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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서부 3대 캐년 산행후기-자이언 캐년 이스트림 트래일

07/09/2018 | 05:24:45AM
미 서부 3대 캐년 산행후기-자이언 캐년 이스트림 트래일
Photo Credit: pickupimage.com
5월 17일부터 8일간 서부 대륙 유타주와 아리조나주에 중심의 콜로라도 플래토우(융기대)에 펼쳐진 그랜드, 자이언, 브라이스 3대 캐년을 섭렵하고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있는 이들 트레일을 종주하고 돌아왔다. 자이언 캐년에서는 아슬아슬한 절벽길을 걸어올라 천사들이 천상에서 내린다는 Angels Landing 구간과 광활한 협곡을 휘둘러보며 정상을 이은 산마루를 걷는 East Rim 구간을 올랐다. 이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본다.

늑장을 부리며 한없이 느긋한 봄 산

자이언의 아침은 짙은 구름사이를 비집고 나선 힘겨운 햇살이 거대 직벽에 비끼면서 붉은 빛을 발하며 다가옵니다. 늑장을 부리며 한없이 느긋한 봄 산. 기다림에 초조한 산객들의 분주한 이른 발자국 소리에 그때서야 게으른 기지개를 켭니다. 먼저 깨어난 산봉사이로 비치는 햇살에 찢겨진 옷자락처럼 펄럭이는 하얀 안개가 나무사이로 달아나고 있습니다. 오늘도 시닉 드라이브를 달리는 무연 전기 버스를 타고 종점인 Temple of Sinawava로 향합니다. 원래 Narrows라는 14마일 구간을 걸으며 자이언 계곡으로 흐르는 버진강을 거슬러 오르며 바위도 오르고 물도 건너며 특이한 경험을 해보는 캐녀니어링(Canyoneering)을 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잦은 비로 강물의 수위가 높아져 트레일을 폐쇄하여 우리는 하는 수 없이 목적지를 변경해야만 했습니다. 오늘도 비가 예상되고 바위투성이라 스며들 곳이 없는 자이언에서 빗물은 갑작스레 강이 범람하는 위험수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한없는 아쉬운 마음에 한발 디뎌보고 먼발치에서라도 보고 싶어 부지런히 입구를 향해 다가갔습니다. 트레일이 시작되는 표시판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그나마 다녀간 흔적을 남겼습니다.

아름다운 고행의 길

Weeping Rock 정차장에 내려 오늘 즐기게 될 East Rim 구간을 오르기 위해 산길을 쫒습니다. 이 구간은 자이언 협곡의 동녘에 준봉마다 이어진 산마루 길로 내려다보는 산 아래 풍광이 압권인 곳입니다. 버진 강이 휘돌아 협곡 구석구석을 지나며 매사를 간섭하는 수다쟁이 뺑덕어미처럼 풀이며 꽃이며 바위며 모두에게 안부를 묻고 흐르고 있습니다. 봄의 기운이 가득한 산하에는 모든 것이 살아 숨 쉬는 생동감이 온갖 자연의 소리에 담겨져 계곡을 채우고 있습니다. 미끈하게 뻗어 오른 거대 관목들이 도열한 오솔길을 따라 걷는 길섶에는 아침 햇살이 번져있다 우리들의 경쾌한 발길에 채여 흩어집니다. 찬란한 자이언의 아침햇살은 건너편 거대 직벽에 넓은 그림자 선을 그으며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제 본격 등반이 시작됩니다. 허벅지가 묵직해지는 경사도를 느낍니다만 발걸음은 새털처럼 가볍습니다. 마음이 가볍기 때문입니다. 묵은 일상에서 부산물로 남겨진 삶의 찌꺼기를 담아온 배낭을 이미 모두 비워버렸기 때문입니다. 넓은 목초지에는 산꽃들이 도란도란 밤새 못한 얘기들을 나누며 재잘거리고 있습니다. 가장 화려한 색으로 아침을 자랑하고 싶은 듯 선홍의 빛으로 자태를 뽐냅니다. 이런 꽃길을 따라 바람의 노래를 듣고 자연의 숨소리를 들으며 걷는다면 이 또한 아름다운 고행의 길이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즐거운 산행이라면 몇날을 쉬임없이 걸어도 지칠 것 같지가 않습니다.

