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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서부 3대 캐년 산행 후기- 세계 하이커들이 선택한 아름다운 10대 트레일, 자이언 네로우스

07/09/2018 | 06:26:19PM
미 서부 3대 캐년 산행 후기- 세계 하이커들이 선택한 아름다운 10대 트레일, 자이언 네로우스
Photo Credit: pickupimage.com
자이언캐년의 입구에 그림처럼 그려진 MAJESTIC VIEW LODGE 에서 전날 배급받은 네로우 트레일용 전문 장비를 애지중지 가슴에 품고 들뜬 하룻밤을 보낸 뒤 찬연한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동녘에서 힘차게 차오르는 태양은 자이언의 거대 직벽을 비추며 장엄한 광경을 연출합니다. 아무래도 믿기지 않아 재차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청명한 일기가 될것이란 확신에 찬 설명에 모두 희색이 만면합니다. 방문자 센터에 주차하고 셔틀버스를 타고 시닉드라이브의 종점인 Temple of Siwanava에 내려 1마일을 걸어 Narrows 트레일이 시작되는 캐년 어귀에 다달았습니다. 이미 많은 이들이 무장을 단단히 한채 저마다의 다양한 복색으로 입구는 상당히 붐비고 있었습니다. 하루중 어느 순간이라도 비가 내릴 확률이 있다면 트레일은 폐쇄가 되므로 여러날을 기다리고 대비해온 이들도 많았고 물속을 걷는 길이기에 보온을 위해 스쿠바 다이빙용 드라이 수트까지 동원하여 중무장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Zion Adventure Co.에서 대여해온 수중보온 양말을 신고 마찬가지 수중용 신발을 덧신고 수심을 측정하기위한 우리들 키만큼 긴 봉막대를 들고 상기된 표정으로 저마다의 다짐을 마음속으로 하며 장도에 나섰습니다. 원래 이 네로우스 트레일은 Virgin강의 상류에 해당하는 Chamberlane's Ranch에서 시작하여 물길따라 내려오는 길을 택하여 16마일의 황금같은 주변 경관을 즐기며 중간지점에 몇군데 조성된 캠프장에서 하루 야영을 하면서 조금은 수월하게 진행하는 것이 정도인데 시간적 여유가 없는 우리는 하루만에 마쳐야 하므로 물쌀을 차고 올라 역류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네로우스 트레일은 버진강을 거슬러 오르면서 양편으로 나뉘어진 바위로 이루어진 협곡을 걸으며 세찬 물길도 건너고 목에까지 차는 웅덩이도 건너야 하며 자갈밭도 걷고 숲길도 걸으며 한모퉁이 한모퉁이를 돌때마다 펼쳐지는 명경을 감상하는 특이한 트레일로 전세계 트레커들이 열손가락안에 들게 추천한 아름다운 길입니다. 새로운 도전에 모두들 들뜬 마음으로 길을 재촉하면서 캐년의 초입에서 근엄한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냇길을 따라 힘차게 걸어갑니다.

고고한 선사시대 인류가 이땅에 뿌리를 내리기 훨씬 이전부터 거대 암벽들이 물길에 깍이고 깍여 형성된 협곡은 거대 바위들이 하늘이 가리워질 정도로 시공을 덮고 있었고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으로 이끼낀 통벽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짙은 황색의 직벽에는 물과 바람과 눈 그리고 모든 자연의 충돌을 버티어온 상흔이 검은 멍으로 남아 아로새겨져 있고 그래도 그 틈바구니에서 모진 생명을 키워온 수목들이 차라리 청초한 색을 발하며 흩어져 있습니다. 인색하게 비끼는 햇살을 받으며 자라는 야생화는 군계일학처럼 수묵화에 마지막 찍는 방점처럼 단연 돋보이는 존재입니다. 그리도 걷기를 그리워했던 길이었기에 그 상봉의 기쁨은 마침내 천상에서 재회하고마는 잃어버렸던 사랑과 같습니다.

