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기사 | 구독신청 |

미 동북부 명산 원정 산행후기 3 -오색 단풍의 화이트 마운틴

07/12/2018 | 06:29:24AM
미 동북부 명산 원정 산행후기 3 -오색 단풍의 화이트 마운틴
Photo Credit: pickupimage.com
때로는 꽃보다 잎이 더 아름답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꽃은 아무리 지천으로 만개해도 산을 덮지는 못하는데 단풍은 골마다 산마다 그리고 온 세상을 가득 붉게 물들입니다. 잎만 아름다워도 꽃 대접을 받는 가을. 미동부의 빼어난 단풍의 나라 화이트 마운틴은 더욱 그러합니다. 요동치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너울너울 춤추는 단풍의 물결은 어떤 표현의 가을 묘사도 이보다는 더 설득력을 얻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그토록 많은 숨겨진 비경과 무궁무진한 아름다움이 알알이 박혀있어 가을도 오래 머물다 가는 화이트 마운틴을 찾았습니다.

메인주에서 뉴햄프셔주로 들어서는 국도는 어느새 아름답게 채색된 잎새들이 늘어져서 단풍 터널을 만들고 우리를 환영하는 듯 더욱 찬란하게 빛납니다. 화이트 산군은 다른 지역과는 유달리 잎이 풍성한 활엽수가 많아 단풍이 더욱 선명하고 화려한데 금상첨화로 일교차가 커서 더욱 정갈한 색감을 만들어 줍니다. 색의 미학은 대비와 조화에 있는데 다양한 수목들이 내놓는 각종 색채들은 미려한 하모니를 연출하며 가을 햇살에 영롱하고 찬연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9개의 거대 협곡 속에 100여개의 유장한 폭포가 쏟아지는 정령이 머무는 산, 이곳에는 그윽한 풍경소리가 들리는 그리운 산사만 없을 뿐 삶과 죽음의 윤회를 거듭하는 숲과 나무들이 골마다 마루마다 가득해 고국의 산하에서 산행을 하는 듯 착각이 입니다. 그리운 향수에 젖어 내장산으로 혹은 설악산으로 여기며 계곡을 따라 물길을 따라 끝없이 달려갑니다. 마주치는 산 동무들의 얼굴도 어느새 단풍 색에 물들어 홍안 가득 미소들을 띄고 있습니다.

바람의 땅. 마운트 워싱턴

가을철 화려한 단풍으로 유명한 뉴햄프셔 주에 소재한 화이트 마운틴 산군은 90여개의 산봉우리와 9개의 협곡으로 둘러싸인 고산지대로 4천 피트가 넘는 48개의 고봉이 줄지어 있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중 자동차로 혹은 산상열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최고봉 워싱턴 마운틴 주변으로는 이 산을 비롯하여 7개의 봉우리마다 역대 대통령들의 이름을 붙여 President Mt.으로 불리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National Scenic Byway는 80만 에이커의 화이트 마운틴 국림 수림지역내를 돌아보는 100여마일 코스로 자연미가 넘치고 특히 가을이면 오색으로 불타는 단풍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매혹의 길입니다. 특히 여름시즌만 허용하는 하늘가는 길, Mt. washington Auto Rd.는 워싱턴 마운틴 정상까지 왕복 16마일의 가파른 길을 좌우로 펼쳐지는 화이트 마운틴 산군의 기막힌 풍광을 가슴에 담으며 오르내리는 특이한 경험입니다.

정상에는 바람을 연구하는 관측소가 건설되어 있는데 각기 다른 방향에서 몰아쳐오는 세 개의 폭풍전선이 겹치게 되는 지역으로 과거 1934년에는 시속 372킬로미터의 폭풍이 몰아쳐 바람의 전설이 된 곳이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화이트 마운틴은 바람의 땅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링컨이라는 아름다운 산촌에서 시작되는 Franconia Notch 주립공원 구역 내에는 태초의 풍광이 그대로 살아있는 플럼 계곡과 지금은 허물어져 흔적만 남아있는 Old man of the mountain과 캐논 산정을 오르며 산 아래 풍광을 즐기는 트림웨이 등 명승지가 줄지어 있고 마지막 구간에는 아름다운 산정호수 Echo Lake이 고즈넉하게 누워 방문객들에게 지친 영혼을 쉬어가게 하라 합니다.

바람과 구름의 숨바꼭질을 보며

오늘은 Franconia 능선의 가장 높은 정점인 1603미터의 Mount Lafayette을 등정합니다. 이 코스는 미 북동부 6개주를 일컫는 뉴잉글랜드 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상의 풍광을 가졌다하여 최고의 주간하이킹 행선지로 손꼽히며 사진 영상을 촬영하기에 가장 수려한 50개의 산정 중 넷째 손가락에 꼽히기도 하는 명산입니다. 산 중턱에는 에팔레치안 트레일 클럽에서 운영하는 그림같이 아름다운 Greenleaf 산장이 산객들에게 쉬어가길 권합니다. 시즌에는 일 년 전에나 예약해야 숙박을 할 수 있는 명소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트레일 헤드 입간판 앞에서 폴을 마주치며 8.9마일의 기나긴 여정에 대한 전의를 불사르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피어오르는 호수 위 물안개의 전송을 받으며 아무래도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오르며 폭포를 감상하는 맛이 더 나을 것 같아 Falling Water 트레일을 택해 오릅니다. 좁은 길에는 전날 몰아친 폭우로 진한 색이 베인 낙엽들이 처절하게 떨어져 쌓여있었고 불은 물은 굉음을 지르며 콸콸콸 산을 진동시키며 흐르고 있었습니다. 오색으로 변색한다는 명산답게 단풍은 정말이지 미려하게 익어갑니다.

