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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어울림 '대학살의 신'

08/07/2012 | 03:32:52PM
배우들의 어울림 '대학살의 신'
연기파 배우 4명이 좁은 공간 안에서 마음껏 노닌다. 허식에 가득 찬 서구 중산층을 비꼬는 대본의 힘도 훌륭하다. 게다가 연출자는 코미디에도 일가견 있는 거장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다.

영화 '대학살의 신'(원제 Carnage)은 유머와 위트가 가득한 작품이다. 대사가 속사포처럼 쏟아지지만, 위트가 풍부한데다 캐릭터 속에 대사들이 잘 녹아들어 상영시간 80분이 금세 지나간다.

강약을 세밀히 조절해 나가며 극을 정점으로 이끄는 폴란스키 감독은 배우들의 호연을 진두지휘하고, 여기에 자신만의 코믹한 요소를 버무리면서 거장다운 '소품'을 만들어냈다.

열한 살 꼬마 재커리는 친구들과의 다툼 중 막대기를 휘둘러 이턴의 앞니 두 개를 부러뜨린다.

재커리의 부모인 앨런(크리스토프 왈츠)과 낸시(케이트 윈즐릿)는 사죄의 뜻으로 이턴의 부모인 마이클(존C.라일리)과 페넬로피(조디 포스터)의 집을 찾는다.

사이 좋게 합의서를 작성하며 담소를 나누던 두 부부. 그러나 아이들 문제로 시작된 고상하고 교양 있는 대화는 점차 과격하고 유치해진다. 낸시의 구토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상황은 점점 욕설과 저속한 대화까지 오가는 난장으로 치닫는다.

'대학살의 신'은 야스미나 레자의 동명 연극을 원작으로 한 실내극이다. '아이들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번진 상황'을 소재로 한 블랙코미디로, 영국 올리비에상과 미국 토니상 등을 휩쓴 작품이다.

영화는 아이들이 다투는 장면이 오프닝에 삽입된 것을 제외하고 스토리에 있어서 연극과 다른 점이 거의 없다. 서구 중산층을 풍자하는 태도도 연극과 비슷하다. 한 장소에서, 하루 동안에 벌어진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고전주의 연극의 뿌리깊은 전통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그러나 폴란스키 감독은 연극적 소재를 영민하게 빌리면서도 카메라의 위치와 거리, 장면전환, 적절한 음악 등을 통해 매우 '영화적인' 영화로 재탄생시켰다.

특히 인물들의 감정을 한도씩 끌어올리며 차근차근 분출시키는 유려한 연출력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다. 플롯에 맞춰 조금씩 분출시켜 결국에는 폭발시키는 강약 조절이 탁월하다.

영화를 풍요롭게 만드는 지점은 배우들의 속사포 같은 대사와 그 대사와 긴밀하게 연결된 사건들이다. 모든 사건은 거실에서 벌어지지만, 결코 거실을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들이 잔잔한 웃음의 물결을 일으킨다.

공포영화인 '박쥐성의 무도회'(1967)에서도 빛나는 코미디를 만들어냈던 폴란스키는 작심하고 만든 코미디 영화에서 매우 탁월한 유머 감각을 선보인다. 등장인물들의 신랄한 공격과 대응을 보고 웃지 않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그야말로 파상공세다. 크리스토프 왈츠의 냉소적이며 소심한 모습과 케이트 윈즐릿의 토악질 연기, 히스테리를 불러일으키는 조디 포스터의 신경질적인 연기, 사람 좋은 미소를 풀풀 날리면서도 결정적 순간 냉정하게 돌변하는 라일리의 연기는 숨죽이고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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