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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의 세월이 빚은 이방의 협곡, 왓킨스 글랜

07/26/2018 | 08:33:54PM
은둔의 세월이 빚은 이방의 협곡, 왓킨스 글랜
Photo Credit: pickupimage.com
여름의 정점에서 그 혹독한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바다로 산으로 호수로 도시를 떠나게 하는 절기. 우리는 뉴욕과 펜실바니아의 서부 산간지역으로 보기만 해도 시원할 혹은 몸을 담그면 얼어버려도 좋을 차고도 맑은 물을 찾아 길을 나섰습니다. 펜실바니아의 주도 헤리스버그를 지나면서 15번과 이어지는 11번 국도는 인디언들의 생명줄 서스퀴아나 강을 따라 첩첩산중 속으로 들어갑니다. 미니 자유의 여신상도 눈요기로 보여지고 장대한 강물의 흐름이 더위에 지친 도시인의 마음들을 청정하게 씻어줍니다. 지표면 고도를 높여가면서 창문을 내리고 산촌의 티없이 맑은 산소와 오존만으로 구성되었을 것만 같은 바람을 차내로 불러들입니다. 무색 무취의 물맛도 저마다 다 다르듯이 청산을 건너오는 바람도 맑고 고운 향취가 베어있습니다. 길섶마다 풍성하게 피어난 원추리 꽃들이 화사한 웃음 듬뿍 머금은채 긴 여정에 고단한 나그네들을 반가이 맞이하고 또 보내줍니다. 길은 멀어도 명경과의 만남에 대한 설레임이 세속의 시간을 더욱 줄여줍니다. 구름도 지쳐 쉬어가는 고갯마루에서는 우리도 잠시 멈추어 쉬면서 수도 없이 넘고넘는 고갯길들의 마지막 구비에 탄성이 일시에 쏟아지게 하는 목전의 비경. 왓킨스 글랜을 적시고 흘러드는 세네카 호수가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뉴욕주 서북부의 지도를 펼치면 마치 열 손가락 펼쳐놓은 형상을 했다고 붙여진 핑거스 레이크 중의 하나입니다.

조물주가 창조하고 자연이 갈무리한 곳.

이 미려한 호수를 바라보며 자그마한 커뮤니티 공원 셸터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며 기나긴 차 시달림을 달랩니다. 오후는 줄곧 걸어야 하는 일정이기에 든든하게 속을 채우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왓킨스 글랜. 태초엔 바다였다가 빙하기를 거치면서 융기현상으로 산처럼 되고 그 바위들이 영겁의 세월동안 흐르는 작은 시냇물에 의해 깍이고 침식되면서 현재의 모습이 형성되었는데 은둔의 세월이 빚은 이방의 협곡입니다. 동부의 그랜드 캐년이라고 세인들이 칭송하는 땅. 메인 입구에서 어퍼 입구까지 19개의 크고 작은 폭포를 감상하며 걷는 왕복 4마일의 산행. 왓킨스 글랜의 심장부로 들어서서 협곡 양편으로 둘러싼 골지를 따라 만들어진 림트레일을 따라 내려오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시간적 여유를 갖고 조물주가 창조하고 자연이 갈무리한 명승지를 감상하는 것은 보는 것 가지수 채우기에 바쁜 여행과는 달리 자연의 속살을 보는듯 즐겁기만 합니다.

