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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서부 트레킹 #3. 에메랄드빛의 산정 호수, 레이크 타호

07/25/2018 | 10:11:19PM
미서부 트레킹 #3. 에메랄드빛의 산정 호수, 레이크 타호
Photo Credit: pickupimage.com
거대 괴암과 천년 고목의 나라, 시간도 머물고 가는 요세미티에서 꿈같은 일주일간의 밀회를 즐기고 아쉬운 작별을 고합니다. 산에서는 아무것도 남기지 말고 오직 발자국만 남기고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고 오직 추억만을 가져가야 하는 법. 챙길 것 아무것도 없이 잊지 못할 매혹의 풍광들만 가슴에 담고 떠납니다. 미국 내 자동차 전용도로로는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요세미티의 심장부를 가로지르는 티오가 패스를 지나며 아쉬운 별리에 마음은 자꾸만 되돌아가고 시선도 힐껏힐껏 뒤를 돌아보게 합니다. 꿈처럼 아련하게 떠오르는 요세미티의 명소들. 수령을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거대 세코이아 나무들이 온산을 가득 채운 기묘한 명소 마리포사. 암벽등반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엘케피탄과 Upper falls, Middle Cascade, Lower falls의 3단계로 구성되어 있는 740미터 높이의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요세미티 폭포. 여성적 아름다운 신비를 보여주는 Bridalveil 폭포. 이 들을 품고서 야릇한 조화를 이루는 요세미티 벨리. 이 모두를 감상하며 걷던 Four Miles 트레일이 그립고 그립습니다. 이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Glacier Point에서 눈맞춤 하던 해프돔. 인디언 원주민 탄생신화에 나오는 어머니 이름인 티사악(Tis-Sa-ack)으로 불렀다고 하는데 그 모습이 스카프를 두른 여인을 닮았답니다. 빙하기 이후 거대 빙하가 떨어지며 산정이 쪼개져 떨어져 나가면서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 졌다는 1500미터의 화강암 덩어리 해프돔은 가히 인류사의 불가사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주 조금의 시작점이지만 358km의 산악 트레일로 연결된 세계 3대 트레일 중 하나인 존 뮤어 트레일(John Muir Trail)의 한 구간을 걸었다는 자부심도 차마 요세미티를 두고 올 수 있는 위로가 되었고 그 기쁨으로 또 다른 비경을 찾아 달려갑니다.

북미 최대 산상호수인 ‘레이크 타호’(Lake Tahoe)

오늘 우리는 천하의 절경으로 인구에 회자되는 레이크 타호를 걷기 위해 고속도로와 국도를 번갈아 갈아타며 에어콘도 꺼버리고 차창을 활짝 열어젖힌 채 청정 바람을 한껏 마시면서 Lake Tahoe National Scenic Byway로 유명한 50번 도로의 끝없는 산길을 굽이굽이 달려갑니다.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접경인 해발 이천미터에 이르는 높이에 위치해 있는 북미 최대 산상호수인 ‘레이크 타호’(Lake Tahoe)는 인디언말로 ‘큰물’을 의미하는데 넓이가 남북으로 22마일, 동서로 12마일, 호수 둘레가 무려 72마일에 달하는 광활한 크기로 호수 한가운데 ‘팬네트 섬’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항시 미려한 설봉을 품고 있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진 타호의 이 섬에서 360도 휘돌아보면 시선이 닿는 곳마다 수작의 풍경화를 그려주는데 청정 바람, 쾌적한 기후, 탁 트인 호수 경관이 여름을 아름답게 수놓습니다. 이처럼 천혜의 자연 경관과 산뜻한 기후에 더해 스키와 더불어 각종 겨울 스포츠 등 다양한 즐길 거리들이 있는 레이크 타호는 여름보다 겨울이 더 유명한 휴양지기도 합니다. 타호의 최고 비경인 ‘에메랄드 베이’의 아름다운 풍광은 노르웨이의 피오르드를 연상케 하는데 물이 하도 맑아서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투명하며 유난히 푸른 에메랄드 색으로 물들어 이내 빨려들 것 같은 호수 물과 그 호수를 둘러싼 하얀 백사장이 압권을 이룹니다. 사바세계가 다 이천 높이의 호수 발아래 있어 더러운 세상 씻긴 탁한 강물이 유입될 까닭이 없기에 타호는 수만 수억의 성상을 원시 그대로의 모습으로 오늘까지 보존되어 왔습니다.