태초의 원시를 그대로 간직한 곳

맑은 물을 차고 트레킹이 시작됩니다. 물에 떠내려오다 여울목에 걸쳐진 거대한 고사목의 잔해들이 곳곳에 널부러져 있고 얼마나 많은 세월을 누르고 살아왔는지 모를 두터운 이끼들이 바위에 가득 퍼져있어 협곡안은 태초의 원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시선을 던지는 곳마다 빼어나게 수려한 풍광이라 굳이 배경을 선택할 필요 없이 피사체인 사람만 조준하면 자연 하나의 작품이 되어버리는 곳입니다. 하시라도 물에 빠질 준비를 하고 나선 우리들은 한길한길 걸어오르며 봉막대의 요긴함을 체험으로 배웁니다. 물쌀이 거친 곳에서는 몸의 중심을 잡는데 필요하고 제법 깊이를 알수 없는 웅덩이에서는 심봉사 마실가듯 더듬어 물길을 측정하고 때로는 장대높이뛰기로 건너야 할때는 좋은 장비가 되어줍니다. 드디어 오늘 여정에서 가장 걱정되는 구간이 앞에 나타났습니다. 이미 사전에 운영회사로 부터 트레일에 대한 브리핑을 들은바 깊은 수심이 여럿 있는데 가장 심각한 곳 중의 하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건너기를 대기하는지라 정체현상을 빚고 있었고 앞서 건너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머리까지 잠길 정도로 아슬하기만 합니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포기하고 되돌아 가기도 하는데 일행중 먼저 앞서 길을 잡기로 했습니다. 배낭을 벗어 머리에 이고 앞 사람들의 뒤를 따라 조심스레 건너는데 거의 어께를 덮어버리는 수심입니다. 일단 건너가서 아무래도 이정도로 깊지는 않을텐데 하면서 더 얕은 곳을 찾아내겠다고 봉막대로 이리저리 더듬으며 돌아다니다 그만 갑자기 뚝떨어지는 바닥에 급류까지 몰려와 중심을 잃고 실족한채 떠내려가고 말았습니다. 두손으로 배낭을 치켜들고 핀킥이라도 해야하는데 육중한 수중신발로는 전혀 복지부동이니 꼬로록 물에 잠겨버립니다. 순간 살아야한다는 처절함에 배낭속의 귀중품을 포기하고 우리 일행들에게 배낭을 던집니다만 아무도 낚아채질 못합니다. 지플락백을 가지고 가놓고도 귀찮아서 분리하지 않아 셀폰이니 동영상 기기들이 그대로 물에 잠겨 못쓰게 되고 말았습니다. 항상 일어날수 있는 사고에 철저한 대비를 소홀히한 자책의 징벌이었습니다. 자업자득이지요. 때늦은 후회가 따르는 교훈을 얻습니다. 스쿠바 다이빙 강사의 익수사건. 향후 두고두고 동료들의 입에서 비아냥거림으로 회자됩니다.

순진무구한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네로우스 트레일을 즐기는 이들의 형태도 다양합니다. 곳곳에 만들어진 깊은 수심의 웅덩이를 만날때 마다 바위에 올라 풍덩풍덩 물에 뛰어 들기도 하고 다이빙 선수가 된양 갖가지 포즈로 멋있게 내리기도 합니다. 물론 젊음이 넘치는 이들이긴 하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우리는 마음만이라도 그들과 함께 해주며 격려와 찬사의 박수를 보냅니다. 어떤이들은 어떻게 가져가서 바람을 넣었는지 미스터리로 남을 대형 고무 튜브를 타고 신나게 내려오기도 합니다. 기발한 젊은이들의 착상인데 어렵게 물을 거슬러 올라가 저렇게 내려올때는 여유자적 뱃놀이하듯 튜빙을 하는 재치가 이러한 행위를 금하게 하는 규칙보다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비단 나만의 월권적 사고일까? 우리의 삶에 있어서 룰로서 얽매는 것이 자유인으로 살고픈 이들에게는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것인가 하고 생각도 해봅니다. 저런 해학의 행위가 과연 타인을 해하는 것인가하고 아연해질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 그것들이 정말 절대다수의 염원을 담아 정해진 규율일까하는 의구심을 떨칠수가 없습니다.

이런 암울한 생각에 미치는 것도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주변이 아주 어두워졌습니다. 협곡이 매우 좁아지면서 하늘이 보이지 않습니다. 음산한 기운도 감돕니다. 저쯤 모퉁이에서 갑자기 콸콸콸 하며 급류가 대방출될것도 같은 현상이 상상되어집니다. 예기치 않은 소나기로 강물이 불어나면 우선 높은곳으로 피해야 한다는 교육내용을 떠올리고 어디 대피할 곳으로 올라갈 바위가 있는지 휘둘러보기도 합니다. 이러한 기우로 깊은 상념에 빠지는데 갑자기 파안대소하는 웃음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우리 일행중 한사람이 실족하여 물속에 빠져버렸습니다. 아픔보다 계면쩍음에 얼른 일어나 정신을 가다듬더니 이내 가장 큰소리로 웃어재친 이에게 다가가 떠밀어 같이 물에 빠지게 하려합니다. 복수극이 시작됩니다. 빠트릴려는 이와 빠지지 않으려는 이의 사투가 한동안 계속됩니다. 이를 보는 외국인 친구들도 대상없는 응원을 하며 함께 웃고 즐깁니다. 남녀노소가 없고 피부색의 차이가 없는 순간입니다. 이 위대한 자연속에서 정말이지 순진무구한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함께 하나가 되는 순간입니다. 어느새 다시 얼굴을 내미는 햇님이 빙긋이 웃으며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바위도 충분히 소화 시킬 식성으로

