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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연한 오랜 길을 걷다. 스코틀랜드 웨스트 하이랜드 웨이. #3

11/07/2018 | 08:35:52PM
창연한 오랜 길을 걷다. 스코틀랜드 웨스트 하이랜드 웨이. #3
Photo Credit: pickupimage.com
우리는 어제로 부터 오늘까지 그리고 내일도 시간의 연장선상에 서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인생은 시간여행인 것일지도 모릅니다.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는 없어도 가지고 있는 시간을 소중하게 만들어 보고 싶어 시작한 내 트레킹의 유랑. 이제 세계 50대 트레킹의 욕심을 넘어 100대로 늘어나 버렸습니다. 내 여생의 이정을 새롭게 세우면서 나는 내가 밟았던 지구촌 곳곳을 아무래도 다시 한번 더 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시간이 던져주는 그 소중함을 간직하고 흔들림 없이 나의 길을 가며 내 시간들을 아낌없이 빼곡하고도 알차게 채워야겠습니다.

아침부터 비가 내립니다. 운치가 있어 좋은 가랑비를 맞으며 오늘을 시작합니다. 언덕을 오르면 초원을 지나고 돌담을 건너면 목책을 넘으며 또 호수를 따라 걷는 길. 호수 피안의 저편은 기차며 버스가 달리며 문명을 실어나르는데 이곳은 오로지 사람의 발로서만 접근가능한 야생의 길입니다. 큰 바다 같기도 하고 긴 강 같기도 해 도무지 분간이 되질 않는 로몬드 호수를 따라 걷는데 빛의 밝기와 위치에 따라 산하는 녹색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형성합니다. 넓은 들판에 봉긋 봉긋 솟은 구릉들은 연녹색으로 치장을 하고 비 안개 너머로 몽환적인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지은지 수백년이 된 King’s House 산장이 새 단장을 위해 인부들로 부산한데 그 유서깊은 이 산장에서 머물지 못한 서운함을 달래며 산허리를 따라 길게 뻗은 길을 걷습니다.

이 하이랜드 웨이를 소개하는 지면이나 사이트 마다 빠지지 않고 소개되는 풍경 하나. 폐허가 된 돌집과 그 뒤로 받쳐주는 글랜코 계곡과 산들. 옛날 목동들이 험한 날씨를 피하기 위해 머물던 대피소로 사용했던 건물이라고 하는데 오늘은 비에 흠뻑 젖어 더욱 을씨년스러우면서도 고즈넉하게 떨고 있습니다. 방목한 양의 무리들이 비에 추위에 떨다 숫제 인간마저도 그리웠던지 길가 바로 가까운 곳 까지 내려와 피할 생각도 없이 처량한 눈망울로 나를 쳐다봅니다. 대책없이 비에 젖고 떨고있는 양들. 문득 따스한 체온으로 안아주고 싶은 심정이 이는 것은 이처럼 비바람에 속수무책으로 젖고 있는 나와 같은 처지의 동변상련 일런지... 글랜코 유스 호스텔의 스팀 난로의 온기를 끌어안고 이른 오후의 걷기를 마감하고 의장도 몸도 마음까지도 젖어버린 하루를 말립니다. 성수기를 지나 휑하지만 실내 가득 향기를 풍기면서 끓여낸 한종지의 뜨거운 커피가 그나마 위안이 되고 한두 길손들이 산장을 채우면서 그 들의 체온 때문일까 온기가 더해가는 즈음. 게슴치레 눈은 작아지고 차츰차츰 나른한 피로감에 쓰러집니다.

새소리 요란한 싱그러운 이른 아침. WHW의 종반길을 시작합니다. 1930년대 초에 조림했다는 전나무 숲이 이제는 햇빛이 들지 못할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서 깊고 어두운 그늘의 숲길을 걷게 합니다. 느닷없는 이방인들의 침범에 풀섶이며 빛바랜 잎들 뒤 가지위에 몸을 숨기고 있던 수많은 새들이 순간 홰를 치며 좁은 하늘로 솟구칩니다. 그렇게 무심하게 걷다보니 또 황량한 무어랜드가 지친 나그네의 마음을 헤집어 놓습니다. 하늘은 또 다시 흐려지고 젖은 풀들만 바람에 흔들리며 스코틀랜드가 품은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는 순간. 하이랜드의 광활한 자연을 벗 삼아 길 위의 아름다운 동행들과 걸어가는 이 행복한 길.

www.mijutrekking.com 미주 트래킹 여행사: 540-847-5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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