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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서부 3대 캐년 산행후기- 그랜드캐년 브라이트엔젤 트레일

07/09/2018 | 05:27:37AM
미 서부 3대 캐년 산행후기- 그랜드캐년 브라이트엔젤 트레일
Photo Credit: pickupimage.com
오늘은 이번 원정산행의 꽃이라 할수 있는 그랜드 캐년을 종주하는 날입니다. 칠흙같이 어두운 산촌의 새벽길을 달려 한참을 달려가니 저기 저만치서 게슴치레 여명이 트는 동녘하늘이 우리의 메시야처럼 길을 인도하고 있었습니다. 찬란한 캐년의 일출을 놓칠수 없다는 피어린 각오로 차는 바람을 가르고 달려갑니다. 브라이트 엔젤 트레일 헤드에 당도하니 이미 해는 산정을 부양해서 이른 아침 안개를 걷어내며 신비한 대협곡을 신비하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기나긴 여정, 어느 정도의 고통이 따를지 모를 장대한 산행을 위해 서두르는 손길이 바쁘고 흥분처럼 설레이는 마음들이 가득합니다. 출발점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발길을 돌리는데 발아래 안개속에서 서서히 나타나는 캐년의 아침 풍경이 신비롭게 펼쳐집니다. 헤아릴수 없는 영겁의 세월동안 돌출하고 내려앉고 깎이고 마모되며 만들어진 저 거대한 협곡. 그랜드 캐년. 인류의 역사를 초월하여 선사시대로부터 증여받은 선물. 살아있는 지구의 삶이 그대로 표출되어 있는 곳. 펼쳐진 장대한 풍광에 가슴 울컥 눈물마저 치미는 곳, 우리 인간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미물인지 그 아름다움과 장엄함에 눈을 뜨는 곳. 세계 3대 협곡의 우선에 두는 곳. 그랜드 캐년은 애리조나주 북서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 특이한 지질학적, 생태학적 특징과 대단한 자연미 덕택에 ‘국립공원관리청(National Park Service)’이 공식 설립된 지 3년 후인 1919년에 국립공원으로 공식 지정되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이 그랜드 협곡을 보기위해 연간 천 만명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축복의 길을 걷게 해준 은총에 감사

찬란한 아침 햇살에 속살을 드러내는 캐년은 저만치 노스림이 희미하게 보입니다. 직선거리는 겨우 10마일 밖에 되지 않는 길이지만 걸어서는 14시간, 차량으로도 5시간 이상을 이동해야 하는 거리. 그마져도 불가사의한 숫자놀음을 뒤로 하고 함께 원을 그려 트레키 폴을 하늘높이 치켜세워 맞부딪히며 파이팅을 외치고 우리의 건각으로 깔끔하게 종주하리라 전의를 불 사르며 첫발을 힘차게 내리 딛습니다. 발걸음 가볍게 강을 향해 내려가는데 저만치서 붉은 바위의 아치가 첫 관문처럼 나타나고 우리들의 종주에 대한 자신감을 스캔이라도 하는 것 같아 상기된 표정으로 그 터널을 통과했습니다. 캐년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면 넓은 평원에 아스라이 그어져 있는 길. 그 길이 이 브라이트 엔젤길의 연결인데 인디언 가든 포인트에서 출발해서 평원의 끝인 플래토우 포인트까지 1.5마일 구간을 빼면 6마일 정도의 거리인데 고도가 2010미터라면 그 경사가 얼마나 가파른지 짐작이 충분히 될 것입니다. 그 길을 내려가 다시 오를라치면 참으로 힘든 고행의 수행길이겠습니까? 모골이 송연해지는 순간입니다만 내가 택한 길, 내가 정한 나의 인생길, 멋있게 살아보렵니다. 신나게 종주하려 합니다. 350미터를 내려간 2마일쯤에 레스트 하우스가 있고 300미터를 내려간 4마일 지점에 벼랑위 그림처럼 지어진 휴게소가 있고 600미터를 더 내려가면 6마일 지점에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물이 풍성하게 솟아오르는 인디언 가든이란 쉼터가 있습니다. 적어도 이곳까지는 모두 내려와 다시 올라야 할 오늘의 미션임을 상기시키고 독려를 하는데 햇살은 산란없이 맑은 산 공기를 투과하여 내리쬡니다. 어느새 안개는 말끔하게 걷혀지고 발아래 펼쳐지는 장대한 협곡의 풍광에 아찔하며 현기증이 일어납니다. 멀리 두고서 먼 발치에서만 바라보던 곳. 오늘처럼 지근거리에서 느껴보는 대 자연에 대한 감흥은 유달리 아름답습니다. 이 길, 이 축복의 길을 걷게 해준 은총을 이 세상 모든 겻들에게 감사하며 즐겁게 그 길에 흡수되어 갑니다.

