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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서부 트레킹 #4. 꿈의 길, 그랜드 티톤 캐스캐이드 캐년 트레일

07/26/2018 | 06:52:28AM
미서부 트레킹 #4. 꿈의 길, 그랜드 티톤 캐스캐이드 캐년 트레일
Photo Credit: pickupimage.com
바쁜 일상, 번다한 마음속에 불현듯 돋아나는 그리움 하나. 그 마음 끝에는 언제나 산이 있습니다. 벼르고 벼른 세월만큼 그리운 마음으로 레이크 타호에서 14시간을 달려서 마침내 다다른 곳. 개발과 성장을 멀리하고 자연을 따라 느린 길을 택한 땅,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 그 명산의 품에 안겨 연모했던 마음 터트리고 하나가 되기 위해 정성스레 배낭을 꾸립니다. 해발 2천미터 기점에서 시작하여 별안간 우뚝 솟아 암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4200미터의 최고봉 그랜드 티톤으로 오르는 루트는 20여개가 개척되어 있습니다, 패러마운트 픽처스라는 영화사의 로고로도 유명한 스위스의 마터호른과 견주어지는 만년설을 머리에 쓴 암봉으로 그 엄청난 위용에 등반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인데 설봉마다 이어진 산마루는 아름다운 스카이 라인을 보여주며 깎아지른 바위 벼랑이 가득하고 빙하가 이동한 흔적을 더듬으며 오르는 천상의 길입니다. 오늘 그 산정을 넘는 Cascade Canyon 트레일로 올라가 들꽃들의 환대를 받으며 내려올 Paint Brush 트레일. 아득히 이어지는 길을 두발로만 채워가는 지난한 여정. 어쩌면 산사람은 느림을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경쟁적으로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를 지키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래도 그 느림을 어렵더라도 지켜간다면 내 자신의 내면에 충실하게 되는 일이며 바쁘게 앞만 보며 달려가다 자칫 놓치기 쉬운 소중한 가치들을 되돌아볼 수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또한 산다는 것은 이 황량한 산길을 걷는 것처럼 고독함과 싸우며 가야만하는 인생길인지도 모릅니다. 문명화되고 상업화된 여행지가 아니라 이렇게 꾸밈없이 과거와 현재가 별반 다르지 않는 풍경을 찾아 나서서 그 자연을 닮아 느리게 걷고 걸으면서 잃어버렸던 나 자신의 모습을 보기 시작한다면 나만의 속도, 나만의 가치 등 진정한 나의 본 모습을 찾게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가장 오염되지 않은 땅. 그랜드 티톤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은 와이오밍주의 고산 마을 잭슨 홀 계곡에 세 개의 젖무덤 같은 암봉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늘어서 있는 고봉들의 장관이 인상적인데 산으로 따지자면 어쩌면 겨우 한 시간 이동거리에서 세계적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웃 옐로스톤을 훨씬 능가합니다. 날카롭게 서 있는 그랜드 티톤의 고봉들은 멀리서 보면 더욱더 아름다운데 너르게 산군으로 펼쳐져 있습니다. 옐로스톤의 육분의 일 정도의 면적에 불과하지만 그 독특한 매력과 아름다움으로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받는 티톤은 지질사적으로 최근인 7,8백만년 전에 엄청난 지진을 동반한 지각의 융기작용에 의해 형성되었다 합니다. 미국에서 가장 오염되지 않은 국립공원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데 고산마을에 들어서면 늦은 여름까지 설봉이 녹아 만들어낸 티 없는 호수위로 날아오는 그 청명한 바람이 영혼마저 맑게 해줍니다. 환경보존가며 사진작가로 역사에 큰 획을 그은 Ansel Adams(앤젤 아담스)는 그 존재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자연에 군더더기나 때를 입히지 않도록 흑백 사진만을 고집하기로 유명한데 그와 그의 추종자들이 즐겨 출사지로 선택한 매혹의 땅이기도 합니다.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풍경화 속으로