가파르게 이어지는 비탈길을 오르며 간간이 그 수고로움의 보답으로 보여주는 크고 작은 폭포들의 라이브 공연을 감상하며 위안을 삼는데 오묘하게 조화를 이룬 잎새들의 변색에 기쁨은 더욱 커집니다. 그 기쁨을 충분히 나누기도 전에 길은 더욱 가파르게 이어집니다. 거부할 수 없는 도전이기에 신이 빚어놓은 비탈을 순응하며 오르며 산이 보여주는 경치에 만족하며 걷습니다.

주어진 운명을 거역하지 말고 바람처럼 살자고 다짐도 해봅니다. 혼미하도록 화려한 색채 속에서도 혼탁한 계절의 변화에도 굴하지 않고 푸름을 간직한 상록수를 보며 또한 나무처럼 살고 싶은 소망도 가져봅니다. 인생 살만큼 산 나이에 그 기쁨을 알기에 이어지는 오르막에도 불평 없이 즐거움으로 여기며 산을 오릅니다. 한참을 오르니 주변이 제법 트인 전망대가 나옵니다. 급하게 올라채는 비탈길에 그 핑계로 쉬어갈 수 있는 조망터가 그리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발아래 바람과 구름이 숨바꼭질하는 낯선 풍광을 보며 잠시 숨을 고릅니다.

정상에 올라 내 삶의 길이를 재어보고

얼마나 올랐을까? 전망이 환하게 트이며 나지막한 관목들이 가득 초원처럼 채워진 프랭코니아 능선의 아득한 길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유달리 강한 바람과 급격한 온도변화 때문에 다른 지역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1500미터 고도에서 벌써 수목 한계선은 시작됩니다. 한눈에 모든 것이 가득 차니 이정표 같은 특별한 표식도 없습니다. 다만 따뜻하게 와 닿는 햇살과 더 시원하게 이는 바람이 높이를 느끼게 할뿐, 이리 높이 올랐는데도 하늘은 더욱 푸르게 더 높아져 있습니다. 한 구릉을 올라가니 손에 잡힐 듯 저편에는 바람에 벗겨진 맨살 바위의 라파에트 산 정상이 어서 오라 손짓하는데 이제부터는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 세찬 바람이 간단없이 몰아쳐옵니다.

바람과 한판 승부를 펼치는 순간입니다. 꺾어져 나뉘는 갈림길에는 어김없이 돌탑이나 돌무덤들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정말이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산길에는 스쳐 지나간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과 마음을 모은 돌탑들이 나이테처럼 곳곳에 쌓여 있습니다. 비좁은 마음에 과다한 소망이 가득 들어서면 우리 산객들은 조그만 돌탑을 쌓으며 크고 작은 욕심과 헛된 소망을 내려놓는데 그러기에는 이처럼 산자락 후미진 곳보다 더 미더운 곳이 있을까? 어디로 가야하는지 무엇을 내려놓고 무엇을 취해야 하는지.. 내안에 들끓는 질문과 그 회답들마저도 비워버릴 수 있는 산.

우리는 팍팍하고 꿀꿀한 이민생활에서 삶이 무척 고달플 때 산을 향해 묻고 또 물었습니다. 그 숱한 방황의 갈림길에서 흔들리지 않고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산을 오르내리며 자연으로부터 깨달은 이치를 터득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드디어 정상에 올라 바람과 마주하며 상념에 잠깁니다. 차라리 아무 말이 없는 묵상함이라 해도 좋겠습니다.

그 긴 침묵 속에서 안온함이 느껴지면서 짧지 않은 7일간의 여정을 되돌아보고 또 내 삶의 길이를 재어봅니다.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에 머무르며 또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이런 생각의 정리를 통해 재충전된 에너지와 함께 되돌아가는 일상이 아마 부드럽게 이어지리라 여기며 웃음으로 하산을 서두릅니다. 바람의 땅, 화이트 마운틴 명산의 정상에 서서 새로운 시작을 외치며 세상을 향한 자신감으로 크게 포효해봅니다

관련 커뮤니티
미 동북부 명산 원정 산행후기 2 -위대한 산, 캐터딘 마운틴
미 동북부 명산 원정 산행 후기 1 -산과 바다의 아름다운 조화, 아카디아 국립공원
미 서부 3대 캐년 산행 후기- 휘영청 보름달 아래, 브라이스의 야간산행
미 서부 3대 캐년 산행 후기- 세계 하이커들이 선택한 아름다운 10대 트레일, 자이언 네로우스
미 서부 3대 캐년 산행후기- 그랜드 캐년 인디언의 길. 카이밥 트레일
미 서부 3대 캐년 산행후기- 그랜드캐년 브라이트엔젤 트레일
미 서부 3대 캐년 산행후기-자이언 캐년 이스트림 트래일
미 서부 3대 캐년 산행후기- 신이 빚은 지상 최고의 조각품들, 브라이스 캐년
미 서부 3대 캐년 산행후기 - 자이언 캐년
스모키 마운틴 CHARLES BUNION TRAIL 산행후기
comments powered by Disqus
미주조선일보 회사소개 지면광고 구독신청 기사제보 온라인광고 인재초빙 미주조선 TEL(703)865-8310 FAX(703)204-0104
COPYRIGHT ⓒ Chosunilbousa.com 2007 - 2018 이메일 | 개인정보보호정책 | 저작권안내 | 콘텐츠 제휴문의
뉴스 및 콘텐츠를 무단 사용할 경우 저작권법과 관련,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poweredby 4uhomepa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