때로는 거친 물쌀을 이기며 걷고 때로는 깊은 수심에 가슴조리며 긴장하고 때로는 높은 바위를 기어 오르기도 하고 때로는 고사목을 타고 물을 건너기도 하면서 다소 지치고 시장기를 느끼지 않을수 없습니다. 움푹 크게 홈이 파여진 바위를 발견하고 그 속으로 기어올라가 밥상을 펼쳐 차립니다. 하얀 이밥에 된장찌개 그리고 각종 찬들. 물에 젖어 비록 행색은 초라해도 거하게 차린 밥상이 어느 값비싼 식당에서 사먹는 식단보다 훌륭하기만 합니다. 차게 식은 밥이며 데울수 없어 군데군데 고추기름 떠있는 찌개며 아무렇게나 섞어담은 찬들이 뒤엉켰어도 이 머나먼 이국땅에서 산행중에 한식을 먹을수 있다는 것도 대단한 행운이 아닐수 없습니다. 또 모두 그렇게 좋아들 합니다. 아무도 투정을 부리는 이가 없습니다. 운동이든 노동이든 진정한 땀을 흘린 뒤의 식성은 바위도 충분히 소화 시킬수 있습니다.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는 이순간. 자이언의 협곡에는 동심이 무러익어

다시 여장을 꾸려 상류로 향해 거슬러 올라갑니다. 수심도 끊임없이 변하고 길도 자갈길 바위길 황토길등 다양하게 접하면서 힘들면 잠시 선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쉬었다 가고 땀이 맺혀 더위를 느끼면 털썩 주저앉아 물에 온몸을 적십니다. 무료하다 싶으면 동료에게 물을 뿌리며 물싸움을 걸어봅니다. 그러면 피아가 구분 없는 집단 물싸움이 되어버립니다. 트레일은 다양한 볼거리도 제공합니다. Orderville Canyon으로 빠져나가 또다른 모습의 협곡을 감상할수도 있고 Big Spring에서는 맑은 약수가 샘솟고 주위풍광이 풀과 꽃으로 가득채운 녹색의 향연을 볼수있고 Goose Creek, Kolob Creek을 지나면서 아름답게 형성된 미니 삼각주의 애틋한 풍광을 감상하고 덤으로 펼쳐지는 폭포의 유장함도 가슴에 담고 길은 계속됩니다. 상류로 갈수록 협곡은 좁아지지만 높이는 더 높아만 갑니다. 신발이 좀 작다는 느낌이 들었으나 바꿀 시간적 여유도 없어 그냥 감행했더니 발에 많은 피로감이 느껴집니다. 조금만 더 가면 오늘의 종착점이자 터닝포인트인 Deep Creek에 다다르게 됩니다. 깊은 웅덩이가 길을 막고 대부분 여기서 완전히 몸이 잠기면서 젖게됩니다.

다른곳과는 달리 넓게 퍼진 곳에 잔잔한 물이 잔뜩 고여있고 물가에는 대형 바위가 놓여져 있습니다. 지친 몸을 그 암반위에 빨래감처럼 널어놓고 휴식을 취합니다. 중천에서 서녘으로 기우는 따스한 햇살은 젖은 몸을 말려주려 인자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일단의 무리들이 열심히 물로 뛰어드는 다이빙을 즐기고 있습니다. 나도 용기를 내어 그들과 함께 어울려봅니다. 첨벙. 막춤추듯한 자세로 뛰어 들어보니 내몸에 덕지덕지 붙어있던 세속의 욕정이 모두 떨어져 나가고 씻겨져 나갑니다. 이모습을 본 동료들이 하늘을 우르러 까르르 웃어제낍니다. 그 맑은 웃음소리가 협곡을 울리며 길게 메아리되어 울립니다.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는 이순간. 자이언의 협곡에는 보물을 찾아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고고학자 인디아나 존스가 되어 동심이 무러익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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