한 폭의 농익은 수묵화를 그려내고

내려가는 산행길은 언제나 경쾌합니다. 동무들과 첫 소풍을 나온 초등생처럼 몸이 저절로 구름 위를 걷고 발길은 까치걸음이 되어 춤을 춥니다. 신나게 내려간 만큼 고통 속에서 등산해야 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이 순간만큼은 잠시 잊고 하산의 즐거움을 만끽합니다. 얼마나 여유로운 도보인지 모릅니다. 천하제일의 풍경을 두고 그냥 갈수 없다며 좋은 전망이 펼쳐지는 곳에서는 시키지 않아도 포즈들을 취합니다. 비록 집으로 돌아가 찾아 든 사진을 보며 세월의 허망함으로 긴 시름의 한숨을 내품어 내더라도 찍히는 지금은 모델이 되고 새색시가 됩니다. 성급한 이들은 어느새 저만치 가마득히 내려가고 있음이 보이기도 합니다. 은근한 경쟁심도 그 길을 재촉하기도 하겠지요. 바람타고 내리는 길, 얼마나 걸었을까 뒤돌아보니 믿기지 않을 수려한 캐년의 풍광이 안계에 들어오고 우리가 떠나온 랏지가 벼랑위에 나열되어 한 폭의 농익은 수묵화를 그려냅니다. 이렇게 산은 위에서나 아래에서나 보는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거대한 암벽들이 직각으로 서서 도열해 있고 이어지는 돌산은 무슨 조각품처럼 질서 정연하게 줄을 서서 구름과 다정한 대화를 나누고 랏지 위에 버티고 선 하늘은 짐짓 근엄하게 온 누리를 인자하게 덮어 감싸고 있습니다.

출발점에서는 추위 때문에 외투로 몸을 동동 감싸고 있었는데 어느새 우리들은 단정하지 못하게도 앞섶이 풀어지고 열기품은 이들은 바지마저 반바지로 변환시켜 기후에 순응하려 합니다. 캐년의 기온은 너무 차이가 심합니다. 골지 지역은 항사 서늘하고 추워도 협곡 아래 콜로라도 강변은 무더위로 타버립니다. 강물은 어는 듯이 차가운데 그야말로 겨울과 여름이 한 시공 안에서 공존함의 진기함을 경험합니다.

허공을 걸어서 오지 아니한 산객 신발을 벗을 수 없다

허공을 걸어서 오지 아니한 산객 신발을 벗을 수 없다는 중간 기착점인 인디언 가든에 이르렀습니다. 어디서 발원하는 물인지는 몰라도 풍요로운 물이 콸콸 넘치고 있습니다. 샘터 옆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른 오찬을 나눕니다. 샌드위치와 셀러드 그리고 약간의 스낵들. 걸인의 찬, 황후의 식탁. 돈 주고도 살수 없는 자연의 인테리어 속에서 신이 되고 도인이 되어 만찬을 즐깁니다. 세속에서는 보잘 것 없는 주전부리가 산에서는 꿀맛입니다. 그리도 흔한 것들이 여기서는 이렇게 소중함을 배웁니다. 잊고 있던 것을 깨닫게 하고 감겨 있던 눈을 뜨이게 하는 산행. 그래서 산을 오르내리는 우리의 행적은 의미가 깊습니다. 그랜드 캐년의 종주는 물과의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물이 소중한 요소입니다. 매년 270 여명의 하이커들이 무리한 도전으로 죽음에 이를 치명적인 사고를 낸다고 레인저가 겁을 주며 웬만하면 여기에서 돌아가라고 충고를 합니다.