천상의 정원사가 가꾸어 놓은 길

마침내 우리는 호수에 이르러 에메랄드 베이의 인스프레이션 포인트에서 아름다운 풍광을 조망합니다. 푸른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물빛과 주변에 거한 울창한 상록수의 녹색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비경을 보이는데 빽빽한 나무들 때문에 제대로 볼 수 없어 매우 짜증스럽습니다. 산정에 가까우면 그 절경을 쉬이 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Viking sholm 트레일을 오르기로 했는데 에메랄드 베이 주립공원 캠핑장에서 출발하는 왕복 코스입니다. 오래된 향나무들이 그 세월만큼이나 힘겨워 등이 휘어진 채 산을 채우고 있어 자연의 나이를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었습니다. 짙은 안개에 쌓인 준봉들 위에는 잔설이 광채를 발해 그 수려함을 더하는데 도무지 계절의 분간이 되질 않습니다. 한바탕 소나기가 적셔놓고 지나간 숲길은 풀내음 흙내음이 한층 더 짙어졌습니다. 그 신선한 기운 마음껏 마시며 걷는 길은 참으로 즐겁기만 합니다. 푸른 얼굴을 들고 쳐다보는 맑은 숲과 나무들과 시선을 나누는 동안 산행의 피로도 세상사 소소한 근심거리도 바람에 실려가 흩어져버립니다. 천상의 정원사가 가꾸어 놓은 길. 경치에 취한 시선 안에 흰 구름이 가득 다가와 머물다 갑니다. 그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오늘의 눈요기 감인 Eagle Falls도 수량이 적어 볼품이 없겠지만 오늘의 단비가 그 기우를 해소시켜줄 것이라는 기대도 버리지 않습니다. 한 구비 돌아가고 한 걸음 쳐올릴 때 마다 산은 오랜 세월 비밀스레 감추어 두었던 비경을 기다렸다는 듯이 풀어놓습니다. 이어지는 돌밭 길. 한 고개를 즐거이 넘었더니 또 하나의 추억과 행복함이 가슴에 담겼습니다. 이제서야 아득한 산 아래 에메랄드 베이가 그림처럼 누워 있음이 시야에 가득 차고 그 안에 점처럼 찍어놓은 작은 섬 하나가 천상의 낙원처럼 돋보이게 만들어 줍니다.

버려야 가벼워지는 마음의 짐들

다시 하늘이 낮게 드리우고 겨울 날씨처럼 을씨년스런 기후입니다. 나쁜 예감은 꼭 현실이 되는 법. 찬비가 거침없이 뿌려댑니다. 피할 곳도 멈출 곳도 없는 길. 산행을 하다보면 이처럼 불시에 예견치 못했던 악천후를 만나듯 이 같은 일들이 우리 인생에서도 얼마나 다반사 허다하던가? 자연 앞에서 인간이 피할 수 있는 길은 없는 것. 때로는 자연에 순응하듯 숙명에 따라야 하듯이 아쉬움은 산마루 너른 품에 남겨두고 내리는 비에 젖고 부는 바람에 몸을 맡겨 걷는 길. 그저 힘겨움을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는 체념의 미학만이 걸음의 무게를 줄이는 혜안입니다. 마침내 정상에 섰습니다. 자욱한 안개는 산객들에게는 매우 야속한 존재입니다. 비록 그 자체만의 풍경으로도 충분히 미려하긴 하여도 산 아래 멀리 펼쳐지는 명경이 보이지 않기 때문인데 특히 오늘처럼 정상에 올라 농무에 시야가 가려진다면 누구는 슬프다고도 표현합니다. 오늘 만큼은 자연은 자신의 나신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듯합니다. 신이 허락하지 않은 경치에 연연하는 것도 산에서는 버려야할 욕심.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연연하는 것은 삶에서는 버려야할 집착. 아쉽지만 버려야 가벼워지는 마음의 짐들입니다. 산행에서도 인생에서도...

다시 그리워질 풍경 한 조각을 가슴에 담고 레이크 타호의 정점에 서서 조용히 내려다보는 세상. 뒤를 따라오던 안개가 우리가 지나온 길과 그 길 위에서 겪었던 힘든 시간들조차도 차분히 덮어줍니다. 안개 속에 펼쳐진 광대한 호수 타호의 전경이 가득 시야를 메웁니다. 햇빛 하나 받지 않고도 보여주는 신비감 가득한 산정호수의 아련토록 수려함은 내가 가진 어휘력으로는 더 이상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없는 압권이었습니다. 거저 대단하다라며 탄식만을 할뿐 한동안 말을 잃어버립니다. 정신을 가다듬고 주위를 돌아보니 메마른 폭포위에는 저마다의 작은 소원들을 담은 돌탑들이 여기저기 보입니다. 우리들도 힘을 합해 커다란 바위위에 그럴듯한 돌탑 하나를 쌓아 올리며 마음속엔 저마다의 간절한 소망을 새겨둡니다. 잿빛 하늘이 더욱 낮아진 산정에는 어둠이 일찍 내리고 갈 길이 먼 산객들은 하산을 서두릅니다. 돌아서면 다시 그리워질 풍경 한 조각을 가슴에 담고 우리는 그렇게 안개가 발길에 차이는 고갯마루를 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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