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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서부 트레킹 #5. 옐로스톤, 에발렌치 트레일

07/26/2018 | 06:54:10AM
미서부 트레킹 #5. 옐로스톤, 에발렌치 트레일
Photo Credit: pickupimage.com
옐로스톤은 미 서부 와이오밍 주 북서부, 몬태나 주 남부와 아이다호 주 동부 이렇게 세 개 주에 걸쳐 있는 1872년에 미국 최초이자 세계 최초로 지정된 국립공원으로 90만 핵타르 면적의 최대 공원으로 연간 수백만의 관광객들이 찾아드는 미 국민들이 가장 한번은 가고 싶은 첫 번째 인 곳입니다. 살아 숨 쉬는 화산, 다양한 야생동물들의 젖줄 역을 하는 북미에서는 가장 표고가 높은 곳에 위치한 최대 산정호수인 옐로스톤호, 45개나 산재해 있는 일만 피트 이상의 고봉들 등 대자연의 경이가 모두 존재하는 이곳은 유황이 솟아 흐르면서 지역의 돌들을 누런색으로 물들였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올드페이스풀 처럼 뜨거운 지하수를 하늘 높이 내뿜는 많은 수의 간헐천을 비롯하여 형형색색의 온천들이 다양한 형태로 일만 여개나 흩어져 거친 숨을 쉬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이곳은 철마다 야생화로 덮이는 대초원 곳곳에는 버펄로, 황색 곰, 고라니, 사슴, 늑대 등 많은 야생동물과 독수리며 매 등 야생 조류들도 서식하면서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습니다. 겨울이면 순백으로 펼쳐진 대자연의 풍광은 압도적이며 봄이며 여름이면 빛나는 색채를 발하는 야생화들이 천국을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이러한 길을 걸을 수 있는 하이킹 코스가 무려 천여마일이나 공원 내 펴져 있는데 습지나 오래되어 무너지는 바위 등이 있어 위험하니 검증된 길만을 걷는 것이 좋다 합니다.

그리도 그려왔던 꿈의 여행길

아쉬운 이주간의 서부 원정산행이 막바지로 들어서고 오늘이 마지막 산행입니다. 이리도 아름다운 줄 몰랐습니다. 옐로스톤의 산길이. 그저 관광으로만 지나치던 이 옐로스톤 안에 그리도 미려한 길이 많은 줄을. 그 중 마지막을 기념하여 가장 힘들면서도 가장 수려한 길 4.5마일 왕복에 700미터 고도를 올려야 하는 Avalanche Peak 트레일을 걷기로 했습니다. Avalanche란 눈이나 산의 사태를 의미하는 만큼 얼마나 비탈지고 얼마나 험난한 길일까 가늠하면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방문자 센터의 레인저가 가장 우선으로 추천했던 길이었지만 여느 산길과 다름없는 초반 길에 실망을 감춘 채 전나무 숲과 뒤엉킨 고사목을 비키며 길을 틉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내 마주하는 가파른 경사가 무척 힘들게 하면서 오늘의 고된 여정을 예견한 듯 모두들 한마디씩 내뱉으며 비장한 각오를 다집니다. 하늘 한 점 보기 힘든 빽빽이 가려진 울창한 숲길, 끝이 없을 것 같은 고난의 길을 가픈 숨을 몰아쉬며 그저 묵묵히 느닷없이 펼쳐질 정상의 비경을 마음에 그리며 올라갑니다. 들풀들의 향기를 맡으며 한참을 오르니 수목의 키들이 서서히 낮아지면서 하나둘 드러나는 옐로스톤의 감춰둔 아름다움에 역시 제일경이라 인정하며 초반의 기우를 떨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길은 험해도 간헐적으로 보여주는 명경을 즐기며 서로들 나누는 격려와 덕담으로 그리고 소담스런 들꽃들의 환대를 받으며 오르고 또 오릅니다. 어느새 산이 되어 버린 우리는 모두 나무 빛 풀빛에 물들어 갑니다. 숲길을 지나니 환희 트인 전망이 시야에 가득 찹니다. 왼쪽으로는 광대한 호수가 바다처럼 펼쳐져 있고 오른쪽으로는 Arbraska Range가 위용을 자랑하며 줄기차게 뻗어있는 멋진 풍광이 드리운 갈림길에 이르렀습니다. 여러 갈래로 이어진 이 길들이 원주민들에겐 오래된 삶의 길이지만 우리 같은 이방인들에게는 그리도 그려왔던 꿈의 여행길입니다. 오늘 그 길 위에 서있는 우리는 다시 한 번 아련한 꿈을 꿉니다.