핑계거리를 찾던 몇 회원이 동요하고 되돌아가기로 합니다. 아쉽지만 그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가시는 걸음 진달래꽃은 뿌려주지 못해도 산정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고이 보내드립니다. 결단코 강권을 해서는 될 일이 아닙니다. 스트레스를 날리고 즐겁고 건강하기 위하여 우리는 산을 갑니다. 산을 오름에 있어서 앞서가는 이들을 쫒아서 남에게 맞추려는 것은 자칫 고행의 산행이 됩니다. 산에서 맞춰야 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자신의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하는 인생사처럼 산도 자신의 능력에 맞게 보속을 조절해야 합니다. 결코 과한 욕심을 부리거나 허세를 떨며 무리해서는 망조가 드는 것처럼 산에서도 황새 쫒는 뱁새가 되면 전술한 것처럼 구조를 요청하는 낙오자가 되어버립니다. 그래도 보내고 돌아서면 잘 가고 있는지 자꾸만 뒤돌아보게 되는 것은 동행이란 우리들만의 아름다운 구속이 있기 때문입니다.

들꽃의 환대를 받으며 바람처럼

플래토우 포인트로 이르는 1.5마일의 평지를 걷습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광활한 푸른 평야가 더 넓게 펼쳐져 있고 가는 실타래처럼 풀려져 있던 그 의혹의 길을 오늘 우리는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 장엄하고 광대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있는 순간입니다. 아무 것도 없는 무덤덤한 길로만 보이던 이곳에는 허구 많은 꽃들이 앞을 다투어 피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선인장들이 높은 열기 속에서 화려한 원색의 꽃을 피워내고 오렌지색의 초롱꽃, 노오란 색의 산 민들레가 만발하여 이 길은 그야말로 꽃으로 수를 놓았습니다. 들꽃의 환대를 받으며 바람이 전해주는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며 걷는 그 길은 천상의 길이며 레드카펱 보다 더 영광스럽습니다. 포인트에 이르니 내려다보이는 콜로라도 강의 굽이침이 장쾌하게 펼쳐지는데 한줄기 가녀린 강줄기로만 보였었는데 지척에 다가서니 굉음을 우렁차게 내며 도도히 흐르는 대단한 강이었습니다. 언제나 급류로 흐르는 물길은 흙탕물 같아 보이는데 세속의 쓰레기를 실어다 나를 것처럼 거대한 신의 모습처럼 다가와 흩어집니다. 가파른 길을 다시 내려서 1.6마일을 내려가면 최저점인 강바닥에 이릅니다. 여기서 다시 부드러운 평지의 리버 트레일이 시작되고 피안의 언덕처럼 전혀 다른 세상이 존재할 것 같은 노스림 캐밥 트레일이 시작되는 건너편이 하시라도 바람에 끊길 것 같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팬텀 렌치라는 고즈넉한 산장이 준설되어 있고 하루씩 머물다 가는 하이커들이 진을 치는 브라이트 엔젤 캠프장이 숲속에 들쑥날쑥 무질서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가한 이들은 말이나 노새를 타고 만고강산을 유람하려는 듯 한껏 여유를 부리며 말 잔등에 올라 몸을 뒤로 재치고 거드름을 피우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급류에 보트를 타고 신나는 모험의 레프팅도 즐기고 있습니다. 계절을 건너와 저편의 땅에서 살아가는 다른 부류의 인간들이 머무는 듯한 이질감 짙은 생소함에 자연의 경이로움을 더욱 실감합니다. 건조한 바람이 한 결씩 밀려오는 둔덕에 앉아 세상을 굽어보며 까마득히 멀어진 기억속의 출발점을 올려다봅니다. 가야할 오르막길 보다 걸어온 내리막길을 생각하며 대견한 나르시시즘에 빠져들면서 밀려오는 오수에 스르르 눈을 감습니다. mijutrekk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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