보트는 제니호의 유리 수면을 가르며 우리들을 트레일 출발점 까지 데려다 줍니다. 호수 면에는 우리가 오늘 올라야 할 티톤의 산세가 웅장하게 비치며 예고편을 상영하는데 또 다른 선경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로 우리는 사뭇 흥분된 상태입니다. 물을 건너는 동안 나그네의 마음을 쓸어주고 잔잔한 생각의 산행을 먼저 하게 해주는 고마운 코스. 쾌적한 날씨아래 산과 호수가 빚어내는 비경을 보기위해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을 헤치면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어찌나 인파들이 많은지 시원한 물줄기가 뿌려지는 Hidden Falls를 지나고 발아래 호수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펼쳐진 풍광을 볼 수 있는 Inspiration Point 까지는 속도를 거의 낼 수가 없어 차라리 함께 군상들과 휩쓸려 풍광을 감상하며 느린 보행으로 몸을 풉니다. 포인트를 지나서 부터는 인적도 적어지고 등산 마니아들만 남아 본격 산행을 시작합니다. 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과 수인사를 나누며 흰색 머리를 한 설봉을 곁에 두고 오르는 길. 울창한 숲길을 열두명의 긴 행렬이 같은 거리를 유지하며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들어가니 그 또한 장관을 이루는 한 폭의 그림이 됩니다. 혼자 걷는 길 외롭고 힘들지라도 같은 마음을 품은 이들과 여럿 함께 걸으면 그 존재만으로도 힘이 생기고 든든합니다. 산모퉁이를 돌때마다 뒤돌아보면 그때마다 제니호의 크기는 점점 더 작아지고 단아한 하늘은 더욱 더 가까워집니다. 시내와 수목이 조화롭게 펼쳐 보이는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풍경화 속에 산 들소의 하나인 무스의 무리가 슬며시 끼어드니 그 그림을 완벽한 구도로 만들어 줍니다. 얼마나 하염없이 걸었을까? 몸이 흥건히 땀에 젖을 즈음에 후드득 빗방울이 듭니다. 쉬어가라는 배려겠죠. 시장기도 느껴지고.. 큰 바위틈에 만들어진 자연 동굴 속에 들어가 오찬과 휴식을 취하며 비가 잦아지길 기다립니다.

고립의 세월이 남긴 소중한 유산

지나가는 비였습니다. 더욱 산뜻해진 기류. 풋풋하고 싱그러운 자연의 향기가 후각을 자극하고 촉각까지도 건드리고 지나갑니다. 어느새 부쩍 가까워진 정상 가까이에 넓은 너덜지대가 나타납니다. 나무들의 높이도 낮아지며 물도 귀한 척박한 땅에 그래도 들꽃들은 함초롬히 피어 있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우리들처럼 여행이라고 찾아와 잠시 머무는 일조차 쉽지 않은데 태고 때부터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며 가볍게 도리질하며 웃고 있는 산꽃들이 결코 허투로 보이지 않는 인고의 땅입니다, 내딛는 걸음걸음, 세상 아름다운 풍경이 마치 이어달리기라도 하듯이 가는 길마다 거침없이 내솟으니 꿈속이라 해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습니다. 이토록 수려한 풍경 속을 걷는 족함이 숫제 긍지로 다가옵니다. 인간의 역사를 초월한 자연. 헤아릴 수 없는 고립의 세월이 남긴 소중한 유산. 명산이라고 찾아가서는 그저 산 아래 잠시 머물다 풍경 한번 올려다보고 돌아가는 관광으로는 얻을 수 없는 행복이며 즐거움입니다. 자연의 속살을 눈앞 까지 끌어다 그 신비함을 느끼고 맛보는 이 작업. 튼튼한 두 다리가 있음을 무한한 감사와 축복으로 여기며 다시 정상을 향합니다.

얼마나 사무치는 행복인지

산은 신이 사는 곳. 그의 허락이 있어야만 정상을 밟을 수 있습니다. 최고봉 티톤을 비호하듯 주위를 감싸고 있는 암봉, 암릉들. 그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아득한 길이 꿈길처럼 이어져있고 산자락의 발목 결에 묶여 석회질 빙하가 녹아 고인 옥색의 호수 물이 조용하게 찰랑대고 있습니다. 그래서 티톤은 산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지녔다고들 하였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한 순간의 진통 같은 절경을 보기위해 숱한 고난을 인내하며 올라왔는지도 모릅니다. 저마다 인생의 목표가 있듯이 그래서 그 목표를 위해 온갖 난관을 헤쳐 나가듯 우리도 정해놓은 마지막 정상을 향해 후회 없이 오르는 것. 산에서 인생을 배웁니다. 계곡 가득히 채운 자연의 산물들. 아름다운 산하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들소가 있는 티톤의 평화로운 목가적 풍경. 아련하게 목동의 피리소리가 들리는 듯한 이 가슴저려오는 풍광을 어떻게 렌즈에 다 담아 낼 수 있을까? 두고 간들 또 잊을 수 있을까? 차라리 그냥 그대로 멍하니 서서 가슴에 담습니다. 모아둔 바람 모두 풀어 불어오는 정상에 서서 말없이 명상에 젖어 삶이라는 것을 생각해봅니다. 산을 그리며 기다리며 열심히 살아온 날들. 그 날들을 차분히 되돌아보면 저마다의 생을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 당연한 일이 얼마나 사무치는 행복인지 새삼 느껴지는 산정에서 얻는 소중한 깨우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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