산은 제 몸을 깎아서 벼랑과 비탈을 만들고

해발 3천을 넘어서니 고산지대의 특징이 나타납니다. 키 작은 관목이 듬성듬성 보일뿐 푸른 생명체들은 모두 사라지고 그저 모진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간 마른 고사목들이 황량함을 더해주며 산을 메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따금 깔딱 고개라 부르는 제법 길고도 매우 경사진 산길을 오르게 됩니다. 숨이 깔딱 넘어갈 것 같다는 표현에서 산사람들이 즐겨 쓰는 표현인데 우리 몸의 무거움을 깨우치게 하는 길이기도 하지만 어차피 서두르지 말고 한숨 쉬고 뒤돌아보며 천천히 가라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고달팠던 나날들이 오랜 세월 지나고 나면 모두 아름다워 그리움으로 간절하듯이 그때마다 나무 등걸 부여안고 쉬게 했던 힘들게 지나온 길이 어느덧 자긍심으로 다시 떠오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고통의 무게는 받아들이는 마음에 따라 그것이 또 다른 즐거움을 가져올 수도 있으며 아니면 나쁜 일은 어깨동무 하고 오듯이 연이은 고통으로 절망의 삶을 살아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 무한한 것들을 극복하기 위한 지혜를 배우는 것이 인생이라는 시간이고 그런 도전적인 삶의 용기를 조금이나마 몸에 베이게 하는 것이 등산이 아닌가 합니다. 산은 제 몸을 깎아서 벼랑을 만들고 비탈을 만들었습니다. 그리도 오랜 세월을 보내며 만들어 놓은 벼랑과 골. 마침내 그 구비를 오르내리며 고통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감사함으로 받아들이는 지혜와 겸양의 마음으로 다시 산을 오릅니다.

순례자의 가장 정직한 욕심

수목 한계선에서 얼굴을 바꾼 경치는 너덜지대로 이어집니다. 뒤돌아보니 두어 시간 전에 지나온 풍경이 저만치 멀어져 우리를 보고 손짓하는 듯. 돌밭 길에 단단히 누워있던 풀들도 자취를 감추고 돌사태(Rock Slide)를 당한 산에 산산이 부서져 너부러진 바위들만이 가득한 너덜 길. 아무리 휘어지게 길을 만들었어도 이처럼 높은 산을 오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포기하고자 하는 마음은 결코 들지 않습니다. 이 지난한 여정의 끝에 있을 미지의 절경을 내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것은 순례자의 가장 정직한 욕심. 무거운 발걸음을 다시 옮깁니다. 미국 최초 최고 최대의 국립공원이라고 그리도 거창한 칭송을 얻고 있는 옐로스톤의 자연이지만 그저 고요하고 그리고 소박하게 오래 묵은 빛깔과 향기로 언제부터 항시 제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입니다. 황량한듯하지만 하나도 뺄 것도 더할 것도 없이 꽉 찬 풍경. 숨죽이고 정지한 것 같아 보여도 오랜 세월 한순간도 호흡을 멈춘 적이 없었던 치열한 자연의 생명력. 그 옐로스톤의 품안에 안겨서 정상을 오르며 함께 숨 쉬는 그 진한 감동은 그 어떤 세상의 언어로도 표현할 길이 없을 것 같습니다.

세월의 향기 머금은 부드러운 바람이

오늘도 어김없이 목표한 정상에 섰습니다. 물론 몇몇 낙오자도 생겼지만요. 척박한 땅에서도 그 여린 생명을 이어온 산 다람쥐들이 먼저 마중을 나와 아는 척을 합니다. 물론 던져줄 먹거리를 기다리는 것이겠지만. 바다처럼 펼쳐져 있는 호수 위엔 평화롭게 물안개가 피어나고 저 멀리 굽이친 능선 넘어 흰 눈 입은 그랜드 티톤의 산군이 또렷하게 보이면서 이 곳 만이 간직한 독특한 모습의 산들이 구름위에 뜬 채 주변을 채우고 있습니다. 손잡고 서있는 오늘의 정상엔 오랜 세월의 향기를 머금은 부드러운 바람이 한결 흘러갑니다. 과연 오늘까지 이 에발란치 산 정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발자취를 남기고 갔던가? 오십억 인구 중 몇 퍼센트의 산객이 다녀갔을까 생각해보니 어쩌면 우리는 선택받은 존재가 아닌가 여겨지며 까닭 없이 어께가 으슥해지는 자부심으로 마음마저도 풍요로워집니다. 가난한 사람이란 적게 가진 것이 아니라 더 가지려는 물욕에 채워지지 않아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의 소유자인지도 모릅니다. 자연 속에서 자연이 주는 혜택을 감사히 여기며 욕심 없이 누리는 삶. 그가 바로 진정 부유한 사람이 아닐까? 우리는 오늘 이 광대한 미 서부 대자연의 품속에서 함께 호흡하며 그 어느 누구보다도 더 많이 누리는 참 부자가 되어 하염없이 행복을 가득 가슴에 채웁니다. 그 넘치는 기쁨과 충만한 자족으로 발길도 가볍게 하산을 합니다. 이 순간만큼은 이 세상 모두를 품을 것 같은 한없이 넓어진 마음으로 지금껏 살아왔고 지금도 살고 있어 앞으로도 더불어 살아갈 사람 사는 세상으로 우리는 다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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