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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가을색은 백운암에 내리고.. 돌로미테

10/25/2018 | 08:15:35PM
화려한 가을색은 백운암에 내리고.. 돌로미테
Photo Credit: pickupimage.com
고운 정만 들어 차마 두고 떠나기 쉽지 않은 로키와 이별하고 대륙을 건너는 비행기에 몸을 싣습니다. 첫눈이 자아내는 화려한 로키의 풍경들에 물든 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며 긴 비행을 감수합니다. 이제 유럽에서 한달 반을 지내며 내가 사랑하는 계절인 가을의 색에 젖고 그 정취를 느끼며 즐기기 위해 출발지를 돌로미테로 잡고 다시 찾았습니다. 밤 늦은 베네치아 도착. 선술집의 처마등 마저도 힘을 잃은 듯 축 쳐진 시간. 그래도 동행들과의 해후를 어이 한잔 곡차없이 맞이 할 것이며 이방의 밤을 지새울 수 있겠는가! 맥주로 기인긴 여정의 첫날밤을 신부만큼 설레이는 마음을 조금씩 조금씩 진정시키며 잔을 권합니다.

이탈리아 돌로미테. 너비 150Km 길이가 60Km의 5500 평방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면적으로 이 산군 전체가 유네스코 자연 보호구역으로 보존되는데 석회암과 백운암으로 이루어진 침봉들이 거대한 산군을 형성하고 있는 이탈리아 북동부 트렌티노 주 남티롤 지방의 알프스에 속하는 산악지대입니다. 기암괴석 및 절벽으로 이루어진 27개의 산악군을 보듬고 있는데 돌로미티 풍경의 진수를 다 보려면 긴 시간을 투자해 머물러야 합니다. 시간과 계절 그리고 날씨에 따라 변신하는 색의 마술은 가히 예술의 경지마저 넘는 이 산군은 수려한 바위산 들마다 전설적인 산악인들의 눈물과 희생이 서려있고 산악전쟁이라는 역사의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3천 미터 이상급 암봉이 18개나 포진해 그 위압감을 더해주고 41여개의 빙하가 산정을 덮고 있어 동 알프스의 진면목을 보여줍니다. 더불어 잘 보존된 울창한 숲과 맑은 물이 풍성하게 내리는 계곡들은 돌로미테의 빼어난 풍경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구성 요소들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잦은 전쟁으로 인한 교류의 역사는 다양한 문화와 전통이 어우러지도록 하여 맛깔스런 풍요로운 음식을 탄생시키기도 했습니다.

코르티나 담페초로 달려갑니다. 이탈리아 대표 음식 피자와 파스타로 점심을 해결하며 느릿느릿 산촌에 들어섭니다. 동 알프스의 한 자락답게 소담스런 오래된 목조 건물들이 우리네 마음을 푸근하게 해줍니다. 돌로미테를 상징하는 세 개의 봉우리. 트레 치메를 보며 걷는 트레킹의 시작점인 Auronzo 산장으로 이동하여 산행에 나섭니다. 산장을 떠나 이 웅대한 트레 치메를 지나 조망터로 안성맞인 라카톨리 산장까지 올랐다가 다시 트레 치메를 두고 한바퀴 도는 라운드 트레킹을 하기로 결정을하고 아론조 산장에서 출발 관광 인파에 섞이지 않고 풍경도 마음껏 볼 수 있는참 호젓한 길을 택해 오릅니다. 푸른 하늘이 드리워진 하늘 가득 채운 오늘 트레킹의 하이라이트 풍경인 수직으로 솟은 세 개의 봉우리 Tre Cime di Lavaredo가 눈앞에 펼쳐지는데 돌로미테를 상징하는 암봉으로 높이만 600m가 넘는 거대한 바위 봉우리들입니다. 우리들 눈앞으로 불쑥 다가선 세 바위 봉우리가 내뿜는 기운에 그저 압도당하고 마는데 특히 해가 저무는 기울기에 따라 이 거대한 세 바위의 색깔이 변하는 장관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분홍으로 자주로 변하다가 마침내 붉디 붉은 장미빛으로 피어나는 트레 치메. 고혹적인 풍경화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Alta Via로 명명된 돌로미테의 트레일들. 1 부터 10까지 만들어져 원주민들이 걷던 그 삶의 길을 이제는 산객들이 앞을 다투어 걷고 있습니다. 일련 번호가 높을수록 길은 멀고 험합니다. 이 장대한 돌로미테의 10개 코스를 다 걷지 못한다 할지라도 적어도 자칭 도보여행가라면 반드시 1과 2만큼은 꼭 걸어야 하지 않을까 여겨지는 행복한 길입니다. 오랜 세월동안 녹고 깎이면서 만들어진 대 자연의 경이. 그 풍경에 취하고 가을색에 물들어가는 걸음의 축제. 나뭇가지 끝마다 살포시 내려앉은 가을들이 더욱 하얗게 빛나는 거대 암산들과의 조화를 이루어 눈부시도록 아름답습니다. 이런 기쁨에 쌓여 하염없이 걷다보면 가을날의 길지않은 하루 해가 속절없이 지나 가버립니다.

하루 해가 늬엇늬엇 저물어 갈때 걸음의 갈증만큼 간절한 저 시원한 생맥주의 유혹. 오늘도 한잔씩 들이키며 한숨 돌리면 잔속에 비치는 돌로미테의 산들이 내가 품었던 그대로의 모습으로 녹아 있습니다. 취기가 가슴으로 전해 올 무렵 지친 해가 어서 가자며 길손의 발길을 재촉합니다. 걸음도 흥겨워 노래가락 구성지게 한 소리 흥얼대며 하산하는 길. 언제나 처럼 길은 끝이 나고 그 고단함이 풀어지기도 전에 그 길 위에서 나누었던 우정 그리고 그 미려했던 풍경들은 어느새 추억이 되어버립니다. 우리는 그저 돌로미테에 흩어진 작은 돌이 되어버렸습니다. 아~~ 아직도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서성대고 있는 내 마음을 이제는 데려와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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