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기사 | 구독신청 |

창연한 오랜 길을 걷다. 스코틀랜드 웨스트 하이랜드 웨이. #4

12/02/2018 | 03:36:32AM
창연한 오랜 길을 걷다. 스코틀랜드 웨스트 하이랜드 웨이. #4
Photo Credit: pickupimage.com
글렌코 밸리. 이곳은 숱한 전설과 함께 얘깃거리가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바위 하나가 산이 되어버린 엘티브 모어를 비롯해서 일천미터급의 산들이 도열한 글렌코 계곡에서 등산과 스키 등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그래서 007 시리즈 영화 스카이폴을 찍은 곳입니다. 더욱이 역사적 사실을 영화화하여 공전의 히트를 친 멜 깁슨이 주연한 영화 ‘브레이브 하트’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피끓는 분노와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린 조국을 살리기 위한 뜨거운 조국애로 가득 넘치도록 용맹한 가슴을 달구었던 윌리엄 월레스의 전설이 살아있는 땅입니다. 이제 길은 제법 오랜 시간이 오르막으로 이어집니다. 악마의 계단으로 회자되는 오름 길. 이 길을 오르는 동안 비와 햇살과 바람이 번갈아 가며 이 땅을 지배합니다. 스코틀랜드의 날씨는 간단합니다. 비가 내리고 있든가 혹은 곧 비가 내릴 예정이던가... 그래서 어른이고 아이들이고 그들의 외출복장이든 작업복장이든 장화 착용이 필수입니다. 그들 속담에 날씨가 나쁜 적은 없는데 당신이 옷차림을 잘못 준비했다라고 할 정도로 이 하이랜드의 날씨는 고약하도록 변화무쌍 합니다. 그래서 핀잔을 듣거나 멍청하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면 모든 날씨에 대비해 갖추란 뜻입니다. 산정에 다다를 즈음에서는 아예 바람이 미쳐버립니다. 우리는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의 등장인물이 되어 그 광폭한 비바람을 헤치며 나아갑니다. 저 산 저 건너편에는 햇살이 무지개 너머로 환한데 말입니다.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하루가 그렇게 저물어 갑니다.

킨로크레븐에서 출발하여 포트 윌리엄으로 가는 길. 종주의 마지막 날입니다. 숙소 캐빈에서 나오자마자 산길로 접어들고 길이 급격하게 경사진 오르막으로 변하는데 30분 정도를 계속 으르면 조망터에 이르고 호수를 품고있는 산촌의 풍경이 참 좋습니다. 때맞춰 바람은 일렁이고 풀잎은 그 바람에 나부끼고 숲과 호수 그리고 마을이 어우러진 풍경이 시공을 가득 채웁니다. 수평선 위로 산 아래로 가득 채워진 구름이 하늘과 물의 산의 경계를 지우니 길 또한 산길인지 물길인지 선계로 가는 꽃길인지 분간이 어렵습니다. 하산 길은 울창한 낙엽송 우거져 황금색으로 익어가는 숲길로 쭉쭉 뻗어 오른 거목들 사이로 길이 이어집니다. 들판이며 산허리에는 짙은 가을색인 갈색으로 덮여져 있는데 그 모두가 고사리가 나무만큼 자라 울창하리 만치 가득한데 이 땅에 묘한 풍경을 만들어 주는 일등 공신입니다. 포트 윌리엄스가 가까워 옵니다. 오른 쪽으로 브리튼 제도에서 가장 높은 산인 1,344m의 벤네비스 산(Ben Nevis)이 그램피언 산맥의 서쪽 자락에 솟아 올라있습니다.

7일 동안의 WHW 종주 트레킹을 마치고 종착지 포트 윌리엄으로 들어서니 이내 로터리에 The Original End of The West highland Way라고 쓴 큰 간판이 지친 순례자들을 반겨주고 우리는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유료 서비스의 종주 증명서를 발급받고 다시 한번 인증샷을 남깁니다. 하지만 이곳이 진정한 종착지가 아니라 시가지를 기백미터 걷고 또 다시 광장과 도심 거리를 개선장군 처럼 휘젓고 가야 마침내 웨스트 하일랜드 웨이의 종착점인 고든광장에 도착합니다. 벤치 위에 앉아있는 조지옹의 동상곁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데 그 동안 종주길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같은 목적지를 향한 길위의 동행이었던 모녀며 연인이며 부부며 속속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함께 반가운 인사와 사진도 찍어주며 종주의 기쁨을 나눕니다.

웨스트 하이랜드 웨이 길 위에서 쌓은 우리의 추억. 여러분들도 행여 스코틀랜드로 오시려거든 이런 이들이 오시라. 세상의 끝에 나만 홀로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 수 시간을 걷는 동안 인가 하나 없는 고독의 절정인 그 길위에서 펑펑 울고 싶은 사람들. 사람보다 짐승이 더 많은 광활한 초원에서 거대한 호수와 깊은 숲길을 걸으며 가을색에 물들고 싶은 사람들. 걸는 동안 귓전을 울리는 건 바람소리와 빗소리뿐 그 외로움을 맛보거나 즐기려는 사람들이 오시라. 이들을 위해 준비된 땅입니다. 하지만 이 바람의 나라 스코틀랜드에 오시려거든 아무나 오시면 됩니다. 이 길에는 광활한 야생의 아름다움이 가득하며 이땅의 진정한 주인인 비와 바람 그리고 안개가 그 쓸쓸함을 극적으로 승화시켜줍니다. 깊은 사색과 내면의 자아와 나누는 대화로 가슴 가득 삶의 농익은 향기로 가득 채워지는 가을 스코틀랜드의 웨스트 하이랜드 웨이. 그 안개 자욱한 길을 아스라이 걷고 있는 사람마저 고즈넉한 풍경의 일부요 자연의 하나로 만들어버리는 그 길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관련 커뮤니티
지중해의 보석 같은 다섯 마을. 친퀘 테레 #1
창연한 오랜 길을 걷다. 스코틀랜드 웨스트 하이랜드 웨이. #3
창연한 오랜 길을 걷다. 스코틀랜드 웨스트 하이랜드 웨이. #2
창연한 오랜 길을 걷다. 스코틀랜드 웨스트 하이랜드 웨이. #1
화려한 가을색은 백운암에 내리고.. 돌로미테
캐나다 로키와 깊은 정을 나누고... #2
캐나다 로키와 깊은 정을 나누고... #1
캐나다 로키. 버그 레이크 트레일 - Berg Lake Trail
Tonquin Valley Loop 카나다 로키 자스퍼
캐나다 로키 산맥의 Skyline Trail. 백팩킹
comments powered by Disqus
미주조선일보 회사소개 지면광고 구독신청 기사제보 온라인광고 인재초빙 미주조선 TEL(703)865-8310 FAX(703)204-0104
COPYRIGHT ⓒ Chosunilbousa.com 2007 - 2018 이메일 | 개인정보보호정책 | 저작권안내 | 콘텐츠 제휴문의
뉴스 및 콘텐츠를 무단 사용할 경우 저작권법과 관련,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poweredby 4uhomepa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