천상으로 가는 계단

흐르는 물을 거슬로 오르면 하시라도 무너져 내릴듯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편마암의 단층들이 안그래도 협곡의 기온도 충분히 싸늘한데 더불어 간담마저 서늘하게 만들어 줍니다. 깊게 패인 바윗길은 항아리 모양을 하고 있는데 물이 제법 고여 커다란 용소를 만들어 놓은 곳에는 칠선 계곡의 선녀탕을 연상케 합니다. 태초엔 바다라 생각하니 바다 속을 걷는듯 경이로운 느낌 마저 들면서 촉촉하게 젖은 바위벽들이 간헐적으로 떨구는 물방울이 아득하게 장구한 세월을 느끼게 하며 그 신비함을 더해줍니다. 지나는 비경마다 작은 폭포도 있고 하트 모양으로 워터풀도 만들어져 있어 다양한 볼거리에 걸음이 지치지 않습니다. 낙차폭이 제법 큰 주 폭포 아래 동굴처럼 만들어진 길을 지날때 받는 물세례는 신이 내리는 축복의 하례같아 기분이 매우 좋아집니다. 물기 잔뜩 먹은 암벽에는 세월의 향기를 품은 아름다운 이끼들이 도배를 했고 그 틈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돋보이는 풀나무들이 마침내 꽃을 피워냈습니다. 그런 도전과 불굴의 결실이기에 한갖 미물이지만 더욱 숭고한 모습으로 돋보이게 합니다. 계곡을 타고 흐르는 시원스런 바람을 가르며 오르는 길. 분명코 천상으로 가는 계단일것입니다.

용의 비상을 보듯 화려한 터커넥

이번 여정에서는 터카녹 폭포 트레킹을 하나 더 하기로 했습니다. 동부에서는 나이아가라 다음으로 높고 웅장하다는 물기둥. 한시간 걸린다고 찍히는 GPS의 기록을 45분으로 단축시킵니다. 그만큼 그리움으로 가득한 마음이었겠지요. 일반인들의 접근도 가능하도록 거의 평지로 이어지는 산행로를 핑거 레이크로 모여드는 물길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바위에 부딪히며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지는 물줄기는 대양을 향한 항해를 시작하는 포부로 힘차게 골을 차고 흘러갑니다. 이곳에서도 원추리의 주홍색 물결이 부는 바람에 실려 또 다른 파도로 춤을 춥니다. 오감을 통해 자연을 음미하며 가다보니 별안간 눈앞에 펼쳐진 웅장한 비경 하나. 폭포에 다다랐습니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물들이 모여들었는지 그 내림이 너무도 웅대하여 차라리 용의 비상을 보듯 화려하기도 합니다. 봄은 그 엄청난 수량으로 여름은 청량한 풍광으로 가을은 단풍의 빼어난 조화로 겨울은 수려한 빙벽으로 그 명성을 드높인다 합니다. 누가 먼저라 할것 없이 모두 청정옥수에 발을 담급니다. 순간 그 짜릿하고도 시원한 전율이 몸을 타고 올라 뇌에 까지 이르니 하루의 고단한 여정의 피로가 말끔히 씻겨집니다. 동향으로 서있는 폭포 위로 해가 기울어 가니 심산유곡에는 어느새 차분한 어둠이 내려 앉습니다.

나를 찾아 길을 나서는 여행

하루를 마감하며 와이너리를 찾았습니다. 미 북동부 와인의 본산으로 발돋움하는 핑거 레이크 와인 단지중 배산임수의 명당을 차지한 고즈넉한 와이너리 레이크우드에 들어 호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시음장에 모두 앉았습니다. 한잔이 감질날 정도의 인색한 양이었지만 그것도 열잔을 넘게 마시니 시장기가 도는 탓에 기분좋은 취기가 오릅니다. 석양은 등뒤에서 화려하게 스러지고 호수위로 부는 바람은 잔물결들을 은빛 편린으로만들어 아련한 추억에 빠지게 합니다. 함께 오지 못한 회원들. 함께 왔어야 할 사람. 이 아름다운 순간을 같이하지 못한 진한 아쉬움. 여러 감정이 일었다 사라집니다. 서로 사랑하고 갈등하고 때론 미워하고 지냈던 순간순간들이 지금만큼은 모두 버릴수 없는 소중한 자산으로 기억속에 쌓여집니다.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이런 자연이 주는 위안 속에서 마음의 정화를 얻고 다시 태어나는 기분으로 세상으로 성숙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을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나를 찾아 길을 나서는 여행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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