무욕의 땅으로 오르려

지그재그로 이어진 길이어도 워낙 높은 산이라 올라도 올라도 턱없이 멀어만 보입니다. 한 덩어리로 된 바위틈을 이용해 가까스로 낸 길에는 안전을 위해 난간이 만들어지고 쇠사슬을 연결해 두었습니다. 일렬로 나란히 길게 늘어선 우리 일행의 모습은 흡사 하늘가는 길을 오르는 행렬 같기만 합니다. 장엄한 행렬입니다. 난간을 잡고 지나니 일차 정상에 오르고 이제 마지막 정상을 향한 힘든 마지막 여정이 다시 우리를 기다립니다. 온몸을 적시는 땀벼락이 채 식기도 전에 고마운 하늘님은 한줄기 비를 뿌려줍니다. 낮게 내려 앉는 구름이 우리의 발길에 채입니다. 그래도 이런 명경을 두고 그냥 갈수는 없는 법. 단체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연령층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 즐거워합니다. 엄살많은 이들은 우의를 입고 무장을 합니다. 비마져도 오염되지 않은 듯한 청정지역에서 우리는 그 비를 즐겨 맞을 각오를 했습니다. 산정을 오르는 길은 통바위였고 위험을 줄이려 깎인 바위는 수많은 발길에 무디어졌습니다. 그 켜켜이 쌓인 세월 위를 걸으며 우리도 한때 물이었고 돌이었고 바람이었음을 생각하고 또한 훗날 우리는 다시 그곳으로 돌아 갈 것이라는 순환의 법리를 터득하고 무욕의 땅으로 오르려 합니다.

베푸는 삶을 살라는.

정상이 가까울수록 푸른 숲보다는 앙상한 가지의 헐벗은 관목들이 더 많이 나지막이 깔려 있습니다. 길이 너무 가파르니 봄이 아직 올라오지 못했나 봅니다. 정상의 길은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숨을 고르며 가라는 암묵의 지시 같아 보입니다. 인생길 서두르지 말고 차분하게 모든 것을 챙기며 가라는 교훈을 배웁니다. 부모님께 형제들에게 자식과 친지들에게 그리고 모든 주변 공동체 일원들에게 나누고 베푸는 삶을 살라는.. 산행의 묘미는 뒤를 돌아보는데 있다 합니다. 숨 가프게 올라온 지난 발길을 되돌아보면 지금의 내 자신이 보입니다. 우리의 인생도 때로는 발길을 멈추고 되돌아보아야 함을 오늘도 이 산에서 배웁니다. 되돌아보면 그 짧지 않은 여정이 한 세그멘트마다 역사가 되어 한 가닥씩 교훈을 남기고 있습니다. 정상에서의 감상을 다시 접고 발길을 돌리는데 이제는 마지막 전망대 까지 2마일을 산마루로 이어진 구름길을 걷게 됩니다.

바람이 가장 먼저 나와 배웅을 하며

세우가 내리는 자이언은 하늘과 구름이 맞닿아 바다를 이루고 그 위에 섬처럼 떠있는 산봉과 능선들로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냅니다. 여전히 저만치서 산봉우리를 휘감고 골짜기를 메운 구름들. 이들 구름도 우리들처럼 산이 좋아 오랫동안 산에서 머물고 싶은 모양입니다. 드디어 최종 정상인 전망대에 섰습니다. 바람이 가장 먼저 나와 배웅을 하며 우리를 반깁니다. 발아래는 자이언 협곡의 모든 풍광이 안개구름 너머로 장쾌하게 펼쳐집니다. 촉촉이 젖은 자이언의 기암괴석들이 끝없이 이어진 장대한 파노라마. 산 너머에는 또 산이 있고 숲 건너에는 또 숲이 있습니다. 남성미 물씬 풍기는 굵은 선의 산세가 더없이 믿음직합니다. 이 고난의 등반에서 마지막 얻는 선물. 기막힌 자이언의 자연 풍광들. 가슴이 벅차 심장이 멎는 듯한 감흥에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를 신음소리를 내고 맙니다. 비에 젖은 몰골로 서로를 격려하며 산과 함께 젖은 동질감에 우리도 그 자연의 일부가 되어 동화되어 감을 그때서야 인식하고 우리들 마음이 한없이 열리며 넓어지는 풍요로움을 만끽합니다. 풀 한포기, 꽃 한 잎, 바람 한 점 까지 이 세상 모든 것을 한껏 사랑할 수 있는 마음으로 가득합니다. 고난의 수행 길을 기쁨으로 올라와 장대한 정상에 선 이 거룩한 순간에 바람은 바위산을 넘어 여전히 힘차게 불어오며 우리의 존재감을 일깨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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