독의 인간의 욕망, 성애에 대한 시선이 뚜렷히 담겼다는 반응.

'손톱', '올가미', '신장개업' 등 한국형 스릴러 영화의 버팀목이 되 온 김성홍 감독의 '닥터'는 겉보기에 잘 나가는 성형외과 전문의이나 사실은 중증 싸이코패스인 한 중년남의 젊은 아내를 향한 집착적 애욕과 그로 인해 야기되는 엽기적 살인행각을 다룬 작품. 유혈이 낭자하고 살인 장면은 끔찍하다. 배우 김창완이 분한 사이코 패스, 혹은 정신분열 환자는 보는 이가 두 눈을 감아버릴 정도로 섬뜩함을 안긴다.

'검은 땅의 소녀와', '영도다리', '핑크' 등을 연출한 전수일 감독의 '콘돌은 날아간다'는 가톨릭 사제의 이야기지만 억제할 수 없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 신부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번민을 치유하는 과정을 그렸다. 한국영화의 헤어누드 논쟁이 더 이상 불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전찬일 프로그래머는 "갈라 섹션은 보통 화려한 영화들로 포진하게 마련이라 이번 작품들을 두고 갈라 답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번 부산영화제에는 한국 감독들에 대한 성원과 예우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의미 못지않게 외연도 중요하다"라며 "물론 모두가 좋아해 줄 영화는 아니다. 실패냐 성공이냐는 나중에 평가되겠지만 반반일 거다. 그것은 이미 알고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러 의도한 것은 아니고 공교롭게 그 감독들이 센 영화를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수위 높은 영화들이 많이 포진돼 있지만 폭력이나 섹스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것은 아님도 보여주고 있다.

갈라 섹션 영화들 뿐 아니라 성폭행 당한 딸의 복수를 그린 이지승 감독의 '공정사회', 행복한 삶을 꿈꾸던 한 가족에게 닥친 예기치 못한 사건과 기적을 그린 민병훈 감독의 '터치', 제 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베니스 데이즈' 부문에 초청돼 퀴어 라이온 상을 수상한 전규환 감독의 '무게' 등이 강렬한 소재와 극단적인 표현 속에도 자극이나 불편함이 아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번 부산영화제 작품들은 이처럼 다채로움 속에 한국영화 속 표현의 벽이나 한계가 점차 무너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영화들이 많지만 평은 지난 해 보다도 긍정적인 분위기이다. 전찬일 프로그래머는 "체코에서 온 한 영화제 관계자는 올해 눈에 띄게 영화들이 좋아졌다고 말하더라. 작년보다 좋은 반응들이 바로바로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지난 해 영화제 측을 기진맥진하게 만들었던 상영 사고는 아직까지 한 차례도 없었다. GV나 야외무대인사가 취소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기술팀 등 영화제 측의 각별한 노력으로 큰 사고가 아직 없었다는 것과 영화제 내내 날씨가 좋아 야외 무대인사나 관객과의 대화 등 행사들의 참여율이 높았다는 점도 긍정적인 면이다.

한편 올해는13일까지 지난 해 보다 하루가 더 늘어난 열흘동안 영화제가 진행되며 75개국 304편이 부산 영화의 전당을 비롯해 해운대 일대에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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